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형' KIA 브룩스, 1위 지표 하나 없는 그가 사랑받는 에이스인 이유
입력 : 2020.09.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세이버메트릭스가 발전했지만 한·미·일을 막론하고 여전히 선발 투수의 중요 지표는 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으로 여겨진다. 이 지표들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을 때 보통 3관왕이라 일컫는다. 그 점에서 KIA 타이거즈의 애런 브룩스(30)는 어느 것 하나 1위 지표를 갖고 있지 않다.

19일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7이닝 무실점 0볼넷 9탈삼진으로 시즌 11승째를 거둔 브룩스는 9월 들어 타 팀의 외국인 투수들이 부진한 틈을 타 대부분의 투수 지표 최상위권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 놓았다.

브룩스는 19일 경기까지 23경기 11승(1 완봉승 포함) 4패, 151.1이닝 24볼넷 130탈삼진,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 중이다. 다승 공동 5위(1위는 NC 드류 루친스키의 15승), 탈삼진 단독 2위(1위는 롯데 댄 스트레일리의 152개), 평균자책점 2위(1위는 키움 에릭 요키시의 2.13)가 현재 브룩스의 위치다.

이외에 선발 투수에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지표에서도 브룩스가 선두를 달리는 곳은 드물다. 브룩스의 소화 이닝은 공동 2위(1위는 KT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161이닝), 퀄리티 스타트는 16회로 4위(1위는 두산 라울 알칸타라의 20회)다.

하지만 각 지표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어떤 투수도 브룩스보다 선뜻 낫다고 말하긴 어렵다. 브룩스가 확연한 차이로 1위(스탯티즈 기준 7.13)를 달리고 있는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같은 세이버매트릭스 지표를 굳이 가져오지 않더라도 눈에 보이는 지표만으로도 브룩스가 왜 좋은 투수인지는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다.

공을 낭비하지 않는 것은 브룩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선발 투수가 효율적인 투구를 하면 이닝을 길게 가져가게 되고, 불펜의 과부하를 막아 장기적으로는 팀에 도움이 된다. 좋은 제구력과 구위로 강한 타구를 억제하는 브룩스의 장점은 19일 한화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19일 한화전에서 11승째를 챙긴 애런 브룩스

브룩스는 7회를 소화하는 동안 삼진 9개를 잡아내면서 83개의 공만을 던졌다. 한화 타자들이 끈질기게 달라붙은 2회와 5회를 제외하면 모든 이닝에서 공 12개를 넘기지 않았다. 꾸준히 이런 모습을 보여준 브룩스는 올해 KBO 리그 투수 중 경기당 이닝 소화율이 6.58로 가장 좋다.

효율적인 이닝 관리에는 높은 땅볼 유도율도 한몫한다. 브룩스는 올해 가장 많은 땅볼(219개)과 두 번째로 많은 병살타(20개)를 상대 타자들에게서 끌어냈는데 브룩스의 올해 뜬 공 대비 땅볼 비율은 3.09로 2위권(2위 키움 에릭 요키시의 1.76)보다 압도적인 수치를 자랑한다.

여기에 탈삼진 2위 기록으로도 알 수 있듯 비슷하게 땅볼을 양산해내는 투수에 비해 탈삼진 능력을 갖추고 있어 우위를 가진다. 시즌 피홈런도 4개로 10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 중 팀 동료 드류 가뇽(3개) 다음으로 적다.

흔히 승리는 투수의 영역이 아니라 하지만, 브룩스가 등판한 경기에서 팀이 많은 승리를 거두는 것 역시 그가 에이스로 불릴 만한 이유다. KIA는 브룩스가 등판한 23경기에서 15승(8패)을 기록 중인데 이는 KIA가 거둔 승수(59승)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특히 최근 한 달 동안에는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팀을 플레이오프 경쟁권으로 이끌었다. 8월 23일에서는 꾸역꾸역 6회까지 키움 타선을 버텨내며 팀의 5연패를 끊었고, 9월 1일에는 삼성전에서 8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팀을 2연패에서 건져냈다. 이때부터 4연승을 달리고 있는 브룩스는 9월 한 달간 4경기 4승 평균자책점 0.95를 기록하며, 어느덧 9월의 투수 상도 목전에 두고 있다.

1위 지표는 없지만 브룩스는 어디 하나 빠진 곳 없이 두루 갖췄다. 브룩스가 올해 KBO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중 하나인 이유, KIA 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