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자축구 전설' 김정미가 말하는 #축구 #인천현대제철 #대표팀
입력 : 2021.07.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전설 김정미(36)가 WK리그 통산 250경기를 달성했다.

김정미는 지난 6월 24일 열린 WK리그 9라운드 창녕WFC와의 경기에 출전하며 리그 통산 250경기를 달성했다.

어릴 적부터 뛰어난 재능을 보인 김정미는 2004년 인천현대제철에 합류하며 실업리그에 데뷔했다. 당시 김정미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 경기에 출전하는 등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연일 화제를 모았다.

2009년 WK리그가 공식 출범된 이후 김정미는 넘버원 자리를 꿰차며 여자축구 최고의 골키퍼로 발돋움했다. 인천현대제철은 '수호신' 김정미와 함께 17개의 트로피를 차지했다.

대표팀에서도 그의 활약은 계속됐다. 2003년 대표팀에 첫 발탁된 김정미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5 FIFA 캐나다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끌며 전성기를 보냈다. 그는 대표팀과 많은 영광의 순간들을 함께하며 2016년 올림픽 예선 북한과의 경기에서 FIFA 센추리 클럽에 가입하는 기쁨까지 맛봤다.

2000년대 한국여자축구의 역사나 다름 없는 김정미. 그가 멈출 때까지 여자축구의 역사는 계속 써질 것이다.



Q. 250경기 달성한 소감은?
매 경기 뛸 때마다 몇 경기를 뛰었는지 이런 것들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서 몰랐어요. 경기가 끝나고 나서 팬들이 250경기인 것을 알려주셔서 알게 됐어요. 저는 숫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열심히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됐는데, 아쉽게도 300경기를 채우고 싶지만 쉽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웃음)

Q. 골키퍼를 하게 된 동기가 있다면?
처음 축구를 시작했을 때는 패스라던지 트래핑 같은 기본적인 것을 배우잖아요? 중학교 2학년 때 저는 (골키퍼를 하기에) 점프력도 신체조건도 좋았어요. 선생님께서 골키퍼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권유를 해주셔서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향하게 됐어요.

Q. 인천현대제철에서 17년째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면서 여러 가지 성과를 이뤄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제가 올해로 17년 차에요. 그런데 제가 1년 차 때부터 WK리그가 시작한 것이 아니라 4년 차 때부터 리그를 시작했어요. 리그가 시작되고 나서 저희가 계속 리그 1위를 함에도 불구하고 4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졌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이제 5번째 챔피언결정전에서 저희가 WK리그 첫 우승을 했을 때 그때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제가 처음 우승할 때는 서울시청하고 챔피언결정전을 했어요. 그때는 첫 우승이어서 기억에 남고 두 번째는 대교 캥거루스(해체)와 경기를 해서 우승을 했을 때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당시 대교와의 경기는 매번 박진감 넘쳤고 긴장도 많이 됐어요. 국제대회보다도 더 준비도 많이 하고 해서 그런지 그때 경기들이 제일 기억에 많이 남아요.

Q. 팬들이 '전설'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런 표현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얘기해주셔서 처음 알았어요. 제가 전설인가요? (웃음) 너무 감사한 단어인 것 같고 저에 대해서 평가를 해주시는 자체가 뭔가 항상 과분한 것 같아요. 저는 정말로 축구가 좋고 늘 축구가 하고 싶고 그라운드에 있는 저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좋은 열정을 가지고 열심해온 결과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더 오래오래 하고 싶고 또 열심히 하다 보니까 이렇게까지 시간이 오게 된 것 같은데 전설이라고 불러주시는 것 만으로도 너무 영광이고 행복합니다.

Q. 골키퍼란 다른 포지션들보다 더 예민하고 외로운 포지션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경기를 임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이 있다면?
일단은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준비가 잘 되어있어야 경기장에 나가서 좋은 기량을 잘 선보일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항상 몸 관리 같은 것도 잘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경기에 나갈 때에는 최대한 실수를 안 하려고 하고 있어요. 골키퍼는 골과 직결되다 보니까 작은 실수도 커 보이거든요. 제가 불안하게 하면 모든 선수들이나 팀이 흔들리기 때문에 최대한 안정적이고 실수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는 편인 거 같아요.

Q. 김정미 선수가 생각하는 여자축구의 매력이 있다면?
축구라는 종목이 남자 여자 이렇게 나눴을 때 남자는 뭐 스피드하고 파워풀하다면 여자는 아기자기하고 그 안에서 파워풀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여자축구 경기를 직접 와서 보시면 되게 재밌을 것이라 생각해요. 한번 보러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조금 힘든 상황속에서 시즌을 치르고 있는데 극복하려면 어떤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이 드나요?
저희 팀 같은 경우에는 감독님도 그렇고 선수를 계속 로테이션을 하면서 이제 모든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하고 있어요. 그 안에서 기회가 왔을 때 기회를 잡으려고 선수들 각자 노력하고 그러면서 이제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가 이루어 지는 거 같아요.
선배들이 솔선수범하면 후배들이 그걸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그런 체계적인 것들이 팀에 잘 되어 있다고 생각을 해요. 시즌 중에 선수들이 부상을 많이 당했어요. 저도 부상을 당해봐서 (다친) 선수들의 그 마음을 잘 알아요. 하지만 지금 팀에 남아있는 공격수들이나 선수들 모두 워낙 잘하고 있고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는 부상이 없도록 잘 하는 게 그게 제일 중요할 것 같아요.

Q. 대학 시절부터 시작한 대표팀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2015년에 캐나다에서 열린 월드컵때 16강 올라가는 티켓을 따냈던 스페인전. 정말 잊지 못하고요. 꼭 경기에서 이겨야 잊지 못하는 경기가 되는 것은 아닌 거 같아요. 2014년에 인천에서 북한과 아시안게임했을 때도 끝나기 직전에 실점을 하고 그래서 되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 당시 대표팀 선수들이 몸이 많이 좋았었기 때문에 뭔가 질 것 같지 않았고 자신감이 있었어요. 경기에 지게 되어서 끝나고 울컥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저희가 북한에 가서 북한과 경기를 했었을 때도 기억에 남아요. 그때는 되게 분위기가 이상했어요. 좋아도 좋은척할 수 없었거든요. 당시에는 경기를 비겼었는데 저희가 북한과의 경기에서 한 골만 넣으면 올라가는 상황이었고 비겨도 올라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상황이기 때문에 저희가 그때 경기에서 비기고도 좋아할 수 없었어요. 뭔가 되게 재밌으면서 무서웠어요. 라커룸에서도 소리를 못 질렀고 북한의 5만 관중이 다 똑같은 옷을 입고 응원을 강하게 하다 보니 압도당한 채로 경기에 들어갔어요.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가 '화이팅하자' 했을 때 북한 선수들이 “죽이고 나오자”고 하더라고요. 진짜 얘네 너무 살벌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월드컵, 아시안컵 등 많은 대회를 나섰지만 아쉽게도 올림픽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이번 올림픽을 마친 소감이 있다면?
저희가 코로나19 때문에 계속 경기가 딜레이가 되었어요. 경기가 미뤄지는 것에 실망감은 있지만, 또 그만큼 준비할 시간이 있다 보니까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경기에 나서보니까 첫 게임이 아쉬웠던 것 같아요. 저는 그 '졌잘싸'라는 단어가 너무 싫거든요. 왜냐면 스포츠인들은 일단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아쉽게 졌던 첫 경기가 너무 아쉬웠어요. 두 번째 경기는 솔직히 말하면 필드 선수들이나 스태프들에게 무 고마웠어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진짜 열심히 뛰어다닐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진짜 체력소모가 어마어마했고 그때 연장전까지 가는 바람에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진짜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올림픽에 나갈 수 있었을 텐데, 진짜 실점을 안 당했더라면.. 그런 생각들에 죄송스러웠고 좀 한동안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다녀와서도 파주에서 1주일 동안 자가격리 하면서 반성도 많이 했고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은 경기였던 것 같아요. 2차전 당시 경기를 너무 잘했고 저희가 이기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했어요. 저 또한 의지가 너무 강했고 그런 모두의 염원을 제가 알고 있었거든요. 저도 올림픽을 준비하는 게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안되었잖아요. 그래서 더 아쉬운 거 같아요.

Q. 아픔을 딛고 이제는 아시안컵과 월드컵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을 거 같은데?
저는 앞으로 대표팀 명단에 올라갈 수 있을지 안 올라가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제가 국가의 부름을 받게 된다면 그것에 맞게 저의 개인적인 부분을 모두 버리고 그것만 생각할 거에요. 대표팀의 일정에만 훈련에만 그 안에 소속된 저로만 살 거에요. 또 불러주신다면 진짜 국가관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도 어떻게 보면 선배지만 대표팀에 좋은 선배들이 정말 많아요. 그 선수들이 해주는 역할들이 정말 대단하고 또 모두 잘해주고 있어서 제가 맏언니지만 저도 그 선수들을 믿고 따라가는 부분도 있어요. 그래서 그때까지 열심히 몸 관리 열심히 하고 훈련하고 준비한다면 될 것 같아요.

Q. 김정미에게 인천현대제철이란?
현대제철은 저의 20대이고 30대이고 되게 저의 일부이자 전부 같은 그런 팀인 거 같아요. 이곳에 있으면서 너무 많은 희로애락을 느꼈고 팀이 주는 행복, 축구가 주는 설렘, 모두 여기서 겪었기 때문에 그것을 한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Q. 앞으로 선수 생활에 목표가 있다면?
일단 제가 선수 생활하는 동안 부상이 없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몸 관리를 되게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보강 운동을 하든 근력운동을 하든 체력운동을 하든 멘탈이나 관리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은데 그런 것을 스스로 좀 잘하고 싶고 무엇보다 게을러지지 않고 싶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성적. 운동선수는 결과로 보여지는 것들이 많다 보니까 WK리그 9연패을 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하고 있고 있어요. 대표팀에는 부름을 받게 된다면 최선을 다해서 축구에만 집중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상황상황에 맞게 잘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앞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선수로서 기억에 남고 싶은지?
꾸준한 선수? 뭔가 게으르지 않고 열심히 했던 그런 선수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항상 묵묵히 열심히 하고 배울 점도 엄청 많은 그런 언니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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