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포커스] 실패가 두렵지 않은 '진짜 리더' 김오규, 제주가 더 강력해진 이유
입력 : 2022.01.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제주] 이경헌 기자=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양강 구도를 깨려는 제주유나이티드(이하 제주). 2022시즌을 앞두고 안태현, 최영준, 윤빛가람, 김주공, 김규형(임대), 김동준, 이지솔, 문경건 등 폭풍 영입으로 그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제주가 더욱 강력해진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진짜 리더' 김오규(32)가 제주의 새로운 주장 완장을 차고 있기 때문이다.

김오규는 2020년 7월 강원 FC를 떠나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김오규는 상주 상무 시절(2015~2017)을 제외하면 줄곧 강원(2011~2015, 2017~2019)에서 활약한 '원클럽맨'이었지만 제주에서는 '믿을맨'으로 거듭났다. 2020시즌 K리그2 우승과 함께 1부리그 승격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김오규는 2021시즌에도 37경기 1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치며 '하나원큐 K리그1 2021 대상 시상식' BEST11 후보에도 올랐다.

아쉽게도 수상에 실패했지만 대신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신임을 얻었다. 2022시즌 제주의 주장으로 임명된 것. 김오규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처음에는 난색을 표하기도 했지만 남기일 감독의 적극적인 권유와 동료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주장 완장을 차기로 결정했다. 김오규는 "물론 부담감이 컸지만 누군가 주장을 해야 한다면 제일 고참인 내가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를 지켜본 남기일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제주의 진짜 힘은 모든 선수가 어려울 때 항상 나서려고 한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에는 이창민와 주민규가 그랬다. 김오규도 리더 역할을 많이 해줬다. 김오규는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는 선수다. 자신을 믿어준 감독과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을 늘 갖고 있고, 팀을 위해 헌신하려는 자세를 가진 정말 프로페셔널한 선수다. 어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는 좋은 선배이자 베테랑이다"이라고 주장 선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남기일 감독은 김오규를 눈여겨 본 이유는 바로 실패를 두려하지 않는 자세였다. 실제로 김오규는 남다른 파이팅 스피릿의 소유자다. 특히 지난 시즌 ACL 진출 향방이 걸린 전북과의 최종전을 앞두고 "전북의 우승 잔치에서 들러리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프로선수의 임무이기 때문이다"라며 선수단과 팬들에게 울림 있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비록 패배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 두려움 때문에 흔들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김오규는 "제주에 오기 전에 나는 패배자였다. 하지만 이렇게 있어서는 안될 것 같았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부딪혀 보기로 했다. 이적 당시 제주는 1부리그 승격이라는 목표가 명확한 팀이었다.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따라오는 힘든 여정이었지만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실패한 행동을 해서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기를 실패해서 후회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첫 이적이었지만 더 적극적으로 행동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북전을 앞두고 했던 인터뷰가 생각난다. 혹자는 그 인터뷰 때문에 전북의 전투력이 더 올라갔다고 한다. 맞다. 인정하겠다.(웃음) 하지만 후회는 없다. 비록 목표 달성에 실패했더라도 그 성취감에 도달하는 과정을 통해 실패는 경험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 경기는 우리에게 쓰라린 실패가 아닌 좋은 경험이 됐다고 생각한다. 전북과 울산의 양강 구도를 깨기 위해서는 이러한 경험이 새로운 자신감으로 될 수 있게 더욱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가장 넘어서고 싶은 상대 역시 전북이었다. 김오규는 "전북전이 끝나고 팬들이 많이 걱정해주셨다. ACL 진출 실패라는 아쉬움이 컸지만 큰 힘이 됐다. 올 시즌에는 반드시 전북을 이기고 싶다. 제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구단도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 투자를 많이 해주셨다. 앞으로 남은 일들은 감독님과 코치진 그리고 선수들 몫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할지 잘 알고 있다. 나부터 솔선수범하겠다"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강력한 멘탈만큼이나 몸도 더욱 단단해졌다. 김오규는 강원 시절부터 자기 관리가 철저했고, 프로페셔널한 훈련 태도로 유명했다. 제주 이적 후에도 강원 시절 인연을 맺었던 트레이너와 동행할 정도로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27일 수원 FC전에서 K리그 통산 300경기 출전의 금자탑을 세웠는 데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프로 11년차. 산술적으로 매 시즌 27경기 이상 출전해야 가능한 대단한 기록이다.

주장 완장을 넘겨준 주민규는 "풍부한 경험과 농익은 실력을 갖춘 베테랑 선수이지만 아직도 자기 자신과 적당하게 타협하지 않는 진짜 프로다. 지난 시즌에도 팀적으로,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음에도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던 게 바로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정말 동료들에게 큰 귀감을 주는 선수다. 주장이었지만 나 역시 많이 의지했던 존재였다. 정말 고마운 선배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오규는 "이제는 주장으로서 더 노력해야 한다. 지난해까지 팀에 큰 버팀목이 됐던 (권)한진이형과 (오)승훈이형이 떠나면서 맏형인 내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떠나면서 정말 마음이 아팠지만 동료들이 나를 믿고 따라와줘서 고맙다. 부주장인 (윤빛)가람이와 (최)영준이도 큰 힘을 준다. 지난해 1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출전했는데 올해 전 경기 출장을 목표로 더 채찍질하고 있다. 제주가 내게 버팀목이 됐듯이, 이제는 내가 제주의 버팀목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사진=제주유나이티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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