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 내일 끝날 수 있는 무기한, ‘학폭 가해자’ 영구 제명이 유일한 답이다
입력 : 2021.02.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허윤수 기자= 언제까지라고 정한 기한이 없음. 무기한의 사전적 정의다.

무기한은 언제든 대화 주제를 바꿀 수 있는 ‘그런데’와 호감을 느낀 상대에 대한 표현 혹은 중요한 미팅 아니면 정말 시간을 보내고자 할 때 나오는 ‘커피 한잔하자’처럼 마법의 단어다.

없을 무(無)라는 글자가 들어가서 상당히 먼 미래만을 이야기할 것 같지만 달리하면 당장 내일을 말할 수도 있는 단어다.

지난 15일 흥국생명은 과거 학창 시절 학교 폭력으로 물의를 빚은 이재영, 이다영 자매에 대해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흥국생명은 “사안이 엄중한 만큼 해당 선수들에 대해 무기한 출전 정지를 결정했다”라며 징계 배경을 설명했다.

대한민국배구협회 역시 같은 날 두 선수를 비롯해 남자 프로배구의 송명근, 심경섭(이상 OK금융그룹)까지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이자 대표 선수 선발 무기한 제외를 발표했다. 협회는 “강력한 조처를 하지 않을 경우 유사한 사건 재발 방지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라고 전했다.

흥국생명과 협회 모두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다수 팬의 반응은 무기한이란 한낱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들끓고 있는 여론이 어느 정도 잠잠해지면 혹은 대표팀에 그들의 공백이 느껴져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못 이기는 척 해제할 수 있는 게 무기한 자격 정지다. 즉 오늘이 될 수도 있고 내일이 될 수도 있다. 또 10년이나 30년이 될 수도 있다. 팬들은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타 종목 사례를 보면 축구에서는 장현수(알 힐랄)를 들 수 있다. 그는 연령별 대표를 거쳐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주장으로 활약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또 2018 러시아 월드컵에도 나서며 굳건한 입지를 자랑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받은 병역 혜택을 성실히 이수하지 않았다. 봉사활동 증빙 서류를 조작한 게 탄로 나 국가대표 자격을 영구 박탈됐다.

프로야구에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지난해 막말 논란을 한 신동수가 하루 만에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학교 폭력과 사례로는 NC 다이노스가 2021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한 김유성에 대한 선택을 철회했다. 2017년에는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자격 정지 3년을 받으며 영원히 태극마크를 달 수 없게 됐다.

사실 누구보다도 무기한이라는 단어가 갖는 불투명함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피해자들이다. 그들은 상처와 악몽을 안고 지금껏 지내왔다. 이렇게 용기를 내기까지가 기약 없는 무기한 고통의 시간이었다.

피해자들에게는 무기한이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닌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과도 같았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학교 폭력 문제가 공론화됐지만 그들의 무기한은 계속되고 있을지 모른다.

진정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반성한다면 영구 제명만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단호한 결정이다.

사진=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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