[K리그1 포커스] 강원 상대로 라인을 막 올릴 수도 없고
입력 : 2020.05.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김병수 강원FC 감독이 선수들 앞에서 천진난만하게 하던 말. "나 이 역습 하고 싶었어, 작년부터!".

강원이 올 시즌을 기분 좋게 출발했다. 10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2020 KEB하나은행 K리그1 개막전에서 FC서울에 3-1 승리를 거머쥐었다. 전반 막판 골을 내주고 끌려갔으나 내리 3골을 퍼부었다. 이제 막 한 경기를 치른 데 불과하나, 16일 2라운드 상주 상무 원정을 앞두고 분위기를 띄운 건 상당히 고무적이다.

최전방 센스는 여전했다. 후반 6분, 크로스를 추격한 김지현이 볼 방향을 살짝 돌려놔 골라인을 넘겼다. 여유로 빚어낸 자신감과 침착함 모두 빛났다. 조재완은 해외에까지 이슈를 남겼다. 후반 40분, 쇄도하던 관성에 맞춰 힘을 싣기엔 볼이 살짝 뒤로 왔다. 이에 빙글 돌아 가볍게 터치한 것이 상대 골키퍼를 그대로 얼려버렸다.




강원은 역전한 지 2분 만에 세 번째 골로 쐐기를 박았다. 급해진 서울이 라인을 올리자, 이를 역으로 받아쳤다. 김승대가 최종 라인을 부수고 질주를 시작한 지점은 중앙선을 살짝 넘어서다. 30m 안팎을 무작정 빠르게 뛴 것만은 아니다. 숨을 죽이는 동안 상대 수비수 추격을 허용했으나, 오히려 무결점의 슈팅 각도와 타이밍을 잡아냈다. 선수 스스로 워낙 자신 있었던, 개인 기량을 바탕으로 한 솔로 플레이가 적중했다.

'병수볼'. 볼을 잡아놓는 몸의 방향이나 자세 등 개개인의 디테일부터 시작한다. 이를 바탕으로 볼을 공유하고, 팀 전체가 재빨리 템포를 끌어올려 상대를 당황케 한다. 적군 압박이 유효하기 전 먼저 그 진영을 함락하는 패턴들을 단순화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여기에 전방에서 걸리는 족족 해결까지 해주니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선순환 구조에 접어들 수 있었다.

이제는 볼을 빼앗은 직후 속도를 붙이는 옵션이 더 늘어났다. 수비를 하면서도 기대를 하게끔 하는 팀이 된 셈이다. 지공 시 볼을 너무 오래 갖고 있는 것도, 속공 시 볼을 너무 금방 잃어버리는 것도 문제다. 다만 후자의 경우 특정 몇몇의 능력에 기댄 도박성 플레이가 나와야 할 시점이 분명 존재한다. 강원이 품은 김승대는 이런 선택지 다양화 차원에서 더할 나위 없었다. 오죽했으면 김병수 감독도 "그토록 바랐던 골"이라고 했을까 싶다.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모 수비수는 김승대를 가리켜 "눈앞에서 자꾸 사라져 정말 껄끄럽다. 다시 찾을 때쯤엔 우리 팀 골대 앞에서 슈팅을 때리고 있더라"라고 표현한 바 있다. 앞으로 강원을 상대할 팀들이 자주 겪을 수 있는 일들이다. 특히나 뒤쪽 공간을 내주는 경기는 부담 백배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강원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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