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때문에 지기 싫었다'' 한선수가 통합 우승에 간절했던 또 하나의 이유
입력 : 2021.04.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계양] 김동윤 기자="집에 갔는데 딸이 친구에게 '너희 아빠 어제 우리카드에 졌지?'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으로 드는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마침내 대한항공 점보스의 통합 우승을 이끈 주장 한선수(35)의 또 다른 동기 부여는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딸아이였다.

대한항공은 1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 5차전에서 우리카드에 세트 전적 3-1(24-26, 28-26, 27-25, 25-17)로 승리하며 창단 첫 통합 우승(정규 리그 + 챔피언 결정전)을 달성했다.

2007-2008 V리그 2라운드 2순위로 대한항공에 지명된 한선수는 대한항공에서만 13년을 머물며 올 시즌 전까지 3번의 정규 시즌 우승과 1번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이뤄냈다. 통합 우승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지만, FA를 앞둔 마지막 시즌 주장으로서 마침내 통합 우승에 성공했다.

요스바니 에르난데스, 정지석 등 공격수들을 잘 활용한 한선수는 오늘 46개의 세트에 성공하며, 최초로 V리그 포스트시즌 통산 2,000개의 세트를 달성한 선수가 됐다.

한선수는 "5차전 할 때까지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힘들지만 견뎌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어린 선수들은 중압감이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계속 버티고 버틴 덕분에 통합 우승을 할 수 있었고, 버텨준 (오)은렬이에게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며 우승 소감을 전했다.

한선수에게는 챔피언 결정전 우승이 2017-2018시즌에 이어 두 번째다. "그때는 우리가 정규 시즌 우승을 한 것이 아니라서 마음을 비우고 했었다"고 3년 전을 떠올린 한선수는 "하지만 올해는 정규 리그 우승을 하니까 당연히 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컸다. 정규 리그 우승하고 챔피언 결정전에 가는 것이 중압감이 더 큰 것 같다"고 첫 챔피언 결정전 우승과 올해 우승을 비교했다.

하지만 결국 한선수와 대한항공은 중압감을 이겨냈고, 이는 정규 시즌부터 쌓아온 노력의 결과였다. 한선수는 "선수들도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중압감을 넘어야 우승할 수 있는 것이다.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든 버텨 승리로 가져가는 과정을 정규 시즌에서 해왔고, 그 힘이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발휘된 것 같다"며 성장한 후배들을 칭찬했다.

힘들었지만 최고의 전력으로 맞붙은 뒤 얻은 승리였기에 더욱 뜻깊었다. 한선수는 지난 4차전에서 상대의 주포 알렉스의 공백으로 세트 전적 3-0 완승을 거뒀지만, "다음에는 알렉스도 나와 100% 전력으로 붙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낸 바 있다.

이에 대해 한선수는 "역시 힘들긴 하다. 그래도 원래 이렇게 힘든 가운데 얻은 승리가 더 기쁘다. 오늘은 정말 챔피언 결정전을 하는 것 같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경기장에는 한선수의 가족들이 아빠를 응원했다. 딸이 친구에게 경기 결과를 전해 들었다는 일화를 들려준 한선수는 "아빠로서 처음 힘든 일이 생겼다. 그 얘기를 듣고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 지기 싫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새로이 각오를 다진 계기를 설명했다. 그렇게 의욕적으로 나선 한선수는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우승한 아빠'가 됐다.

사진=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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