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 없는 홍철팀, 염기훈 없는 염기훈팀
입력 : 2020.07.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서재원 기자= 수원삼성이 홍철과 염기훈 없이 FC서울을 만난다.

수원은 오는 4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0' 10라운드 서울과 슈퍼매치를 치른다.

어느새 99번째 슈퍼매치다(연맹 기록 90번째). K리그 최대 빅매치, 최고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던 두 팀의 만남이었지만 이제는 모든 게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올 시즌은 특히 더 그렇다. 수원은 2승2무5패(승점8)로 10위에 처져 있다. 서울은 3승6패(승점 9)로 하나 높은 9위다.

과거 수원과 서울의 경기 삼성과 GS, 국내 두 대기업의 대결로 묘한 신경전이 있었다. 모기업과 구단 내부에서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로 평가됐다. 그러나 지금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모기업의 관심과 지원은 축소된 지 오래다. 제 아무리 슈퍼매치라는 이름이 붙여도 기업 입장에선 리그 일정 중 하나로 밖에 생각하진 않는다.

때문에 '지지 않으면 다행이다'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슈퍼매치 승리에 따른 보상은 크지 않지만, 패배로 인한 타격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만약 지기라도 하면 팬들의 비난은 폭발한다. 평상시보다 몇 배는 더 심한 비난을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 동안 받아야 한다.

그런 경기에서 수원은 늘 졌다. 지난 98번의 슈퍼매치 전적은 35승28무35패(전 대회 전적, 연맹 기록은 89경기 32승 23무 34패)로 동률이지만, 최근 전적만 보면 수원이 16경기(7무 9패) 연속 승리하지 못했다. 수원이 리그에서 마지막으로 서울에 승리한 때는 2015년 4월 18일로, 벌써 5년 전 일이다.

수원은 '이번엔 한 번 이겨보자'라는 마음으로 매번 슈퍼매치를 준비한다. 이번 슈퍼매치의 의미는 더 크다. 만약 또 다시 패한다면, 그나마 남은 자존심이었던 역대 전적에서도 역전을 당하기 때문이다. 최근 부진한 결과로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이임생 감독의 입지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경기를 앞둔 수원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그동안 팀의 중심을 잡아줬던 두 선수 없이 슈퍼매치를 치러야 한다. 염기훈과 홍철이 그들이다.



염기훈은 A급 지도자 교육 일정으로 잠시 팀을 떠났다. 사전에 정해진 일정이었기 때문에 변경이 불가피했다. 그의 교육 일정은 오는 10일까지다. 다가올 포항스틸러스 원정(11일)도 염기훈 없이 준비해야 한다. 홍철은 1일 울산현대로 이적을 확정지었다. "최고를 목표로 하는 울산에 합류하게 돼 영광이다"는 그의 소감이 너무나 뼈아프다.

두 선수는 수원에 기둥 같은 존재였다. 수원의 '좌파라인'도 두 선수 때문에 만들어진 별명이다. 염기훈과 홍철은 경기장 안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영향력이 컸다. 두 선수는 부상 등의 이유로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때에도 경기장 밖에서 동료들에게 큰 힘을 줬다. 수원이 '염기훈팀', 염기훈이 없을 땐 '홍철팀'으로 불린 건 다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수원은 염기훈팀도, 홍철팀도 아니게 됐다. 염기훈 역시 잠시 팀을 떠났기에 동료들에게 영향력을 줄 수 없는 입장이다. 염기훈 없는 염기훈팀, 홍철 없는 홍철팀으로 '라이벌' 서울을 상대해야 한다. 이번 슈퍼매치를 두고 '슬퍼매치'라고 하는데, 아무리 서울이 헛발질 중이라도 수원의 슬픔이 더 크게 느껴진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