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지켜보다가 눕고, 나가자마자 벌떡! 업그레이드 침대 축구
입력 : 2021.09.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수원] 침대 축구가 달라졌다.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대마저 가리지 않는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레바논에 1-0 승리를 거뒀다.

최종예선 첫 승리를 신고한 한국(승점 4점)은 1승 1무로 안방 2연전을 마쳤다.

힘겨운 한판이었다. 이라크와의 1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던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공세를 높였다. 좋은 장면을 많이 만들었지만 두 가지에 가로막혔다.

바로 레바논의 수문장 모스타파 마타르의 선방쇼와 업그레이드된 침대 축구였다.

한국은 전반 9분 이재성의 헤더, 15분 황희찬의 발리슛이 연달아 레바논 골문을 향했지만 마타르 손끝에 걸렸다. 전반 중반 이동경의 슈팅과 추가시간 황인범-이동경으로 이어진 결정적인 슈팅마저 선방에 걸렸다.

후반전에도 마찬가지였다. 후반 14분 권창훈이 마타르의 벽을 넘어서며 결승골을 넣긴 했지만, 황의조 등 추가골을 노렸던 슈팅이 모두 선방에 막혔다.

이런 가운데 레바논의 시간 지연 행위는 한국을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 기존의 침대 축구는 경기 중후반에 나타나곤 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전반전부터 그라운드에 침대를 깔았다.

그림도 다양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몸싸움을 펼치다가 쓰러지기도 했고 한국의 슈팅을 막아낸 뒤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15번의 왈리드 슈르가 남다른 클래스를 보여줬다. 슈르는 전반 29분 황인범과 충돌 후 그라운드에 누웠다. 그러나 레바논의 공격이 이어지자 눈치를 보더니 슬쩍 일어났다. 이어 레바논의 코너킥 공격까지 끝나자 다시 누워 들것에 실려 갔다.

‘진짜 아플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머리에 스치자마자 슈르가 일깨워줬다. 착각이라고. 들것에 실려 사이드라인을 벗어난 슈르는 벌떡 일어나 손을 들었다. 투입을 허가해달라는 손짓이었다.

이 외에도 레바논 선수들은 던지기 공격 대신 잔디를 고르는가 하면 볼 보이가 건네준 공을 외면하고 굳이 멀리 있는 공을 직접 가지러 가기도 했다. 이례적으로 전반전 추가 시간이 4분이나 나온 이유였다.

레바논이 한국까지 가져온 이동식 침대를 접은 건 후반전 14분, 권창훈의 골이 터진 직후였다.

이때부터 레바논의 움직임을 빠릿빠릿해졌다. 지나친 여유를 부리는 모습이 사라졌다. 오히려 후반전 중반 이후에는 한국 선수들에게 직접 공을 가져다주는 친절함까지 보여줬다.

이날 경기에서 레바논이 시도한 시간 지연 행위는 한국에 많은 메시지를 준다. 한국은 당장 다음 달부터 험난한 중동 원정길에 올라야 한다. 적지에서 더 지독해질 상대의 지연 행위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선제골로 답해야 한다. 바레인의 태도가 달라진 시점과 장면을 정확히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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