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의 무덤에서 14K' 볼 배합 바꾼 디그롬, '전설' 랜디 존슨 소환
입력 : 2021.04.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매년 독특한 기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제이콥 디그롬(32, 뉴욕 메츠)이 이번에는 랜디 존슨(57)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디그롬은 18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더블 헤더 1차전에서 6이닝 3실점(0자책점)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14탈삼진으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디그롬은 5회의 3실점은 비록 2루수 제프 맥닐의 실책에서 비롯된 비자책점이었으나, 패전 위기에 놓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메츠 타선이 6, 7회 극적으로 3점을 뽑아낸 덕분에 이번에는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모든 실점이 비자책점으로 기록된 덕분에 평균자책점은 0.64에서 0.45로 내려갔다.

기록에서 보이듯 매번 위력적인 구위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디그롬이었지만, 이날만큼은 고전했다. 콜로라도의 홈구장 쿠어스필드는 높은 고지대(해발 1,580m)에 위치한 탓에 공기의 밀도가 낮다. 평범한 타구도 더 멀리 더 빠르게 날아가고, 공 회전수 및 무브먼트에도 영향을 줘 무브먼트가 평지와는 다르다. 이 탓에 흔히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2018년 이후 첫 쿠어스필드 등판인 디그롬도 볼 배합에 변화를 줬다. 쿠어스필드에서는 포심 패스트볼, 싱커, 체인지업 등 수직 무브먼트가 중요한 구종이 평지에서보다 크게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디그롬 역시 수직 무브먼트가 중요한 구종 대신 수직 무브먼트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슬라이더의 비율을 높였다. 지난 11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디그롬의 구종 구사 비율은 포심 패스트볼(71.6%), 체인지업(22.1%), 슬라이더(6.3%)였고, 이날은 포심 패스트볼(59.6%), 슬라이더(31.3%), 체인지업(9.1%) 순으로 구사했다.

또한, 평소처럼 최고 161km/h의 포심 패스트볼을 자신 있게 스트라이크존 중앙으로 꽂아 넣는 대신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집중 공략했고, 슬라이더는 스트라이크존 하단으로 찔러넣었다.

디그롬의 달라진 피칭 차트, 마이애미전(사진 왼쪽) / 콜로라도전(사진 오른쪽)

그리고 이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볼 배합을 바꾼 디그롬은 단 6이닝 만에 14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메츠 담당 기자 앤서니 디코모에 따르면 쿠어스필드에서 14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낸 투수는 2016년의 존 그레이(16개), 2001년의 랜디 존슨(14개), 이날의 디그롬(14개) 단 세 명에 불과하다. 이 중 존슨과 디그롬은 쿠어스필드에 익숙지 않은 원정팀 투수다.

디그롬의 포심 패스트볼은 7차례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고, 슬라이더는 루킹 삼진 2개, 헛스윙 삼진 4개로 총 6개를 잡아냈다. 나머지 한 구종은 현재 콜로라도에 타격감이 가장 좋은 라이언 맥맨의 헛스윙을 끌어낸 체인지업이었다.

그리고 이날 잡아낸 14개의 삼진 중에는 9타자 연속 탈삼진 기록도 있었다. 2회 무사 1, 2루 위기를 디그롬은 3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이겨냈고, 4회까지 9타자를 연속으로 삼진 처리했다.

이렇게 디그롬은 9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한 역대 9번째 선수가 됐고, 메이저리그 연속 탈삼진 최고 기록은 팀 선배 톰 시버가 1970년 4월 23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를 상대로 세운 10타자 연속 탈삼진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베이스볼 서번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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