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포커스] ''또 골 넣을게요!''...'강심장' 증명한 이동률의 멀티골 '비하인드 스토리'
입력 : 2020.08.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제주] 이경헌 기자= '강심장'이 따로 없다. 올해로 만 20세. 프로 2년차에 불과한 신성이 미친 존재감과 함께 게임체인저가 됐다. 제주유나이티드(이하 제주)의 '스피드레이서' 이동률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제주는 29일 오후 7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안양과의 하나원큐 K리그2 2020 17라운드 홈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제주는 승격의 분수령이었던 8월 홈 3연전(안산-부천-안양)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승점 34점을 확보한 제주는 2위 수원FC와의 격차를 승점 2점으로 계속 유지하며 선두를 질주했다.

8월 홈 3연전의 주인공은 이동률이었다. 지난 23일 안산전(3-1 승)에서 선발 출전한 이동률은 26일 부천전(4-0 승)에서 자신이 직접 얻어낸 페널티킥 찬스에서 키커로 나서 프로데뷔골을 터트린 데 이어 안양을 상대로 멀티골까지 폭발시키며 K리그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이동률의 진가는 추가골 장면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제주는 후반 11분 권용현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불안감에 휩싸였지만 이동률의 한 마디로 다시 일어섰다. 이동률은 실점 직후 주변에 있던 안현범에게 "형, 괜찮아요. 제가 또 골 넣을게요"라고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고 불과 1분 만에 득점을 터트리며 제주에게 승기를 가져다 주었다.

경기 후 이동률은 "그때는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다. (웃음) 실점을 내주고 (안)현범이형에게 또 골을 넣겠다고 말했다. 워낙 형들의 패스가 좋기 때문에 또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 혼자 해낸 것이 아니다. 제주는 하나다. 승리를 향한 열망이 득점으로 이어진 것 같다. 무엇보다 선두를 지킬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라고 승리의 소감을 전했다.



남기일 감독의 결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올 시즌 남기일 감독은 U-22 의무 출전 카드로 서진수, 김현우, 이규혁, 임덕근 등 다양한 신예 선수들을 활용했다. 하지만 이동률은 8월 홈 3연전전까지 7월 26일 대전전 출전이 유일했다. 8월 홈 3연전을 앞둔 남기일 감독은 예상을 깨고 상대의 집중 수비를 파쇄하기 위해 '크랙' 성향이 강한 이동률을 선발로 기용했다.

제주 U-18 유스팀 출신 공격수 이동률은 2017 U-18 챔피언십에서 33.18km/h의 압도적인 속도를 기록할 정도로 스피드에 일가견이 있다. 프로 입성을 앞둔 고교 3학년 시절인 2018년에는 R리그 9경기에 나서 팀 내 최다 득점인 5골을 기록할 정도로 결정력에도 탁월한 모습을 보였다. 프로데뷔 첫 해에는 K리그1 5경기 출전으로 성공의 예열을 가했다.

남기일 감독은 "누가 봐도 이동률은 잘했다. 계속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고 안양전에서는 필드골로 자신감까지 끌어올렸다. 그동안 본인의 장점이 경기장에서 나오지 않아 마음 고생이 심했다. 8월 홈 3연전을 앞두고 자신의 장점을 뚜렷하게 만들어가는 이동률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2경기 연속골로 자신의 진가를 증명해냈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동률은 이 순간의 영광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했다. 향후 꾸준한 경기 출전과 활약이 이어진다면 K리그2 초대 영플레이어상 수상 가능성까지 점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동률의 얼굴에는 자만감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같은 유스팀 출신이자 프로 입단 동기인 서진수와의 선의의 경쟁은 축구화 끈을 더욱 더 질끈 동여매는 이유다.

이동률은 "이번 8월 홈 3연전을 통해 자신감을 많이 얻게 됐다. 제주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U-22 출전 카드에도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특히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서)진수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많은 걸 느끼고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라운드 위에 서있는 한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앞으로의 선전을 다짐했다.

사진=제주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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