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1표' 김재호는 마지막까지 두산의 '라스트 댄스' 꿈꿨다
입력 : 2020.11.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고척] 김동윤 기자=올해 초 미국프로농구(NBA) 전설 마이클 조던의 마지막 우승을 다룬 다큐멘터리 '라스트 댄스'는 KBO 리그 포스트시즌을 통해 한국 팬들에게 더욱 알려졌다.

따로 말하지 않아도 같은 선수단으로 우승을 노리는 마지막 해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2020시즌의 두산 베어스는 1997-1998시즌의 시카고 불스를 떠올리게 했다. 두 팀 모두 주축 선수들과 함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3년 연속 NBA 우승(1차 3연속 우승을 포함하면 6회 우승)을 달성한 팀이었다는 점도 한몫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많이 달랐다. 구단과 선수단의 불협화음으로 마지막을 직감한 조던의 불스와 달리 두산은 한 선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지도 않았고,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올해 두산이 마지막을 직감한 것은 재정 상태가 나빠진 모기업의 사정과 한 팀에서 FA 자격을 갖춘 선수들이 이례적으로 많이 나왔다는 야구 외적인 요소 때문이었다.

야구로 풀 수 없는 악재에 두산 선수단은 더욱 똘똘 뭉쳤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김재호는 "선수들도 이런 상황에 대해 의식하고 있고 서로 헤어지고 싶지 않아 한다"고 선수단 분위기를 전하면서 "이렇게 좋은 멤버로 언제 또 모일 수 있을까. 그런 만큼 좋은 추억을 길게 가져가려 한다"며 두산만의 '라스트 댄스'를 꿈꿨다.


단순히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안정적인 수비로 어린 투수진의 뒤를 든든히 지킨 김재호는 꾸준히 안타를 기록하며 조용히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예열을 마친 김재호의 방망이는 가장 중요한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 불을 뿜었다. 두산이 NC에 5-4로 승리한 2차전에서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4회 터진 김재호의 홈런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프로 데뷔 17년 차에 포스트시즌 78경기를 치르면서도 홈런이 없었던 김재호는 포스트시즌 첫 홈런을 때려냈다.

2차전을 마친 후 김재호는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서 주연이 되고 싶은 적은 없었다. 항상 하위 타순에 배치돼 상위 타순에 연결하는 조연이라 생각했다"며 늘 스스로 조연을 자처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하지만 올해 포스트시즌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고, 그래서 욕심을 부렸다.

이 멤버와 한 경기라도 더 하고 싶은 김재호의 욕심은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3차전에서 김재호는 득점권이 아닌 상황에서는 볼을 골라내 출루에 집중했고, 득점권에서는 방망이를 짧게 잡고 적시타를 뽑아냈다. 2타수 2안타 3타점 2볼넷을 기록한 김재호에게는 2차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데일리 MVP가 주어졌다.

"이제 내 몫은 끝난 것 같다."며 웃어 보였지만 이어지는 3연패 속에서도 두산 팬들의 답답한 속을 달래준 건 김재호뿐이었다. 4차전에서는 팀 3안타의 전부를 책임졌고, 6차전에서는 득점권에서 유일하게 장타로 점수를 뽑아냈다.

김재호의 2020년 한국시리즈 최종 성적은 6경기 19타수 8안타(1홈런) 7타점, 타율 0.421. 이번 시리즈에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타점과 장타(3개로 공동 1위)를 올린 김재호는 두산의 '라스트 댄스'를 이끈 조던이 될 수 있었다.

맹활약으로 팀을 시리즈 6차전까지 이끈 것은 22년 조던과 같았다. 하지만 우승을 이뤄낸 조던과 달리, 김재호에게는 씁쓸한 준우승의 기억과 MVP 표 1장만이 남았다.

사진=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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