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X김형범의 진심 “꽁병지FC로 축구 문화 바꾸고 싶습니다”
입력 : 2020.07.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남양주] 김성진 기자= 축구 선수에서 축구 해설위원, 사단법인 이사장, 유소년 축구클럽 대표에 유튜버로 활동하더니 얼마 전부터 새로운 직함이 생겼다. 축구팀 구단주. ‘레전드’ 김병지(50) 이사장이 아마추어 축구팀을 창단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여기에 절친한 후배 김형범(36)은 축구팀 감독으로 발 벗고 나섰다.

김병지 이사장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꿈이 축구팀 구단주라고 밝혀왔다. 은퇴 후 다양한 활동을 한 그는 축구팀 창단을 위한 밑 작업을 하나씩 했다. 그리고 지난 2월 ‘꽁병지FC’를 창단했다. 그런데 엘리트 선수로 이루어진 팀이 아닌 선수 출신은 1명도 없는 순수 아마추어 축구팀이다.

6개월 만에 80명 정도가 가입했고 매주 토요일 진행하는 훈련에는 50~60명 이상이 꾸준히 참여하는 중이다.

꽁병지FC는 그저 김병지 이사장과 김형범 감독의 이름만 내건 축구팀이 아니다. 김병지 이사장, 김형범 감독 그리고 프로 출신 코치들이 매주 꽁병지FC 선수들에게 체계적인 훈련을 진행한다. 김병지 이사장이 골키퍼 선수들에게 기초부터 골키퍼 훈련을 한다. 현역 시절 최고의 프리키커였던 김형범 감독은 필드 플레이어 선수들에게 자신의 킥 기술을 하나씩 알려주기도 했다. 배운다고 바로 익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경험임은 분명하다.

김병지 이사장이 엘리트 선수 육성이 아닌 순수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하는 팀을 만든 데는 이유가 있었다. 자신이 만든 축구팀을 통해 아마추어 축구 문화를 바꾸고 싶어 한 것이다.

그동안 아마추어 축구팀은 매주 휴일에 학교 운동장 등에 모이는 조기축구회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서 공을 차며 즐기고 시합도 나가지만, 팀으로서 체계적인 부분을 기대하기는 미흡했다. 말 그대로 동네 축구 그 이상의 모습은 아니었다.



김병지 이사장과 김형범 감독은 아마추어 축구에서도 프로처럼 팀을 꾸리고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유니폼을 비롯한 팀 웨어를 협찬받았고 구단 버스도 준비했다. 꽁병지FC를 통해 아마추어 축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꽁병지FC의 다음 목표는 대한축구협회 디비전 시스템 가입이다. 꽁병지FC 선수들의 발전을 보고 K6리그(시도리그)나 K7리그(시군구리그)에 참여할 생각이다. 김병지 이사장은 “승패보다 도전하려는 것이다. 가장 큰 목표는 스포츠를 통한 즐거움을 주고 아마추어 축구의 문화를 만들려 한다”고 했다.

- 팀 창단 계기는?
김병지 : 축구를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시작했다. 레슨 프로그램은 많지만, 레슨 프로그램은 배우는 것으로 끝이다. 우리는 코칭이 들어가지만, 팀이 구심점이다. 팀을 통한 문화를 본다.

- 팀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김병지 : 현재 80여 명 정도 회비를 내고 활동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 훈련하는데 50~60명 이상씩 참여하는 중이다. 동성고, 덕소고 운동장과 김병지축구클럽 운동장 등 인조잔디, 천연잔디 운동장에서 번갈아 훈련하고 있다. 과거 조기축구회의 경우에는 훈련용 조끼 하나 걸치고 운동하거나 공을 차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팀 유니폼을 맞춰 입고 프로처럼 훈련하고 있다. 비록 아마추어지만 프로에서 하는 것처럼 밸런스, 코디네이션 운동과 전술 훈련 등 프로에게서 하는 것을 그대로 하고 있다. 꽁병지FC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은 그런 점을 좋아하신다.

김형범 : 운동장에 오면 자신이 프로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힘들어도 더 즐기고 좋아하는 것 같다. 서로 축구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하나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40명씩 캠핑도 가는 등 축구를 매개체로 하나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김병지 : 우리는 팀 버스를 최근에 준비했다. 환경적으로 하나씩 갖춰 나가고 있다. 이런 팀이 전국에 200개 정도 있다면? 아마추어 축구의 문화가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대한축구협회에서 디비전 시스템을 만들었다. 실력, 수준 차가 있지만, 체계화가 되면서 하나씩 정립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내년에 K6나 K7리그 참가를 생각하고 있다. 그런 것도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된다.

김형범 : 선수들이 꽁병지FC의 자부심이 있다. 우리가 중고교 때 전국에서 잘하는 선수가 있으면 눈여겨 봤듯이, 꽁병지FC가 아마추어 축구계에서 조금씩 알려지니까 지켜보는 분위기가 있다.



- 김형범 감독은 첫 지도자 생활이 되는데 어떠한가?
김형범 : 처음에는 욕심이 있어 훈련에 난이도가 있었다. 지금은 팀에 맞추고 있다. 사실 주 1회 훈련으로 실력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 내가 바꾸고 싶은 것은 나쁜 습관과 잘못된 생각을 고치는 것이다. 아마추어에서 손흥민처럼 드리블로 골을 넣는 것을 생각해야 할까? 패스로 골을 만드는 것만 생각해도 팀플레이가 된다.

선수들이 체계적으로 관리를 받으니까 좋아한다. 처음에는 보호대 안 하고, 스타킹 신지 않았으면 훈련을 못 하게 했다. 훈련도 실제처럼 완벽하게 준비했다. 우리가 이렇게 완벽하게 하니까 경기를 할 때 상대 팀도 좋아했다. 이렇게 아마추어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 팀에 골키퍼가 많다. 80여 명 중에 골키퍼만 8명이나 된다.

- 김병지 이사장 때문에 활동하는 선수들이겠다.
김형범 : 창원에서 매주 올라오는 골키퍼가 있다. 이사장님처럼 꽁지 머리를 기르고 매주 올라온다. 새벽까지 일하고 바로 버스 타고 올라오는 열정적인 분도 계시다.

김병지 : 우리 같은 사람들은 축구를 업이라 생각하지만, 그분들은 축구로 스트레스를 푼다. 활력소인 셈이다. 그런 모습이 참 좋다. 특히 누구에게 꽂혔다는 것은 정말 복 받은 일이다.

김형범 : 그분 외에도 다들 김병지, 김형범 이름만 걸어 놓고 코치들이 가르치는 줄 알았다고 한다. 감명을 받았다는 선수들도 있다. (김형범)

- 유니폼, 선수단 차량에 기업 광고까지 후원을 받았다. 웬만한 프로팀 못지않다.
김병지 : 자생력 갖춘 팀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흑자는 국가대표뿐이다. K리그1도 흑자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 외 리그도 적자다. 난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팀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가 그런 것을 잘하는 팀이 되고 싶다. 이런 문화가 되게 하고 싶은 것이다.

김형범 : 팀이 무엇을 하려고 하면 돈이 나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난 선수들과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최근에는 속초로 전지 훈련을 다녀오기도 했다. 내가 마음껏 하도록 이사장님께서 스폰서 유치 등 경영에 힘쓰고 계신다.

김병지 : 초상권을 최대한 활용해서 마케팅한다. 버스, 유니폼, 훈련 용품 후원을 받는다. 열심히 영업한다면 다 할 수 있다. 그것을 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 K6, K7리그 참가 계획이 선수들에게 동계부여가 되고 있나?
김병지 : 양날의 검이다. 선수 수급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K6리그에 머물더라도 도전을 하고 싶다.

김형범 : 올해는 훈련이 목표다. 내년을 대비하고 있다. 프로팀이 시즌을 앞두고 1~2개월 전지 훈련을 한다면 우리는 1년 내내 전지 훈련으로 조직력을 다지는 식이다. 장기 프로젝트다.

- 꽁병지FC의 목표는?
김병지 : 아마추어 축구의 문화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스포츠가 주는 즐거움과 시너지 효과가 있다. 다음에는 중부권 2팀과 호남권, 영남권에 1팀씩 총 4팀을 만들어서 한 달에 한 번씩 교류전을 벌이고 싶다. 이렇게 팀이 늘어나고 커나간다면 분명 달라질 것이다.



사진=스포탈코리아, 꽁병지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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