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악바리 GK' 박성수 ''대구 출신 국가대표 계보 꿈꾼다''
입력 : 2021.01.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서재원 기자= 박성수(25)는 대구FC의 국가대표 수문장 계보를 잇겠다는 마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어쩌면 그의 축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대구는 지난 11일 골키퍼 박성수 영입을 발표했다. 사실 그의 이름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고등학교 때도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 졸업 후 일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는데, 대부분 시간을 하부리그에서 뛰었기에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벌써 프로 7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무명이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안다. 맨몸으로 일본에 건너간 그가 낯선 땅에서 자리 잡기 위해 얼마나 힘겨운 싸움을 해왔는지 말이다. 대구가 박성수를 영입한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박성수는 지난 14일 '스포탈코리아'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대구에 입단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대구는 일본에 있을 때부터 인상 깊게 봤던 팀이다. 특히 작년에 코로나 상황 속 J리그보다 K리그가 먼저 시작했다. 그 때 대구 축구 보면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K리그는 처음인데, 대구에서 시작하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대구는 이번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팀이기도 하다. 모든 선수들이 꿈꾸는 무대다. 그 기회가 있다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대구를 알리고 한국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책임감을 갖고 임할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대구는 스리백을 쓰면서 수비를 탄탄하게 하는 팀이라고 느꼈다. 빠른 역습을 통해 득점을 터뜨린다. 일본에 있을 때도 그런 축구를 좋아했다. 그런 의미에서 대구의 축구를 인상 깊게 봤다. 대구의 경기장 분위기와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K리그 내에서도 핫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루 빨리 코로나19 상황이 잠잠해져서 팬들도 경기장을 찾아주시고 저도 경쟁에서 이겨낸 뒤 팬들 앞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굳게 다짐했다.

사실 첫 인사를 나눈 뒤 깜짝 놀랐다. 한국말이 서툴다고 해야 할까. 마치 재일교포 선수와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었다. 하기야 일본에서 생활만 6년이다. 한국말을 쓰는 일은 거의 없었을 테고, 6년을 일본어만 사용했을 테니 일본어가 더 익숙한 게 당연하다. 한편으로는 측은함도 느껴졌다. 타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에서 뛰는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그의 지난 6년이 한마디 한마디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정도면 일본 생활이 그에게 더 편할 수 있었을 터. 굳이 K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유가 궁금했다. 참고로 박성수는 프로 2년차에 접어들 무렵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해 군 면제 판정을 받았다. 그는 "솔직히 고민 많이 했었고, 일본 생활에 많이 적응을 해서 한국에 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J리그 중 2부에서 계속 뛴다고 했을 때 주목받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K리그1에서 뛰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대구 같은 좋은 팀에서 불러 주셨기 때문에 한국에 오기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박성수는 어릴 때부터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왔다. 시작부터 늦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정식으로 축구를 배웠다. 또래보다 몇 년을 늦게 축구를 시작했다. 골키퍼 장갑을 끼게 된 것도 단지 키가 크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진학 후 선택도 남달랐다. 학교 축구부가 아닌 클럽팀에서 축구를 했다. 보다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좋은 축구르 배우고자 했기 때문이다.

박성수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대학이 아닌 일본행을 택했다. 본인이 뛰어난 선수가 아님을 인지했기에 더 빨리, 더 많이 배우고 싶었다. 대학교 진학도 할 수 있었지만, 그는 남들보다 먼저 프로에 발을 디뎌야겠다고 생각했다. 박성수는 "하남FC에서 또래 선수들이 일본 J리그에 가는 것을 보면서 바로 프로에 간다면 일본 쪽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했다. 3학년 때 당시 에이전트 분이 일본 가보자고 하셔서, 고민 끝에 일본행을 선택했다. 목표가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이었고 최종 목표가 국가대표니 1년이라도 일찍 프로 생활을 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며 국가대표가 돼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은사인 이규준 감독과 유재석 코치 모두 한 목소리로 응원해준 말이었다. 롤모델을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으로 삼았다. 물론 아직까지도 그 꿈이 실현되진 않았다. 그는 "솔직히 고등학교 때나, 일본에서도 유명하지 않은 선수였다. 결국 국가대표의 꿈은 아직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제 이름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재차 이를 악물었다.

돌고 돌아왔다. 누군가는 그를 두고 실패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길을 갔던 선택에 있어 후회는 없기 때문이다. "저는 하나도 후회를 안 한다. 순간순간 힘들었을 때가 많았는데, 그 때마다 축구를 늦게 시작했으니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더 버텨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일본에서 좋은 기회를 받아서 많이 뛸 수 있었다. 결국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대구에 오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시 백지부터 시작이다. 우선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대구는 아직 주전 골키퍼가 정해지지 않았다. 국가대표 골키퍼 구성윤이 떠났고, '고라니'로 화제를 모은 최영은을 비롯해 함께 대구에 입단한 문경건과 경쟁을 펼쳐야 한다. 이병근 감독은 세 선수를 경쟁시킨 뒤 개막전에 뛸 단 한명의 수문장을 선택할 예정이다. 굳이 박성수의 장점을 언급하자면 반사 신경이다. 192cm의 큰 키와 긴 팔을 활용한 선방이 일품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조현우와 같은 '선방형' 골키퍼다. 일본에선 신체 조건과 플레이 스타일에서 다비드 데 헤아와 비슷하다는 소리를 꽤 들었다.

박성수는 "다른 두 선수도 잘 하는 선수들이고, 제가 생각해도 누가 뛰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저 스스로는 지금까지 프로 생활 6년 동안하고, 7년차에 접어들면서 해왔던 것들이 있기 때문에 자신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장점인 반사 신경을 이용해 일대일 과 중거리 슈팅 등 모든 상황에서 잘 막을 자신이 있다. 경기 수로도 경험이 가장 많은 것 같다"고 자신을 어필했다.



박성수의 1차 목표가 대구의 주전 수문장이라면, 2차 목표는 대구 출신 국가대표 수문장 계보를 잇는 것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를 뛰는 영광을 느끼고 싶다. 국가를 대표하는 것은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생활하다 보니 애국심도 남달라 진 것 같다. 가족들에게도 기쁨을 드리고 보답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대구가 조현우, 구성윤 등 국가대표 골키퍼를 보유했던 팀이니, 그 계보를 잇고 싶다"고 말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근거 있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성공에 대한 의지도 가득해 보였다. 그만큼 자신에 대한 철학도 확고했다. 박성수는 "일단 축구 선수 생활은 짧다. 후회를 남기지 않고, 하나하나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항상 100%로 임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커리어에서 후회는 없었다. 대구에서도 같은 마음으로 임한 뒤, 목표했던 부분을 하나씩 이루어 나가겠다"고 주장했다.

박성수는 '대팍'에서 팬들 앞에 설 그날을 꿈꾸고 있다. 그는 "만약 제가 경기에 나설 수 있다면 경기장에서 최대한 무실점으로 막으려 노력하겠다. 막는 것은 자신 있다. 저의 장점인 반사 신경을 최대한 살려서 대구를 위해 뛰겠다. 하루 빨리 팬들과 만나고 싶고, 저도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서 대구의 골문을 든든히 지키고 싶다"고 경기장에서 팬들과 만남을 기약했다.

사진= 대구FC, 박성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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