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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포커스] 24시간 ON, 전경준은 패배 직후 분석실로 향했다

기사입력 : 2020.09.30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 공유


[스포탈코리아=광양] 이현민 기자= “감독님 항상 ‘ON’일 수 없잖아요, 가끔 ‘OFF’도 하셔야죠.”

붉게 충혈된 눈, 검게 그을린 얼굴. 필자가 걱정돼 물었다. 그러자 전남 드래곤즈 전경준 감독에게 돌아온 답은 “이제 얼마 안 남았잖아요. 끝까지 죽어라 해봐야죠. 저보다 코치들, 분석관들이 더 힘들 겁니다. 괜히 미안하네요.”

전남은 지난 28일 제주유나이티드와 K리그2 21라운드에서 0-2로 패했다. 이겼다면 3위 대전하나시티즌(승점33) 추격에 박차를 가함과 동시에 경남FC(승점30)를 제치고 4위를 탈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컨드 볼 두 번에 실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6경기 무패(2승 4무)를 멈췄고, 승점 29점으로 5위에 머물렀다.

전남은 K리그1 승격 1순위로 꼽히는 제주와 세 번째 맞대결이 열리기 전까지 1승 1무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당시 시즌 초반이라 제주 선수들의 컨디션과 조직력이 덜 갖춰진 탓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전남의 행보를 보면 제주가 고전할 만도 했다. 지금도 K리그2 팀 중에서 실점(18실점)이 가장 적다. 때문에 제주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 남기일 감독은 2-0으로 승리한 후 “전남은 수비적으로 정비가 잘 된 팀”이라고 극찬했다. 전경준 감독은 “준비한대로 잘했고, 세컨드 볼도 대비했는데 너무 아쉽다. 분명 기회가 왔을 텐데, 안타깝다”며 두고두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번 미끄러졌지만, 기회는 있다. 4위 안에 들면 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다. 이미 제주와 수원FC 2강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대전, 경남, 전남, 서울 이랜드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혈투가 끝난 28일 늦은 밤 전경준 감독과 티타임(인터뷰)을 가졌다. 이미 클럽하우스(백운생활관)에서 코칭스태프와 1차 회의를 마친 뒤였다. 필자와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29일 자정이 지났을 무렵, 전경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주장인 김주원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김주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감독님 너무 아쉽네요. 죄송해요”라는 말과 함께 본인과 팀 경기를 회고하면서 전경준 감독과 소통했다. 잠도 못잘 만큼 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전경준 감독은 “주원아! 혼자서 너무 많은 걸 짊어지려 하지 마. 충분히 잘하고 있고 항상 고생이 많다. 조금만 힘내자”고 독려했다.

자연스러움이 묻어났다.

전남 짠물 수비의 일등공신은 김주원이다. 과거 포항 스틸러스에서 그를 지도했던 황선홍 전 대전 감독도 “주원이 많이 좋아졌네, 전남에서 확실히 자리 잡았다”고 칭찬할 정도로 든든해졌다.

이처럼 전경준 감독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팀 재건이 힘을 쏟고 있다.

전경준 감독이 힘을 내 일할 수 있는 이유는 달라진 사무국도 있다. 지난 시즌 중반 전경준 감독은 대행으로 팀을 이끌었다. 막판까지 플레이오프 경쟁을 펼치는 등 단기간에 저력을 발휘했다. 승격은 무산됐지만, 구단은 전경준 감독에게 신뢰를 보냈다. 다른 인물(감독으로)도 있었지만, 믿고 결단을 내렸다. 그 결과, 이제 전남은 어느 팀과 붙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건실한 팀으로 성장했다.

전경준 감독과 인터뷰가 끝난 후 클럽하우스를 찾았다(사전 양해 구한 뒤). 사무실이 불이 켜져 있었다. 바로 분석실이었다. 한 코치에게 묻자 “24시간 내내 불이 꺼지지 않는다. 장비(PC, 카메라 등)가 늘 가동되는 곳”이라고 밝혔다. 오직 축구 생각만 가득한 곳이다.

전남 사무국 직원들은 전경준 감독을 ‘지니어스’라고 부른다. 베테랑 이종호와 선수들은 “감독님은 축구 천재”라고 늘 엄지를 세울 정도다. 부부처럼 늘 함께 하는 최철우 수석코치도 “축구밖에 모르신다. 대단하다”고 웃었다. 24시간 내내 ON이다.

조금 떨어진 밀실(회의실)에거 전경준 감독, 최철우 수석코치를 포함한 코칭스태프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경기를 복기하고 교훈삼아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아직 6경기 남았잖아. 나는 여기서 모든 걸 다 걸었어. 후회 없이 해보자.”

비슷한 시간 전남 조청명 사장은 팀장급 이상을 소집했다. “전경준 감독이 잘해주고 있으니 우리 사무국도 모든 지원을 다하자”는 취지로 결의를 다졌다.

레전드 노상래 전력강화 고문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경준 감독이 지휘하면서 팀이 많이 끈끈해졌다. 힘이 닿는데 까지 도울 생각”이라고 했다.

전경준 감독은 “(노)상래 형이 많이 도와준다. 마음 놓고 팀을 지도할 수 있게 사무국도 큰 힘이 된다. 모두가 하나 돼 우리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전남은 분명 달라졌다. 과거 ‘나몰라라’하며 악행과 비리를 저지르고 떠났던 이들의 잔재도 없다. 형편이 넉넉지 않아 스쿼드도 두텁지 않다. 지금도 주축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그렇지만 전경준 감독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잇몸조차 없으면 뭐라도 덧대어 난관을 극복해가고 있다. 머릿속에 ‘말년에 와서 대충하다가 돈이나 받고 가야지’하는 선수들도 없다. 이렇게 전남이 승격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진=스포탈코리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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