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포스트 이영표’ 설영우, “나는 골도 크로스도 도움도 못하는 선수”
입력 : 2021.12.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울산] 이현민 기자= “아직 부족한 게 많다. 형들을 따라가려면 멀었다.”

K리그 최고 영플레이어로 꼽히는 울산 현대 설영우가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리그 최종전에서 원맨쇼를 펼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울산은 5일 오후 3시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1 38라운드 설영우와 오세훈의 연속골을 앞세워 2-0 승리를 거뒀다.

16년 만에 리그 패권을 노렸던 울산의 도전이 준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같은 시간 전북 현대가 제주 유나이티드에 승리하면서 울산은 승점 2점 차로 트로피를 놓쳤다.

비록 3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울산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 중심에 호랑이 날개 설영우가 있었다. 본인의 생일날 축포와 함께 1도움까지 적립했다.

우승의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던 울산은 초반부터 맹공을 퍼부었다. 좌우, 중앙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경기장을 활용했다. 이날 공격적 성향이 짙은 우측 풀백 김태환보다 좌측 풀백인 설영우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설영우가 상대 공간 뒤를 계속 파고들더니 기어코 일을 냈다. 전반 18분 원두재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전방으로 침투 패스했다. 설영우가 페널티박스 안을 파고들어 오른발 감아 차기로 골망을 흔들었다.

기세는 그치지 않았다. 울산은 전반 추가시간 추가골을 뽑아냈다. 공격에 가담한 설영우가 상대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문전에서 오세훈이 헤딩골로 연결했다.

후반 들어서도 울산은 경기를 주도했다. 상대는 역습으로 허를 찔렀다. 설영우는 안정감 있는 수비를 펼쳤다. 상대 공격수, 윙백과 1대1 대결에서 밀리지 않았다. 협력 수비를 통해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설영우는 국가대표 풀백인 홍철의 자리를 완벽히 메웠다. 경기 전 홍명보 감독은 “홍철의 컨디션이 나쁘거나 부상이 있는 건 아니다. 설영우의 경기력이 홍철보다 좋아서 선발로 내세웠다. 최근 경기에서 선발은 늘 그의 몫이었다. 완벽한 경기력에 공격 포인트로 기대에 부응했다.

공격수 출신인 설영우는 풀백으로 포지션을 바꾼 뒤 날로 성장하고 있다. 팀이 필요할 때 수비는 물론 공격 2선까지 올라가 뛰는 만능 키다. 울산에서 국가대표 풀백인 홍철과 김태환을 땜질하는 자원이 아닌 즉시 전력감이다. 마치 2002 4강 신화 주역인 이영표(현 강원FC 대표이사)의 모습을 방불케 한다. 공격력과 문전 마무리 능력을 탑재한 이영표 업그레이드버전이다. 현재 K리그 최고의 영플레이어임을 증명했다.

홍명보 감독은 “1년 동안 지켜보면서 설영우가 가장 많이 성장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 경기를 운영하는 방식, 멀티 플레이 능력까지. 다른 선수들도 발전했지만 설영우가 가장 많이 발전했다. 지금보다 향후 더 뛰어난 선수가 될 거로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홍명보 감독의 메시지를 전해들은 설영우는 “현재 우리팀도 올림픽대표팀에서 좋은 선수가 많다. 나만의 특색이 없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 생각한다. 경기장에서 욕심을 버리고 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울산에는 축구 잘하는 형들이 많다. 나는 막아주고 헌신하는 플레이를 해야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고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나는 포지션 자체도 그렇고 골을 잘 넣는 것도 아니고, 크로스도 안 좋고, 도움도 못하는 선수다. 대구전에서는 열심히 뛰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면서, “솔직히 (홍)철이 형, (김)태환이 형이 비해 부족한 게 많다. 따라가려면 멀었다. 이런 형들과 뛰는 자체로 영광이고 행복하다. 프로라면 국가대표팀에 가는 게 꿈이다. 열심히 하면 좋은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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