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풋볼토크] 김상식 감독은 '최강희 축구'의 진정한 계승자다
입력 : 2021.12.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전주] 김성진 기자= 몇 년 전 전북 현대를 취재할 때였다. 한층 선두 싸움이 치열할 때 최강희 감독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지금 2위인데 1위를 탈환하고 싶지 않으세요?”라고. 이에 최강희 감독은 웃으면서 “선두보다 2위로 추격하는 것이 더 낫다. 마지막 몇 경기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라고 답했다. 장기 레이스에서는 당장 선두보다는 꾸준히 승점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이는 최강희 감독이 전북을 이끌고 2009년 첫 우승 한 것을 시작으로 퇴임한 2018년까지 6차례 K리그1 우승을 하는 데 있어 밑바탕이 됐다. 꾸준히 선두 경쟁을 하면서 선수단에 긴장감을 유지하고, 선두를 지키는 것에 대한 부담보다는 추격자의 위치로 선두를 압박한 뒤 결정적인 순간 선두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는 굳히기로 들어가 우승을 확정하는 식이다.

2018년 최강희 감독이 퇴임한 뒤 조세 모라이스 감독 체제의 2년을 보낸 전북은 올해 김상식 감독 체제로 변화했다. 김상식 감독의 취임은 의미가 컸다. 전북 선수 출신으로 코치를 지낸 지도자가 전북 감독의 자리에 오른 첫 사례였다.



최강희 감독은 전북의 현재를 만든 ‘전북 축구의 아버지’다. 김상식 감독이 취임 직후 최강희 감독이 만든 전북 축구의 상징인 ‘닥공(닥치고 공격)’의 업그레이드판인 ‘화공(화려하고 화끈한 공격)’을 내세운 것도 계승자이며 새로운 전북을 열 적임자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김상식 감독이 이끈 전북은 2위 울산 현대를 승점 2점 차로 누르고 올 시즌 K리그1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우승으로 전북은 K리그 사상 첫 5년 연속 우승 및 통산 9회 우승을 달성했다. 화공 축구의 목표였던 경기당 2득점 이상은 이루지 못했지만, 38경기에서 71득점으로 경기당 1.86점을 기록하며 올 시즌 최다득점 팀으로 공격 축구를 제대로 선사했다.

또한 우승 과정은 최강희 감독이 구상했던 방식과 유사했다. 시즌 초반 선두를 달렸던 전북은 5월부터 약 5개월간 울산의 뒤를 이은 2위를 유지했다. 장기간 2위였지만 오히려 선두를 추격하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비결이 됐다. 울산이 내림세를 보이던 시즌 후반부에 뒤집기를 하면서 다시 선두로 올라섰다. 그리고 승리가 필요했던 울산과의 맞대결, 대구와의 원정경기 등을 잡으며 선두를 굳혔다.



이러한 과정은 최강희 감독이 추구한 시즌 운영과 유사했다. 무리해서 선두를 추격하지 않고 바로 앞에 있는 경기부터 잡아가며 착실히 승점을 쌓아가는 것. 그리고 스퍼트를 발휘해 우승의 발판을 만드는 것이다.

김상식 감독은 “큰 영향을 미친 감독님을 꼽으라면 최강희, (성남 시절) 김학범 감독님이시다. 한국 최고의 명장이신 두 감독님이 나를 만들었다. 두 감독님의 장점을 잘 빼 와서 앞으로 팀을 이끄는데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고 했다.

명장의 노하우를 흡수해 자신만의 축구를 만들 김상식 감독의 내년 행보가 기대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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