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인터뷰②] ''나보다 더 잘했으면'' 한화 레전드 구대성이 ‘15번’ 후배에게 전하는 진심
입력 : 2021.02.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현서 기자= (근황 인터뷰 ①편에 이어) 한화 이글스에서 현재까지 영구결번으로 지정된 번호는 장종훈의 35번, 정민철의 23번, 송진우의 21번 총 3개다. 그러나 이들 못지않게 팀에 상징적인 번호가 있다. 바로 ‘대성불패’, 구대성의 번호인 '15번'이다.

구대성은 1993년부터 2010년까지 13시즌 동안(2001~2005년 제외)한화에서 활약하며 팀을 1996년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끌었고, 3년 뒤인 1999년에는 한국 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구단은 그의 등번호를 영구결번으로 지정하지 않았고 이에 대해 팬들은 지금까지도 아쉬워 하고 있다. 당사자는 어떨까? 화상 인터뷰를 통해 구대성 감독(52)에게 직접 물어봤다.


Q. 선수 시절 이야기를 짧게 하자면 한 · 일 · 미 · 호 4개국에서 마흔이 넘어서까지 현역으로 뛰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상당히 많은데요. 그중에서 뽑는다면 99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와 시드니 올림픽 3, 4위전에서 선발로 던졌을 때 그리고 그다음으로 2006 WBC에서 김인식 감독님과 함께했을 때를 뽑을 수 있을 것 같아요.”

Q. 말씀해주신 경기 외에도 다른 쪽(?)으로 화제가 된 장면들이 있는데요. 감독님, 혹시 ‘붕어빵 다섯 개만’을 아시나요?(웃음)
(*2007년 플레이오프 2차전 한화와 두산과의 경기에서 두산 이종욱이 한화 안영명의 투구에 몸을 맞자 벤치클리어링 상황으로 이어졌고, 이때 구대성이 그라운드에 나와 두산 김동주를 향해 손가락 다섯 개를 펼치며 상황을 종료 시켰다)


“알고 있습니다.(웃음) 당시 두산과 경기하면서 한화 선수 2,3명이 데드볼을 맞은 걸로 알고 있어요. 저희 팀은 두산 선수 한 명도 안 맞춘 상태였고요. 그러다가 한 명(두산 선수)이 데드볼을 맞게 되면서 양쪽 팀이 우르르 나오게 됐는데, 그 상황에서 두산 김동주 선수의 언성이 좀 높아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김동주 선수한테 ‘야 됐어, 그만해라! 우리는 2, 3명이 맞았고 너희는 한 명이지 않냐? 됐다!’고 하면서 그만하라는 의미에서 손짓을 했었어요. 그런데 그 장면을 보고 팬들이 재밌게 만들어주셨더라고요. 재밌게 봤습니다.”

Q. 이어 06년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진갑용 선수와의 맞대결 장면도 아직까지 화제예요.

“그게, 제가 던지면 선수들이 몸에 맞는 공은 안 맞을 거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주자를 한 명도 안 내보낸 선수는 아니었거든요. 저도 어느 정도 많이 보낸 걸로 알고 있는데.(웃음) 볼 컨트롤이 제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저도 실투를 할 수 있는 건데, 상황에 따라서는 (볼을) 맞으려는 선수도 있지만요. 뭐 어쨌든 저도 실투가 있었기 때문에 진갑용 선수한테는 미안해요”

Q. 그렇다면 여기서, ‘감독님에게 후배 진갑용이란?’ 한마디로요. (웃음)

“(진지하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포수! 대표하는 포수 중에 한 명이 아닐까 싶어요!”

Q. 반면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사실 진 경기는 기억을 잘 안 하거든요. 그래서 기억이 뚜렷하게 안 나는데요. 아마 2006 WBC 일본과의 본선전이었던 것 같은데, 제가 마무리로 올라갔다가 홈런을 맞고 내려온 적이 있었어요. 그때 오승환 선수와 교체돼서 내려왔거든요. 제가 마무리를 못했던 그때가 제일 아쉬운 장면 중 하나입니다.”


Q. 많은 한화 팬들에겐 등번호 ‘15번’이 영구결번으로 지정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아있는데, 감독님께서는 아쉽진 않으신지?

“아쉽긴 한데요. (영구결번) 결정을 ‘제가 했다, 안 했다’ 이렇게 많이 얘기하시는데, 제가 결정을 하기 전에 (이미) 구단에서 결정을 한 거기 때문에요.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Q. 영구결번 대신 등번호 ‘15번’을 후배에게 물려주시고 있는데요. 유창식, 이용규, 문동욱 선수에 이어 올해는 고졸신인 좌완 김기중 선수가 '15번'을 달게 됐다고 해요.

“제 번호를 달았던 선수들이 다 잘했으면 좋은데, 이번에 ‘15번’을 달게 된 그 어린 선수(김기중)가 잘해줬으면 좋겠어요. 저보다 더 잘하는 선수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감독님 소식을 듣고 반가워할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이렇게 또 인사드리게 돼서 반갑습니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모두 힘든 상황이지만, 한국에 계신 모든 분들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를 응원해 주신 팬들한테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소식을 많이 전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상 편집= 전수연 PD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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