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해 강행한 한일전, 그런데 얻은 게 너무 없다
입력 : 2021.03.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조용운 기자= 한일전의 절실함도, 평가전의 목적도 확인할 수 없었다. 이기려면 더 독불장군으로 나섰어야 했고 평가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함이면 45분 만에 카드를 철회해선 안 됐다. 80번째 한일전에서 한국 축구가 얻는 건 하나도 없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끈 축구대표팀이 요코하마에서 고개를 숙였다. 일본과 10년 만에 치른 A매치 평가전에서 0-3의 격차를 다시 체감했다. 삿포로 참사와 똑같은 스코어로 무너진 한국은 일본에 우위를 더 이상 자신할 수 없게 됐다.

한일전은 위험하다. 일본은 국내 정서를 자극하는 상대다. 종목 불문하고 한일전 참패 후폭풍은 상당하며 이번 역시 대한축구협회가 긴급 사과문을 발표할 정도로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처음부터 팬들을 만족시킬 수 없는 한일전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일본으로 원정을 떠나는 것부터 팬들은 의아해했다.

대안이 없는 한일전이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일본은 유일한 스파링 상대였다. 정부 방침상 국내로 상대를 부를 수 없어 원정을 떠나야 하는데 자가격리를 면제받을 수 있는 곳은 일본 뿐이었다. 한일전 수락을 두고 고민도 했으나 3월 A매치 기간을 흘려보내기에는 그동안 허비한 시간이 길었다.

대표팀은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제대로 된 소집이 한 번에 불과했다. 1년간 개점 휴업의 걱정은 컸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안그래도 전력이 좋은 유럽도 네이션스리그로 대표팀이 계속 모였다. 정작 경기가 필요한 건 우린데 유럽 원정 2경기가 A매치 전부였다"고 실전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벤투 감독도 반발 여론에 대해 "한일전 기회를 잘 살리는게 최선이다. 팀을 정상적으로 이끌어 가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소중한 기회의 한일전이라면 명분과 실리 둘 중 하나는 잡았어야 한다. 그러나 한일전 접근 방법은 이도저도 아니었다. 양국의 유럽파 합류 차이, 선수단 전력을 떠나 벤투호가 추구한 색깔을 확인하지 못했다. 보다 강한 팀을 잡으려고 실험에 무게를 둔 건지 6월 월드컵 예선을 고려해 익숙한 선수, 전술의 극대화를 노렸는지 보는 이의 의견마저 갈린다.

분명 이강인을 제로톱에 세우는 방식은 기존과 달랐다. 그런데 경기 방식은 변화된 포메이션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똑같았다. 후방 빌드업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김영권, 정우영, 박지수의 패스를 받아주는 움직임이 없는 점, 벌어진 간격 탓에 이들을 상대 전방 압박에 그대로 노출시키는 점, 당황해서 부정확한 롱패스에 의존하는 점 모두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해 멕시코전 이후 쏟아졌던 문제점과 비슷하다. 그때도 스리백으로 실험하는 것 같았지만 뻔한 운영과 같은 실수로 내용과 결과를 모두 놓쳤다. 정상 전력이 아니기에 확실한 해법은 아니더라도 찾으려는 시도를 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판박이 같은 패배는 이전 평가전에서 얻은 것이 없다는 걸 시인한 셈이다. 한일전의 경기력은 더 안 좋았어서 교훈 삼을 부분이 있을지 의문이다. 단순히 '이번에 뛰었던 선수들은 아니네'로 끝나기에는 시도한 것이 너무 없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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