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포커스] 김도훈의 울산, “직진×올인” 더 이상 악몽은 없다
입력 : 2020.10.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울산] 이현민 기자= 또 2인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그토록 꿈꾸던 리그 세 번째 별을 품을까. K리그 전통의 명가 울산현대가 기로에 서있다.

울산은 현재 K리그1 선두다. 리그 25경기를 치르는 동안 51골로 가장 많이 상대 골망을 흔들었고, 22실점으로 전북현대(21실점)에 이어 최초 실점 2위다. 지난 18일 포항 스틸러스와 동해안더비에서 0-4 패배만 없었다면 실점도 1위다. 어찌 됐든 울산은 ‘날카로운 창’과 ‘단단한 방패’를 모두 장착한 팀이다.

이제 리그 2경기 남았다. 11월 1일 광주FC와 마지막 경기는 생각할 필요 없다. 당장 25일 오후 4시 30분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릴 전북과 사실상 결승전인 26라운드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울산은 전북과 54점으로 승점이 같고, 다득점에서 51대43으로 8골 앞서 있다. 여전히 유리하다. 그렇지만 지난 라운드에서 포항에 충격적 대패를 당했다. 반면, 같은 날 전북은 광주를 4-1로 제압하고 웃었다. 희비가 엇갈렸다.

이를 두고 울산의 2013, 2019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포항전이 끝난 후 비판은 물론 볼멘소리, 분노, 것도 모자라 악담을 퍼붓는 일부 울산 팬들을 볼 수 있었다. 이해는 간다. 결정적인 순간, 반드시 잡고 가야 할 경기를 항상 놓쳤기 때문이다. ‘한 고비를 못 넘겨’ 최악의 상황에 놓였고, 최악의 결과까지 마주했다. 사실, 이번 시즌 울산은 가장 적은 단 3패인데, 그 중 전북이 두 번 포항이 한 번이다. 울산은 6월 28일 홈에서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여 준비한 걸 채 보여주지 못해 0-2로 졌다. 9월 15일 원정에서 변칙 카드가 실패해 1-2로 고배를 마셨다.



포항전 충격 패 이후 4일 뒤인 22일 오후 울산클럽하우스를 찾았다. 사무국은 분주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주관, 울산과 전북의 화상 미디어데이 개최 준비에 한창이었다. 오전 훈련을 마친 선수들은 점심식사 후 해산했다. 골잡이 주니오와 블루드래곤 이청용은 언론사 요청으로 개인 인터뷰에 응했다. 분위기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도훈 감독과 김태환 역시 지난 경기 패배를 잊은 듯 미디어데이에 성실히 임했다.

클럽하우스에서 만남 김도훈 감독은 “쉽지 않다”고 너털웃음을 보이며 “그래도 잘 해봐야죠. 신경 써주는 구단, 열심히 하는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 가중 중요한 “팬들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데... 힘을 내서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울산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김태환 역시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우리는 증명하겠다”며 밝힌 그는 “팬들이 있으면 늘 든든하다. 우리에게 힘을 준다. 더 좋은 경기력과 결과로 기대하시는 우승컵을 들어 올리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핵심은 정면 승부다. 울산은 전북과 두 차례 대결에서 제대로 못 싸웠다. 이번에는 핵심 수비수 불투이스, 공격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던 비욘존슨이 빠진다. 이청용은 100% 몸 상태도 아니다. 핑계거리는 있다. 그렇지만 대체 자원은 빵빵하다. 득점왕을 확정한 주니오(25골 2도움)가 있고, 김도훈 감독의 애제자 김인성(6골 4도움)도 건재하다. 불투이스는 김기희로 메우면 된다. 원두재 카드도 있다. 조현우가 있는 뒷문도 든든하다. 이 밖에 이근호, 박주호, 김태환, 홍철, 정승현, 신진호, 윤빛가람, 고명진, 김성준 등 포지션 별로 전, 현직 국가대표가 즐비하다. 이동경, 박정인, 이상헌 등 영건들도 있다. 김도훈 감독은 누누이 “베스트11은 물론 18명 명단을 짜는 것도 복잡하다.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중요한 건 우리 울산은 누가 나가도 제몫을 해준다”며 선수들을 신뢰했다.

이제 결과다. 1위가 기억된다. 더 이상 실험도 숨길 패도 없다. 최상의 전력을 가동해야 한다. 다 쏟는 것만이 살 길이다. 전북과 이 한 판에 리그 우승이 달렸다. 단지 우승컵 하나가 아니다. 이 결과는 다음달 4일과 8일 펼쳐진 FA컵 결승에도 영항을 미칠 수밖에 없다. AFC 챔피언스리그, 나아가 모기업의 위신, 다음 시즌과 향후 몇 년 간 팀 운명이 달렸다. 답은 직진이다. 김도훈 감독은 “앞서 전북에 두 번 졌다. 이제 우리가 이길 차례다. 잘하는 걸 하겠다, 즐기면서 결과까지 잡겠다”고 전면전을 선언했다. 그의 말대로 “전북을 이겨야 의미 있는 우승”이다. 악몽 되풀이는 없다. 울산 엠블럼에 달린 두 개의 별이 더 이상 ‘장식’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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