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핫피플] 약속 지킨 ‘보라돌이’ 이정빈, “팀 부진 할 때 떠나 아프다”
입력 : 2020.05.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안양] 한재현 기자= 인천의 축구 천재에서 FC안양 에이스로 재탄생한 이정빈이 잠시 국방의 의무를 지러 간다. 짧아진 머리보다 팀의 3연패를 끊지 못한 슬픔을 털지 못했다.

이정빈은 25일 오후 2시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해 1년 6개월 간 상주 상무에서 군 복무를 수행한다. 입대 전인 지난 24일 경남FC와 하나원큐 K리그2 2020 3라운드 홈 경기에서 2골로 맹활약했지만, 팀의 2-3 패배로 고개를 숙였다.

그는 경기 후 구단주인 최대호 안양 시장과 인사 후 안양종합운동장 바깥에 있는 구단 매장에서 머리를 잘랐다. 입대 전 안양의 상징인 보라색으로 염색 약속을 지켰지만, 얼마 되지 않아 이발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안양 후원사인 JLS 이철헤어커커평촌점 헤어 디자이너 한 명이 정성스럽게 이정빈의 머리를 잘랐다. 이정빈은 짧아지는 머리를 본 순간 “울 것 같다. 중학교 이후 머리를 짧게 자른 건 오랜만이다”라며 울상을 짓기도 했다.




그는 커트 완료 후 입대 전 마지막 인터뷰를 가졌다. 이정빈은 “게임 끝나고 머리 미는 제 모습을 보니 이제 입대를 실감한다”라고 덤덤한 소감을 밝혔다.

이정빈은 상주 입대 마지노선인 만 27세까지 2년 남았지만, 빨리 입대를 결정했다. 그는 “선배들이 군 복무를 빨리 마치는 게 좋다고 들었다. 나 역시 똑 같은 생각이었다. 운이 좋았다”라고 이류를 설명했다.

지난 시즌 에이스였던 조규성(전북 현대), 팔라시오스(포항 스틸러스), 알렉스가 떠난 후 이정빈은 올 시즌 유일하게 남은 실질적인 핵이었다. 그는 입대 전 마지막 경기인 경남전에서 멀티골로 불태웠지만, 팀의 패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정빈은 “올 시즌 안양에서 마지막 경기라 준비를 많이 했다.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고민했고, 찬스를 살리려 했다. 성적이 좋은 상태에서 떠났다면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김형열 감독님을 비롯해 코칭 스태프,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전반 21분 선제골을 기록한 이후 김형열 감독에게 달려가 안겼다. 김형열 감독은 이정빈에게 은인과 같다. 인천 유나이티드 시절 빛을 보지 못했던 그는 지난 시즌 중반 안양으로 임대했고, 김형열 감독의 지도로 꽃을 피웠다. 올 시즌 안양으로 완전 이적에 성공했을 정도다.

이정빈은 “프로 입단 이후 많은 기회와 믿음을 주셔서 감사했다. 감독님께 달려가 감사하다고 했다. 골 넣는다면 감독님께 절하려고 생각했는데 너무 나간 것 같아 하지 않았다”라며 “입대 결정했을 때 감독님께서 반대하실 것 같았지만, 오히려 지지해주셨다. 감독님 속 마음은 반대일 것 같았는데, 죄송하다”라고 고마워 했다.

이정빈은 마지막으로 안양 팬들에게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팬들의 사랑을 많이 느꼈다. 경기장 원정을 가더라도 홈 같이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감사하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사진=한재현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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