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021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SK 와이번스 윌머 폰트
입력 : 2021.02.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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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 우투우타, 베네수엘라, 193cm, 104kg, 1990년 5월 24일생(만 30세)

[스포탈코리아] SK 와이번스는 지난해 9위를 기록하며 창단 이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주요 패인으로는 WAR -0.54를 합작하며 역대 최악의 실적을 남긴 외국인 투수들이 꼽혔다. 이에 SK는 시즌이 끝남과 동시에 새로운 외국인 투수 영입을 발표하며 절치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SK가 새로운 1선발로 영입한 투수는 윌머 폰트다. 지난 3년간 메이저리그에서만 활약했을 정도로 ‘클래스’는 상당한 선수다.


배경

폰트는 한때 ‘실패한 선수’였다. 2015년에는 마이너리그 계약도 따내지 못해 독립리그에서 뛰기도 했다. 그러나 폰트는 이후 마이너리그로 복귀해 2017년 PCL(AAA)에서 올해의 투수상을 수상하며 날아올랐다. 폰트가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타고난 체격을 갖고 태어난 폰트는 자연스럽게 야구를 시작했다. 팔 힘이 좋아 7세 나이에 투수를 시작했고, 13세 나이에는 188cm까지 성장하며 스카우트의 주목을 받았다. 결국 텍사스 레인저스가 2006년 국제 유망주 계약으로 폰트를 영입했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입단 당시 탄탄한 체격과 빠른 공을 갖고 있으나, 커맨드와 변화구 및 투구 동작을 많이 다듬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베이스볼 아메리카의 평가처럼, 10대 후반~20대 초반의 폰트는 전형적인 ‘제구 안 좋은 파이어볼러’였다. 평균 구속 93~96마일(약 150~154km)의 패스트볼로 가능성은 인정받았으나, 약점으로 지적된 커맨드와 변화구 구사 및 부자연스러운 투구 동작을 끝내 다듬지 못했다.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모두 평균 이하라는 평가였고, 투구 동작은 길고 복잡하며 일관되지 못하다고 지적받았다. 여기에 잦은 부상까지 겹치며 2014시즌 후 방출됐다.


<2017년 이후 폰트의 성적>


*22번의 MLB 선발 등판 가운데 오프너 등판이 19번

반전이 일어난 것은 2017년이었다. 2015~2016년을 독립리그에서 보낸 폰트는 2017년 LA 다저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뛴 PCL에서 놀라운 성적으로 올해의 투수상을 수상했다. 탈삼진 178개는 역대 AAA 2위 기록이었다. SK를 비롯한 국내 구단들이 폰트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반전 비결은 하이 패스트볼의 적극적인 활용이었다. 당시 폰트를 지도했던 투수 코치는 “지금까지 폰트는 공을 아래로만 구사하길 강요받았다. 우리는 하이 패스트볼을 통해 폰트의 장점(강력한 패스트볼)을 마음껏 활용하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반전 비결은 제구의 안정화였다. 2014년 방출 이전까지 4.8이었던 BB/9은 2017년 2.3으로 대폭 감소했다. 여기에 2017년부터 새로 구사한 스플리터도 큰 키에서 나오는 패스트볼과 시너지 효과를 봤다.

이후 폰트는 2018년부터 3년간 메이저리그에서만 활약했다. 비록 이 기간에 3번의 DFA*를 겪었으나, 그때마다 폰트를 원하는 새로운 팀이 나타났다. 그만큼 메이저리그 팀들도 폰트의 기량을 인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겪은 폰트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다시 한번 DFA 됐고, 오랜 기간 관심을 보인 SK가 접근해 계약을 이뤄냈다. SK의 영입 과정에서 일본 구단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일 만큼 쉽지 않은 계약이었고, 또 그만큼 SK 입장에선 만족스러운 계약이었다.

*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양도 지명): 구단이 선수를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하는 것. DFA를 당한 선수는 트레이드를 원하는 다른 구단이 없을 경우 대부분 마이너리그로 계약이 양도된다.


스카우팅 리포트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

폰트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포심 패스트볼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평균 구속이 약 152km/h인데, 이는 2020시즌 기준 KBO 리그 1위에 해당한다. 메이저리그에선 대부분 불펜으로 뛰었음을 고려해도, 폰트는 유망주 시절부터 많은 투구수에도 구속을 유지한다고 평가받았다. 허용 xwOBA*와 헛스윙률도 메이저리그 평균 이상이었다. 2018~2019시즌 포심의 수직 무브먼트는 메이저리그 상위 15% 수준이었다.

*wOBA: 안타, 볼넷, 홈런 등 각 이벤트의 득점 가치를 매겨 타자의 생산력을 평가하는 지표. xwOBA는 타구 속도, 발사각 등 타구의 질을 통해 계산한 wOBA다.


좋지 않은 커맨드


<2018년 이후 MLB 기준 자료>


폰트의 컨트롤은 준수하지만, 커맨드*가 좋지 않다. 2018년 이후 폰트의 BB/9은 3.37이다(MLB 평균 3.31). KBO와 비슷한 수준으로 여겨지는 AAA에선 BB/9 2.3을 기록했다. 다만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많다. 폰트의 1~3번째 구종인 포심, 커브, 슬라이더 모두가 가운데로 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컨트롤: 공을 스트라이크 존 안에 넣는 능력 / 커맨드: 공을 원하는 곳에 넣는 능력


변화구는 미지수


<2018년 이후 폰트의 구종별 성적>


변화구는 포심만큼 위력적이지 않다. 주무기인 커브, 슬라이더의 허용 xwOBA와 헛스윙률은 평균보다 뒤처졌다. 다만 무브먼트는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으로 괜찮았다. 투심과 스플리터는 성적은 좋았지만, 오히려 무브먼트는 두 구종 모두 하위 20% 수준이었다(2019시즌 기준).

필자는 커맨드가 변화구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커맨드가 좋지만 무브먼트가 뒤떨어졌던 투심과 스플리터는 성적이 좋았던 반면, 커맨드가 뒤떨어지고 무브먼트가 좋았던 커브와 슬라이더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뜬공 투수




폰트는 뜬공 유도형 투수다.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이 KBO 홈런 팩터 2위(2020년 기준)임을 고려하면 불안 요소다. 실제로 폰트는 메이저리그에서 상당한 홈런을 허용했다. 그러나 KBO에선 뜬공 문제가 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KBO와 수준이 상대적으로 비슷한 AAA에선 내야 뜬공이 많고 홈런은 적었다. 또한 폰트의 수준급 탈삼진 능력을 고려하면 인플레이 타구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다소 불안한 부상 경력

닉 킹엄에게 데인 SK 팬들이 폰트에게 무엇보다 바라는 것은 건강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 폰트의 내구성은 그리 좋지 않다. 부상으로 시즌 절반 이상을 날린 것만 3차례이며(2008, 2011, 2018시즌), 지난해에도 2차례 부상으로 1달 정도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어깨, 팔꿈치, 등 근육, 정강이 등 부상 부위도 다양했다. 풀타임 선발 경험도 2009, 2017시즌 두 차례가 전부다. 과거의 부상 경력과 미래의 부상 발생 가능성 간의 상관관계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과거 폰트의 내구성이 그리 좋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전망

폰트는 메이저리그에서 꽤 많은 약점(커맨드, 변화구 완성도, 투구 동작)을 노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산 K/9 9.1을 기록했다(MLB 평균 8.8). 그만큼 폰트의 구위가 위력적이라는 얘기다. 앞서 말한 약점이라는 것도 메이저리그 수준에서 그랬다는 것일 뿐, KBO에선 그러한 부분이 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볼넷 억제 능력도 준수하고, 기대 피안타율*도 0.244로 좋았다(MLB 평균 0.250). 메이저리그에선 홈런 허용으로 고생했지만, KBO에선 괜찮을 가능성이 높다. 건강하기만 하면 최소 기본은 해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예상이다.

*기대 피안타율: 타구 속도, 발사각 등 타구의 질을 통해 계산한 피안타율

SK의 국내 선발진은 비교적 든든하다. 3~4선발 문승원과 박종훈은 양현종과 함께 지난 4년간 규정 이닝을 모두 채운 국내 선발 투수다. 외국인 투수 2명만 제 몫을 해준다면 SK의 선발진은 평균 이상이다. SK가 폰트에게 원하는 건 단순한 로테이션 투수가 아닌 확실한 에이스의 역할이다. 과연 폰트는 그 무거운 짐을 가뿐히 들어낼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SK의 선택이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야구공작소
당주원 칼럼니스트 / 에디터=오연우, 송인호


기록 출처=스탯티즈, Baseball savant, Fangraphs, BaseballReference, Baseball America, Baseball Prospec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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