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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형’에게 늘 치이는 ‘아우’, 설움 털 천금 기회가 왔다

기사입력 : 2021.10.28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 공유


[스포탈코리아=울산] “선수들이 고생했죠, 저는 뭐...”

전남 드래곤즈 전경준(48) 감독이 거함 울산 현대를 꺾고 광양으로 향하던 길에 남긴 말이다. 자신이 아닌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전남이 27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6라운드(준결승)에서 이종호와 장순혁의 골을 묶어 울산에 2-1 승리를 거뒀다. 2007년(우승) 이후 14년 만에 결승 진출 쾌거를 이뤘다.

우선, 전략적으로 완벽했다. 울산의 강공이 예상됐다. 전남이 라인을 내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고 맞불을 놓았다. 전반 22분 세트피스(김현욱 코너킥에 이은 이종호 헤딩골) 한 방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상대는 흔들렸다. 후반 초반 상대 수비진이 대형을 갖추기 전에 실수가 나왔다. 공격에 가담했던 장순혁이 문전에서 슈팅으로 쐐기를 박았다.

두 골 차 리드. 경기는 예상 밖의 흐름으로 전개됐다. 전경준 감독이 언급한대로 자신들에게 온 기회를 잡자, 이미 체력·정신적으로 데미지를 안고 출발했던 울산이 급해졌다. 전남은 걸어 잠갔다. 후반 35분 불운한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 실점을 했지만, 끝까지 버텼다. 기어코 한 골 차 리드를 지켜냈다.

철저한 준비와 선수들의 투혼이 어우러져 기적을 만들었다. 선수 구성, K리그2와 K리그1의 객관적 전력 차, 원정이라는 악조건을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켰다.

특히 베테랑 이종호는 최근 5경기에서 4골로 필요한 순간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친 선방 쇼를 펼친 수문장 박준혁은 그 날이었다. 팀적으로 완벽했다. 경기 내내 대형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공격 시 포백, 수비 시 파이브백으로 물 흐르듯 유연하게 흘렀다. 미드필더 황기욱이 공수를 오가며 중심을 잡았고, 재간둥이 김현욱이 공격에서 물꼬를 텄다. 한 방에 때려 넣을 때 때려 넣고, 빠르고 간결한 역습이 조화를 이루며 전남 스타일로 판을 가져왔다.



사실 전남은 FA컵보다 K리그1 승격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다. FA컵도 버릴 수 없었다. 24강, 16강에서 수원FC와 부산교통공사를 승부차기로 꺾었다. 8강에서는 제철가형제인 포항 스틸러스를 1-0으로 제압했다. 그래도 ‘울산은 힘들지 않을까’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보란 듯이 예상을 깼다.

포항전 승리는 전남에 촉매제가 됐다.

제철가 아우인 전남은 형인 포항보다 이 판에 늦게 입문했다. 형은 승승장구했다. 대표적으로 아시아 무대(2009년)를 평정, 전인미답 더블(리그+FA컵, 2013년)도 달성했다. 올해는 주축 선수들을 매각한 후 돌풍을 일으키며 2009년 이후 12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에 진출했다.

전남은 2018년 12팀 중 최하위에 머무르며 창단 최초 K리그2 강등의 불명예를 안았다. 3년째 2부 늪에서 못 빠져나오고 있다. 모기업의 지원금도 줄었다. 살림은 팍팍해졌다. 형이 잘하면 잘할수록 속이 타들어갔다. 미운 놈 떡하나 더 주는 시대는 지났다. 형의 분투에 겉으로 열렬한 성원을 보내면서도 내심 ‘우리도 언젠가 인정받는 날이 오겠지’라며 이를 갈았다.

위기 순간 FA컵 DNA가 살아났다. 전남은 1997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06년과 2007년 2연속 정상에 섰다. 이듬해에 ACL도 경험했다. 그동안 FA컵과 연이 없었는데, 전경준 감독이 선수들과 혼연일체 돼 설움을 털어낼 기회를 잡았다.

전남 클럽하우스 내 분석실은 24시간 내내 불이 꺼지지 않는다. 울산전 승리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전경준 감독은 “한 달 반 전부터 울산 경기를 준비했다. 울산의 모든 경기를 돌려봤다. 다 털었다”고 밝혔다.

김다솔이 아닌 박준혁을 선발로 내세운 것도 한 수였다. 전경준 감독은 “(박)준혁이는 본인의 장점이 분명하다. 지금까지 골키퍼 코치 추천으로 선발을 결정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직접 준혁이에게 경기 2주 전에 비디오를 주고 준비하라고 했다. 본인이 가장 잘 하는 점을 앞세워 승리에 힘을 보탰다”고 칭찬했다.



단순히 운이 아니다. 치밀하면서도 대범함으로 포항과 울산을 연달아 격파하고 동해안을 접수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갈 길이 멀다. 승자만 기억된다. 전경준 감독은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FA컵 파이널은 잠시 접어둬야 한다.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서 FC안양(현재 2위)과 대전하나시티즌(3위)을 넘어야 한다. 모두 원정이다. 더 나아간다면 K리그1 11위와 승강 플레이오프라는 최종 관문이 있다.

전경준 감독은 “우리는 선수층이 얇다. 주중, 주말 경기로 인해 체력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선수들과 노력해 난관을 극복하겠다. 1년 농사가 헛되지 않도록 다 쏟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전남 드래곤즈,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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