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포커스] 꼴찌가 코앞 일지라도...수원, 포항전처럼 뛰면 산다
입력 : 2020.09.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수원] 서재원 기자= 넘어져도 다시 일어났다. 수원삼성은 포항스틸러스를 상대로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수원은 16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1라운드에서 포항과 0-0으로 비겼다. 승점을 1점 밖에 쌓지 못한 수원(승점 18)은 같은 시간 FC서울을 꺾은 인천(승점 18)과 승점 동률을 이뤘다.

수원 입장에서 반드시 잡았어야 하는 경기다. 지난 주말 FC서울과 슈퍼매치에서 패한 수원은 인천에 2점 차로 쫓기는 입장이었다. 만약 포항에 패한다면 꼴찌로 밀려날 수도 있었다. 아직 파이널라운드가 남았다곤 하지만 꼴찌는 곧 강등을 의미했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했다. 수원은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 새 감독 선임에 지지부진했고 벼랑 끝에 몰린 후에야 부랴부랴 박건하 감독을 새 사령탑에 앉혔다. 아니, 벼랑 끝에 대롱대롱 겨우 매달려 있는 상황이었다. 새 감독에게도 준비 기간이 필요한데, 3일 간격으로 경기가 반복되다 보니 어디 하나 손 쓸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박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는 포백이 기본이 된다. 하지만 수원의 선수단은 스리백에 최적화 돼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시스템, 포메이션을 바꾸는 건 무리였다. 때문에 박 감독은 서울전에 이어 스리백을 기본 전술로 쓸 수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억지였다. 중앙 수비수 자원이 없기 때문에 측면 수비수인 장호익을 한 축으로 썼으니 말이다.

어떻게든 결과를 내야 했다. 수원은 초반 수비에 중점을 둔 채 역습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그래도 준비를 잘 한 모양이었다. 리그 최강 팀들도 벌벌 떨게 만드는 포항의 빠른 공격진을 확실히 틀어막았다.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송민규는 장호익에게 빈번히 막혔고, 팔라시오스도 경기 내내 짜증을 낼 정도로 괴롭힘을 당했다.

수원의 처절함이 돋보인 경기였다. 정말 열심히 뛰었다. 수비는 위기 때마다 몸을 날렸고 공격 상황에선 넘어지면 재빨리 다시 일어났다. 부상을 제외하곤 누워있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그 결과 포항은 90분 동안 유효슈팅 0개를 기록했다. 반면 수원은 15개의 슈팅을 퍼붓는 동안 5개의 유효슈팅을 시도했다. 강현무의 선방 등 골운이 따르지 않은 경기였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수원의 결과가 아니라, 인천의 결과 때문이었다. 하지만 절망보다는 희망에 가까운 경기였다. 이렇게 열심히 뛴다면 지지 않는다는 것, 이길 수도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박 감독이 인천과 동률에도 "다른 팀의 상황을 생각하기보다 우리가 얼마나 좋은 모습으로 변화하고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했다.

수원에 6경기 남았다. 다가올 강원FC전과 파이널라운드 5경기에서 수원의 운명이 결정된다. 밖에서는 모두 안 될 거라고 말하지만 수원만 잘 하면 된다. 수원이 남은 6경기를 포항전처럼만 임한다면 K리그1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수원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그 문제는 일단 살고나서 생각해야 할 때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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