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인터뷰②] 박명환 ''2000년대 우완 트로이카...손민한이 최고''
입력 : 2020.06.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수원] 김현서 기자= "가장 잘 견디는 자가 무엇이든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인터뷰①에 이어) 박명환의 야구 아카데미에는 짧은 글귀와 함께 선수 시절 사진이 여러 장 걸려있다.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유니폼 마다 글귀도 달랐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자 그는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야구 선수' 박명환은 어땠을까?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며 박명환(43)이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선수시절, 야구팬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면은 ‘박배추’ 짤이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나는가.

▶당시 갑상선 항진증을 앓고 있어서 더위에 취약했을 때다.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본 아내가 양배추를 머리에 올리면 시원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스박스에 챙겨줬다. 그때부터 (9회까지 던지라는 의미에서) 배추 잎 9개가 담겨져있는 아이스박스를 들고 매일 잠실야구장에 출근했다. (선발 등판 때) 6, 7회까지 던지고 내려오면 남은 배추 잎들은 홍성흔 선수와 김동주 선수가 더그아웃에서 쓰기도 했다. (웃음)

('박배추' 짤의 탄생은) 2005년이었다. (*6월 19일 잠실 한화전) 그때 당시 개인 성적과 팀 승리를 위해 나만의 징크스로 머리를 기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여자의 직감이었는지 내 머리를 본 아내가 ‘그러다가 오늘 양배추 떨어뜨린다’라고 말하더라. 아니나 다를까 지적을 들었던 그날 사건이 일어났다. 7회 마운드에 올라 투구하던 중 모자가 벗겨지면서 양배추를 떨어뜨린 것이다. 그것도 두 번이나. 머리카락이 길었는 데다 양배추 잎까지 얹히니 모자가 투구와 동시에 벗겨지더라. 그렇게 '박배추' 짤이 탄생하게 됐다. 그 당시 성적도 좋았는데? 그전에는 어깨부상 때문에 연속해서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양배추를 쓴 2004년과 2005년에는 2시즌 연속 10승을 하더라. 진짜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 선수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2001년 두산 시절, 한국시리즈(두산 vs 삼성)에서 우승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하다 보니 6차전에 선발로 뛰게됐는데 팀이 지고 있을 때 마운드를 내려와서 속상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타자들의 타격이 살아나더라. 결국 야구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NC에 있었을 때 마지막 경기도 생각난다. (LG 방출 이후) 1승을 하기 위해 5년 동안 트레이닝을 하면서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었고 여러가지 안 좋은 일들이 많았다.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김경문 감독님이 기회를 주셔서 NC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적 후 나성범 선수를 비롯한 팀원들이 많이 도와줬고 특히 배석현 단장님에게 정말 고마웠다. 트레이너 파트너에게도 고마웠고. 그분들 덕분에 39살의 나이에도 구속 149km를 던지고 은퇴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잠실 라이벌인 두산과 LG에서 뛰었다. 팀 분위기는 어떻게 다른가?

▶두 팀 문화가 워낙에 다르다. 두산은 경기에서 지고 나면 선수들이 실내연습장에 가서 연습을 많이 했다. 반면 LG는 조금 달랐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지더라도 연습은 따로 하지 않았다. 팀 분위기 자체가 그랬다. 복지는 LG가 정말 좋았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이런 부분은 최고였던 것 같다.

그리고 놀랐던 점은 두산에서 10년 뛰었을 때보다 LG에서 1년 반짝 활약 했을 때 인기가 훨씬 많았다. LG가 인기 팀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 LG시절(2010년) 연봉이 90%나 깎인 채 재계약을 맺었다. 역대 최대 삭감폭 기록인데 당시 어떤 심정이었나?

▶지금이라면 받아들이지 못 했을 텐데 그때 당시에는 어깨 수술도 내 돈 주고 할 정도로 LG한테 미안했다. 그래서 바로 사인을 했다. 너무 미안했기 때문에.

-선수 시절 우완 트로이카 3인방(박명환, 손민한, 배영수)으로 꼽혔다. 이중에 누가 제일 낫다고 생각하나?

▶경기 운영면이나 두 번의 어깨수술을 받고도 재기에 성공한 손민한 NC 코치님을 가장 높이 평가하고 싶다. 경남 라이벌인 롯데와 NC, 두 팀에서 에이스로 활약하셨고 나와는 마지막 선수 생활을 같이 했는데 그 당시 선배님께 많이 배웠다. 현재 NC가 1위를 달리는 거 보면 투수 코치가 운영을 잘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NC가 잘하는 이유는 손민한 코치 덕분?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이동욱 감독님을 필두로 손민한 코치님, 강인권 코치님, 이종욱 코치님 등 스태프들이 모두 잘하고 있는 데다 항상 한발 앞서나가는 NC 프런트가 한몫하는 것 같다. 리니지를 만든 회사라서 그런가.(웃음)

- 현역 시절 주무기가 슬라이더였다. 요즘 후배 중에 본인 보다 슬라이더가 더 좋다고 생각한 선수가 있나?

▶며칠 전에 손혁 감독님이 인터뷰("조영건 슬라이더, 박명환-김수경 같아" -OSEN) 하신 걸 보고 조영건 선수의 슬라이더를 찾아봤는데 고속 슬라이더이더라. 다만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떨어지는 각이 조금 낮은 것 같은데 이 부분만 보완하면 더 좋을 것 같다. 본인을 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나? 당연히 나를 뛰어넘어야 한다.

- 현재 KBO리그에서 응원하는 팀 있나? 이유는? (두산, LG, NC- 선수)

▶ 이제는 유튜버이기 때문에 10팀 모두 응원한다고 말하고 싶다.(웃음) 프로야구 전체를 응원하면서도 유니폼을 입었던 팀들에게 조금 더 애정이 가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야구 선수' 박명환을 사랑했던 팬들에게 한 마디.

▶두산 시절에 많은 팬이 잠실구장 외야에 ‘KKK’ 현수막을 걸어주신 게 기억에 남는다.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가끔 전화를 받기도 하는데, 그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영상 내용: 김진우 선수가 팬서비스를 잘하는 이유에 대해 ‘어렸을 때 사인볼 요청을 무시한 선수를 보고 상처를 받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최근 게스트로 나온 김진우 선수 영상을 보고 깨달은 부분이 많았다. 선수 시절에 내가 항상 들고 있던 공이 팬들에게 그렇게까지 소중하고 좋은 추억이 될지 잘 몰랐었다. 앞으로 아카데미에 오시면 사진도 찍어드리고 공에 사인도 해드리고 싶다. 이제 유명인이 아니기 때문에 평범하게 지내면서 그때 못다한 팬서비스를 하고 싶다.




사진, 영상= 스포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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