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021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롯데 자이언츠 앤더슨 프랑코
입력 : 2021.02.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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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더슨 프랑코, 1992년 12월 29일 (만 28세)

투수, 우투우타, 185cm / 109kg

2020시즌 성적 없음


[스포탈코리아] 2010년대에 들어서 4번(2010, ‘11, ‘12, ‘17)이나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다크호스의 면모를 풍기던 롯데는 지난 2019시즌 충격적인 최하위를 기록했다. 팬들의 민심은 싸늘했고 구단도 성민규 신임단장을 필두로 빠르게 새 판을 짜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야심 차게 영입한 외국인 선수 중 댄 스트레일리와 딕슨 마차도는 성공을 거뒀지만, 에이스 역할을 기대한 아드리안 샘슨은 실망만을 남겼다. 스트레일리의 퍼포먼스가 압도적이었던 만큼, 짝을 이뤄줄 외인의 부재는 더욱더 아쉽게 다가왔다.

이대호와 이별의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는 롯데는 올해도 가을야구 진출을 노려야 하는 입장이다. 스트레일리와 원투펀치를 이뤄줄 외인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롯데의 선택은 거구의 우완, 앤더슨 프랑코였다.


배경

프랑코는 열여섯 살이던 2009년, 베네수엘라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가 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국제 FA를 통해 계약했다. 2010시즌 베네수엘라 윈터리그를 통해 프로 무대에 데뷔한 프랑코는 2011~2013 3년간 루키 리그에서 29번의 선발 등판과 4.78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며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구단은 그에게 전력 외 판정을 내렸고 마이너리그 룰5 드래프트를 통해 탬파베이 레이스로 이적했다.

유니폼을 갈아입은 후에는 하위 싱글A와 싱글A에서 나쁘지 않은(26선발 평균자책점 3.59) 출발을 가져갔다. 이때를 기점으로 미래에 3~4선발 정도의 재능을 가진 유망주로 평가받기 시작했지만, 2015시즌 도중 갑자기 마이애미 말린스로 또 한 번 트레이드되며 입지에 변화를 겪는다.

프로 생활을 시작한 지 5년도 채 되지 않아 벌써 2번이나 팀을 옮긴 여파는 크게 나타났다. 트레이드 전(13선발 5승 6패 71.2이닝 3.89)까지의 성적은 준수했지만, 트레이드 직후부터 가을리그까지가 문제였다(트레이드 후 12 선발 54.1이닝 1승 6패 7.29). 이러한 모습을 본 마이애미는 또다시 마이너리그 룰5 드래프트를 통해 그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보냈다.

다행히 애틀랜타에서 3년 연속(2016~2018)으로 선발 등판 20회 / 100이닝 이상 투구를 이어가며 미래의 5선발 혹은 멀티이닝 불펜투수로 평가받기도 했다. 문제는 그보다 기대를 많이 받는 경쟁자들이 있었다는 점이고 그렇게 시즌 종료 후, 다시 한번 마이너리그 FA로 풀린 그는 다섯 번째 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이적하게 된다.

2019시즌 자이언츠 산하 AAA에서 26경기(22선발) 113이닝 동안 98개의 탈삼진, 36개의 볼넷과 함께 5.9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데도 시즌 막판 콜업되며 9월 18일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데뷔전을 가졌고, 불펜으로 다섯 경기에 등판해 5.1이닝 동안 2실점을 기록하며 시즌을 마무리한다.

불펜투수로서는 1~2년 정도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다시 기회를 받아볼 만한 성적표였지만,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인해 2020년 마이너리그가 개막하지 않는 불운을 겪었다. 그렇게 3월 스프링캠프 이후 공식적인 프로 무대에서 공을 던지지 못한 공백기를 겪은 뒤, 올 시즌부터 새로운 팀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한다.


스카우팅 리포트

2019년 프랑코가 메이저리그에서 짧은 이닝 동안 보여준 모습 중 가장 큰 장점은 시속 95.8마일(154.2km/h)의 직구다. 메이저리그 기준으로는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런 외국인 선수들이 KBO리그에 오는 경우, 리그 내에서 손꼽히는 강속구 투수로 탈바꿈하는 사례가 여럿 있었다.

물론 불펜투수가 아닌 선발투수로 활약할 시에는 다소 간의 구속 하락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앞서 말한 것처럼 KBO리그에서 그의 직구는 상당한 경쟁력(20시즌 포심 평균 구속 1위 안우진 152.3km/h)을 가진 무기가 될 수 있다.

구종은 크게 세 가지(포심+투심 55.7% / 체인지업 30.7% / 슬라이더 13.6%)를 던진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가라앉는 움직임을 보이고, 슬라이더는 직구와 마찬가지로 무난하지만 확실한 변화구라고 하기엔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불펜으로 등판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는 직구와 체인지업을 주로 활용했다. 특히 체인지업은 평균 이상의 무브먼트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속도를 조절할 줄 아는 점과 또 다른 구종인 투심과의 시너지가 좋아보인다.


<2019시즌 ML 기준 프랑코의 투심과 체인지업>


아무리 시너지가 좋은 두 개의 구종이라도 선발로 온전히 한 시즌을 치를 경우, 이것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그렇기에 서드피치인 슬라이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단 구단 내부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은 제3의 구종 슬라이더는 KBO에서 플러스 피치가 될 수 있을까.

2019년의 자료를 기준으로 직구와 체인지업, 두 구종의 횡적인 무브먼트는 상당히 흡사하며 구속과 낙차는 다소 차이가 있는 모습을 보였다. 쉽게 설명해 가로 방향으로 흘러나가는 정도는 비슷하지만 구속과 낙차에서 차이를 보이며 상호보완적 구성이 좋은 조합이다.


제 2의 산체스? 알칸타라?

프랑코와의 계약 후 강속구를 던지는데 제구력까지 갖춘 투수와 계약했다며 팬들과 함께 대다수의 기사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이게 반은 맞고 반은 애매한 표현이라는 점이다.

마이너 통산 9이닝당 볼넷이 2.6개인 점을 보면 확실히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컨트롤)은 있는 투수다. 근데 이걸 존의 구석으로 예리하게 꽂는(로케이션) 유형은 또 아니다. 다만 최소한 스트라이크를 못 던져서 혼자 위기를 자초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또, 보이는 구속에 비해 탈삼진이 많지 않고(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탈삼진 7.0개) 피안타를 많이 허용(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피안타 10.2개)한다. 최근 이러한 모습과 비슷한 유형의 외국인 투수가 KBO리그에서 활약한 적이 있는데, SK와 KT, 두산을 거쳐 NPB에 진출한 앙헬 산체스와 라울 알칸타라다.


<프랑코, 산체스, 알칸타라의 마이너 통산 기록 비교>


두 선수 모두 1년 차에 비해 2년 차에 월등히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공인구라는 측면을 제외하고 차이점을 살펴보면 산체스는 슬라이더의 비중을 줄이고 커브/스플리터의 비중을 대폭으로 높였다.




알칸타라는 투심과 체인지업의 조합에서 포심의 비중을 늘리고 서드피치로 슬라이더를 장착하며 완전히 다른 투수로 거듭났다. 새로운 구종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면, 커브를 던지지 않는 프랑코는 산체스보다 알칸타라의 좋은 선례를 참고해보는 건 어떨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성공의 열쇠는 슬라이더가 쥐고 있다. 1년 차의 알칸타라도 물론 좋은 투수였지만 2년 차 알칸타라의 모습을 가진 투수가 스트레일리와 짝을 이룰 수 있다면 롯데의 외인 원투펀치는 단숨에 리그 최강급 위용을 갖추게 된다.


전망

프랑코에게 가장 중요한 변수는 약 1년간 공식적인 프로 경기를 뛰지 않았기에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실전 감각이다. 롯데가 이 부분까지 감안해서 프랑코에게 충분한 적응 시간을 주기 위해 빠르게 계약을 마무리한 것이라면, 생각보다 성공적인 영입이 될 수도 있다.

지난 시즌 1선발로 기대를 모으며 데려온 샘슨까지 제 몫을 했다면 롯데의 가을야구는 현실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스트레일리 혼자서 2인분에 가까운 대활약을 해줬지만, 국내 선발진과의 가교 역할을 해줄 준수한 외국인 투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고독한 에이스는 롯데 1선발들의 숙명일까, 아니면 성민규 단장의 훌륭한 프로세스로 인해 강력한 원투펀치를 앞세워 4년 만의 가을 무대 재진출이 가능할까. 프랑코의 어깨에는 생각보다 많은 기대가 걸려있다.


야구공작소
송동욱 칼럼니스트 / 에디터= 이해인, 홍기훈


참조=Baseball Reference, Fangraphs, Baseball Sav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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