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한국 축구의 목소리’ 송재익, “2002 월드컵 없었다면 오래 못 했을 것”
입력 : 2020.11.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허윤수 기자= 대한민국 축구의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송재익(78) 캐스터가 마이크를 내려놨다.

송 캐스터는 지난 21일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27라운드 서울 이랜드와 전남 드래곤즈의 정규리그 최종전을 끝으로 마지막 K리그 중계를 마쳤다.

1970년 MBC 아나운서로 방송을 시작한 그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중계를 진행했다. 수많은 어록과 함께 한국 축구와 복싱을 대표하는 캐스터였다.

이후 중계 현장을 떠났던 송 캐스터는 지난해 K리그2 중계방송을 통해 복귀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중계방송을 자체 제작을 하며 다시 그에게 마이크를 맡겼다.

선수들의 학력, 신체 조건 등을 짚는 그의 복귀는 중장년 축구 팬들에게는 향수를 젊은 팬들에게는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송 캐스터는 “MBC에서 30년, SBS에서 10년을 한 뒤 68살에 마이크를 내려놨다. 그리고 10년을 쉬었는데 다시 중계를 할 수 있으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은퇴하는 걸 아내가 가장 좋아한다. 코로나19로 위험한데 늙은 남자가 운동장에 다닌다고 걱정이 많다. 맛있는 저녁을 해놓을 테니 빨리 오라고 하더라”라며 가족의 반응을 전했다.

송 캐스터는 2002 한일 월드컵이 자신에게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리지 않았다면 이렇게 오래 못했을 것이다. IMF가 닥치자 방송 세계에서 아나운서를 보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월드컵 경쟁이 있어 계속할 수 있었다. 그러니 축구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50년이 넘는 중계 인생. 그는 한국 축구의 4강 신화가 이뤄진 순간과 더불어 기억에 남는 몇 경기를 꼽았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독일은 통일된 상태가 아니었다. 서독이 우승을 차지했고 나는 ‘로타어 마테우스가 이끄는 독일이 세계를 평정하고 찬란한 우승컵을 들고 돌아가면 통일이 돼 있다. 참 부럽다’라고 말하는데 목이 메더라. 나 또한 6‧25 전쟁을 겪은 세대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코미디언 故 이주일 씨가 투병 중에도 경기장을 찾았던 때와 2004 아테네 올림픽 말리와의 경기에서 전반전 0-3으로 뒤지다 3-3으로 경기를 끝냈던 극적인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했다.

송 캐스터는 최고령 캐스터였음에도 정확한 발음과 전달력 높은 발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는 건강 유지 비법을 묻는 말에 절제와 겸손을 말했다.

“중계 때마다 가지고 다니는 파일에 절제와 겸손이 쓰여 있다. 절제는 해야 될 일을 반드시 하고 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게 절제다. 술, 담배를 거의 하지 않았고 분수에 맞지 않는 일도 안 하려고 했다. 세상을 계산하고 살지 않았다”

“캐스터였기에 중계를 마치곤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임원들과 어울리거나 그러지 않았다. 겸손은 참 힘들다. 하지만 내가 깨닫게 된 쉽게 겸손해지는 방법은 겸손한 척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건강도 유지가 됐다”

②편에 이어집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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