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경 꼭 잡아주세요” 홍명보 감독의 첫 요청→마음 돌린 재능
입력 : 2021.01.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통영] 이현민 기자= 홍명보(51) 울산 현대 감독이 ‘재능’ 이동경(23)의 마음을 돌렸다.

이동경은 울산 유스 현대중, 현대고 출신으로 울산 팬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홍익대를 거쳐 FC안양 임대 후 2019년부터 울산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연령별 대표팀에 꾸준히 승선했고, 김학범 감독이 지휘하는 올림픽 대표팀에서 황태자로 자리 잡았다. 왼발에서 뿜어져 나오는 날카로운 슈팅과 패싱력은 일품이다. 과감한 드리블 돌파로 상대 진영 곳곳을 휘젓고 다닌다. 흔히 말하는 ‘크랙’이다. 과거 울산의 U-23 카드(현재 U-22 이하 의무 출전)는 그의 몫이었다.

이런 재능에도 지난 시즌은 개인적으로 실망이 컸다. U-22 카드가 아니었고, 경험이 풍부한 형들에게 밀려 출전 시간이 줄었다. 교체로 들어가 다시 빠지는 수모도 겪었다. 정말 지독하게 안 풀렸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동행했지만, 왼쪽 무릎 내측 인대 부상으로 중도 귀국했다. 동료들과 8년 만의 아시아 정상 기쁨을 나눌 수 없었다. 지난 7일 울산은 홍명보 감독 체제로 첫 공식을 출항을 했고, 11일에는 ACL에 나섰던 선수들도 모였다. 이동경도 모습을 드러냈다. 안타깝게도 부상 부위 재활 치료로 2월 1일부터 카타르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출전하지 않는다.

이동경은 지난 시즌 포르투갈과 미국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특히 미국 MLS에서 적극적이었다. 이미 많은 상처를 안고 있던 그는 이적을 결심했다. 축구계 정통한 관계자는 “이동경에게 더 많은 출전 시간이 주어졌어야 했다. 능력을 발휘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아마 본인에게 큰 상처로 남았을 것이다. 울산이 싫은 게 아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주고 날갯짓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가길 원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까지 이동경은 이적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때 이미 능력을 알고 있었던 홍명보 감독이 이동경에게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홍명보 감독은 현역 시절 미국 무대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 경험이 있다. 또,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재직 당시 현장에서 이동경의 경기를 직접 봤다.

울산 관계자는 “감독님이 첫 주문은 ‘이동경 선수를 꼭 붙잡아 달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울산 감독 부임이 확정된 후 이동경과 만나 식사를 했다. 이 관계자는 “감독님이 이동경 선수에게 ‘우리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는 점을 말씀하셨다”고 털어놨다. 아직 미국으로 가기에는 이르고, 이제 울산은 더욱 젊고 역동적인 팀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경은 고심 끝에 울산과 2년 더 동행하기로 했다. 울산은 이동경과 올림픽대표팀과 A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동준, 김지현을 영입해 젊음을 더했다. 이 선수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선수가 가세해 화력을 배가시킨다는 목표다. 결국, 홍명보 감독의 메시지가 이동경의 마음을 움직였고, 울산은 소중한 자원을 지키게 됐다. 팬들 역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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