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포커스] 수술도 미뤘다...아파도 아프지 않은 권한진의 '부상 투혼'
입력 : 2020.05.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경헌 기자= 아쉬운 패배의 그림자에도 권한진(31)의 부상 투혼은 빛났다. 제주유나이티드(이하 제주)에게는 위기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제주는 16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0 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지난 9일 홈 개막전에서 서울이랜드와 1-1 무승부를 기록했던 제주는 '절대 1강'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승수쌓기에 또 다시 실패했다. 출사표로 던졌던 4승 1무의 5월 목표도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권한진의 부상 투혼은 진한 여운을 남겼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제주는 발렌티노스가 부상자 명단에 오른 데 이어 시야가 넓고 위치선정이 뛰어난 '커멘더형' 센터백 권한진마저 이랜드전에서 수쿠타 파수와의 볼경합 과정에서 팔꿈치에 맞아 코뼈 골절 부상을 당했다. 권한진이 교체 아웃되자 제주는 동점골을 내주며 수비라인이 크게 흔들렸다.

전남전에서도 남기일 감독의 고민은 컸다. 스리백을 가동하기에는 잔여 수비수들의 조합이 맞지 않았고, 포백 카드를 꺼내려고 했으나 라인 컨트롤에 능한 권한진의 공백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권한진은 코뼈 골절로 수술이 불가피했지만 팀을 위해 수술날짜를 미루고 그라운드를 지키기로 결정했다.

권한진의 투상 투혼으로 제주는 전남 원정에서 안정적인 포백라인을 구축할 수 있었다. 비록 후반 13분 전남의 프리킥 상황에서 김주원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실점 이후 크게 흔들렸던 이랜드전과 달리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경험이 많고 리딩 능력이 뛰어난 권한진의 존재감이 다시 두드러진 장면이었다.

지난 2016년 일본 J2리그 로아소 구마모토에서 제주로 이적한 권한진은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는 수비라인의 키플레이어로 활약해왔다. 2017시즌 제주의 준우승을 이끌었고, K리그 대상 시상식 베스트 11 수비수 부문에도 두 차례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기나긴 부상과 부침으로 제주의 강등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부주장이었기에 죄책감이 컸다.

경기 후 권한진은 "몸이 아닌 마음이 더 움직인 것 같다. 누가 뛰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지난해 그라운드 밖에서 제주의 아픔을 지켜보는 시간이 너무 길었고 부상을 당하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팀을 위한 마음이 더 커졌다. 올해는 팀에 끝까지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언제나 팀을 위해 희생 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가족은 또 다른 힘이다. 부인 우수형 씨와 딸 권서윤 양은 부상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지만 오히려 '가장' 권한진이 걱정할까봐 일부러 내색하지 않았다고. 권한진은 축구에 몰입할 수 있게 묵묵히 지켜봐주는 아내와 유니폼을 입은 아빠의 모습을 가장 좋아하는 딸을 위해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맸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라고 운을 뗀 권한진은 "가족들에게는 정말 미안하다. 항상 건강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아내가 큰 힘이 된다. 이번 원정을 떠날 때에도 할 수 있다고 응원해줬다. 딸은 TV에 나온 아빠를 정말 좋아한다. 자랑스러운 아빠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사진=제주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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