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1시즌 리뷰] 롯데 자이언츠 – 승부처, 너란 놈이란
입력 : 2022.03.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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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성적 – 정규리그 8위 (65승 71패 8무, 승률 0.478)

[스포탈코리아] “2021년에는 무조건 성적을 내야 한다.”

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단장은 임기 첫 시즌 시작 전 인터뷰에서 2021년을 ‘승부처’로 꼽았다. 시즌 전 기준으로 중견수 민병헌과 2루수 안치홍, 투수 노경은의 계약이 2021시즌을 끝으로 종료되기 때문에 이 선수들이 남아있을 때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큰 기대를 안고 맞이한 2020시즌이 실패에 가까운 결과로 마무리되며 2021시즌이 성 단장의 말처럼 성적으로 보여줘야 할 시점이 됐다.

우선 롯데는 내부 자원 단속에 나섰다. 2020시즌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됐던 댄 스트레일리와 딕슨 마차도 두 선수를 해가 넘어가기 전에 붙잡았다. 개인사로 인해 다소 부진했던 아드리안 샘슨은 앤더슨 프랑코로 교체하며 물갈이에 나섰다. 이어 팀의 살아있는 전설 이대호와도 2년 26억 원에 재계약하며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했다. 12월에는 KT 위즈에 신본기와 박시영을 내주고 유망주 최건과 2022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오며 기존의 육성 기조에도 힘을 실어주었다. 이에 앞서 롯데는 고효준, 장원삼, 김동한 등 30대 이상 일부 선수와도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리빌딩을 준비한 바 있다.

비록 눈에 띄는 즉시전력감 보강은 없었지만 롯데는 신인지명에서 좋은 자원을 여럿 영입했다. 2019년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얻어낸 1차 지명 전국구 지명과 2차 1라운드 지명권으로 포수 손성빈(장안고)과 좌완 김진욱(강릉고)을 데려왔고, 2차 2라운드에서는 해외 진출이 유력했던 나승엽(덕수고)을 지명한 후 설득 끝에 구단 역대 최고 계약금인 5억 원에 붙잡았다. 큰 전력 공백 없이 유망주를 쓸어오면서 롯데는 2021시즌 역시 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경질, 정보 고맙다’


2021년 4월, 롯데는 고개 숙일 일이 많았다.(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기대를 모은 2021시즌, 그러나 롯데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첫 주를 ‘퐁당퐁당’으로 시작한 롯데는 4월 중순 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와의 3연전을 모두 루징 시리즈로 마무리하며 조금씩 바닥을 향해갔다. 그다음 주 곧바로 두 번의 위닝 시리즈를 만들었지만 4월 25일 KT전에서 이해할 수 없는 고의4구 작전으로 패배한 후에는 반등 없이 내려가기만 했다. 4월 말 한화 이글스와의 홈 3연전을 스윕패로 장식하면서 롯데는 결국 최하위로 떨어졌다.

성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과정이 좋았다면 만족했겠지만, 불행하게도 롯데 팬들은 그 과정마저도 만족할 수 없었다. 4월에는 추재현, 강태율, 오윤석, 배성근 등 야수들이 마운드에 올랐고, 5월 8일 삼성전에서는 마흔 살의 이대호가 데뷔 후 처음으로 포수로 나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마치 기 싸움을 하듯 포수 지시완을 벤치에만 두고 있었고, 슬럼프에 빠졌던 손아섭에게는 타순 조정 등을 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믿음을 줬다. 납득할 수 없는 용병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

결국 롯데 프런트는 칼을 빼 들었다. 5월 11일 경기를 앞두고 허문회 감독을 전격 경질한 것이다. 이로써 롯데는 2010년 재계약 포기로 팀을 떠난 제리 로이스터 감독 이후 6명의 감독이 연속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나는 상황을 맞이했다. 허문회 감독은 2020시즌 내내 성민규 단장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와 갈등을 빚었고, 끝내 벌어진 틈을 메우지 못하면서 계약 기간을 1년 반 넘게 남겨두고 고향 팀을 떠나게 됐다.


뒤늦게 달려봤지만…


갑작스럽게 롯데 감독석에 앉게 된 래리 서튼 감독(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허문회 감독 경질과 함께 롯데는 대행 체제 대신 래리 서튼 퓨처스 감독을 1군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허문회 감독 부임 전 롯데 감독 후보로 하마평에 오른 서튼 감독은 정식 감독 취임 후 지시완, 추재현, 나승엽 등 시선 밖에 있었던 선수들을 1군으로 불러 기회를 주면서 ‘허문회 체제’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그런 노력이 빛을 발했을까, 롯데는 6월 들어 15승 11패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월간 승률 5할 이상을 거뒀다. 시즌 초반의 난맥상에서 탈출하며 안정을 되찾았다.

이후 2020 도쿄 올림픽 종료 후 8월부터 롯데는 본격적으로 5강 싸움에 합류했다. 8월 들어 주춤했던 전준우와 손아섭이 9월 이후 맹타를 휘두르며 타선을 이끌었고, 전년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던 한동희 역시 9월 이후 7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타격감을 되찾았다. 투수진에서는 구승민-최준용-김원중으로 이어지는 필승조의 활약이 롯데가 후반기 이길 경기를 확실히 잡고 가는 데 크게 기여했다. 여기에 후반기 들어 투심 패스트볼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 이인복이 선발진에 새로운 피로 수혈되며 힘을 보탰다.


2021시즌 구승민과 최준용, 김원중의 후반기 성적


이렇듯 여러 선수들이 활약하며 롯데는 후반기 32승 27패 7무(승률 0.542)를 기록,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후반기 승률 3위를 기록했다. 전반기에 까먹은 승패 마진으로 인해 결국 가을야구 마지막 티켓 한 장의 주인공은 되지 못했지만 8월 이후 롯데는 여전히 경쟁력이 남아있는 팀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팀 타율 1위, 팀 평균자책점 10위

올해 롯데의 베스트 라인업은 큰 구멍 없이 대부분의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팀 내 유일의 전 경기 출전자인 전준우는 192안타를 터트리며 최다안타 1위에 올랐고, 시즌 초반 슬럼프에 빠졌던 손아섭 역시 반등에 성공하며 3할 타율 수성에 성공했다. 전반기 롯데 타선을 이끌었던 정훈과 안치홍, 후반기 장타력을 뽐낸 한동희도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비록 젊은 시절의 모습은 아니지만, 이대호 역시 불혹의 나이에도 20홈런 가까이 뽑아내며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이 외에도 추재현, 신용수, 김재유 등의 외야 자원도 올 시즌 자주 모습을 드러내며 활약했다. 비록 포수 포지션이 불완전했고 중견수 쪽에서도 이렇다 할 주전 선수가 없는 약점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롯데 야수의 활약은 준수했다.


2021시즌 전준우, 손아섭, 안치홍, 정훈, 이대호의 성적


반면 투수진은 실망스러움 그 자체였다. 2020시즌 롯데 투수진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할 수 있었던 에이스 스트레일리는 2년 차 들어 다소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BB% 6.9%→9.2%), 결국 지난해와 같은 등판 횟수에도 이닝이 30이닝 가까이 줄어들었다. 스트레일리가 흔들린다면 원투펀치를 맡아야 하는 프랑코라도 좋았어야 했지만, 프랑코는 꼬박꼬박 등판했다는 점을 빼면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박세웅이 4년 만에 두 자릿수 승수와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부활했고 이인복이 후반기 들어 괜찮은 모습을 보였지만, 중심축이 흔들린 롯데의 선발진은 결국 팀을 5강으로 이끌지 못했다. 이로 인해 롯데는 팀 타율 1위에도 팀 평균자책점이 10위에 머무르며 투타의 균형이 전혀 맞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2021시즌 스트레일리, 프랑코, 박세웅의 성적


그나마 고무적인 부분은 구원진의 활약이다. 특히 구승민-최준용-김원중의 불펜 트리오는 후반기 들어 나란히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팀의 5강 경쟁을 이끌었다. 이 외에도 전반기에는 노장 김대우의 뒤늦은 분발이 돋보였고, 중간중간 김진욱과 김도규 등 어린 선수들도 구원진에서 희망을 보여줬다.


MVP: 전준우


‘캡틴’ 전준우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을 제대로 이끌었다.(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전준우는 2021시즌을 앞두고 주장직을 맡았다. 앞서 2년 동안 주장을 맡았던 손아섭과 민병헌이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많은 팬들은 ‘주장 징크스’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2021시즌 후, 전준우는 주장답게 팀 타선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며 모범을 보였다.

지난 시즌 개인 통산 최다 타점(96타점)을 기록했음에도 전반적으로는 생산성이 하락한 모습을 보여준 전준우는 올 시즌 일정 부분 장타력을 포기하는 대신 중거리포로 변신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안타와 2루타, 타율, 출루율은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고, 전반적으로 본인 최고의 시즌이라고 할 수 있는 2018년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다소 기복이 있었던 다른 팀 동료들과는 달리 전준우는 64타석을 소화한 8월(타율 0.219, OPS 0.550)을 제외하면 꾸준히 월간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했다. 여기에 팀이 순위 싸움에 가세한 9월과 10월에는 3안타 이상 경기를 11차례나 기록하며 월간 4할대 타율을 거뒀다. 중요한 순간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며(WPA 4.09 / 리그 6위) 시즌 막판에는 한 자릿수 홈런에 100타점을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도 나왔다. 비교적 저렴한 FA 계약 규모(4년 34억 원)를 생각한다면, 팬들은 전준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MIP: 최준용


아쉽게 신인왕을 놓쳤지만 최준용의 활약은 롯데에겐 단비와 같았다.(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2020시즌 신인 자격 요건에 0.1이닝을 남겨두고 시즌을 마감하며 올 시즌에도 신인왕 경쟁에 뛰어들 수 있게 된 최준용은 2년 차 시즌에서 기대 이상의 발전을 보여줬다. 시즌 초반 승리조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무리한 투구로 우려를 자아냈던 최준용은 결국 5월 초 어깨 회전근개 파열 진단을 받고 3개월을 통째로 쉬어야 했다.

복귀 후 첫 경기에서 0.2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던 최준용은 그러나 이후 무자책 행진을 이어갔다. 최준용은 후반기 들어 8월 11일 NC 다이노스전부터 10월 15일 LG 트윈스전까지 23경기 연속 무자책을 기록, 같은 기간 평균자책점을 5.21에서 2.32까지 낮췄다. 누적 기록 역시 잘 쌓으면서 최준용은 데뷔 2년 만에 20홀드 고지를 밟았다. 패스트볼을 전체의 70% 이상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던지면서도 공략당하는 모습은 자주 보이지 않는 등 강력한 구위를 뽐낸 최준용은 롯데 필승조에서 빛과 소금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아쉬운 선수: 민병헌 / 서준원

민병헌과 서준원 모두 아쉽다는 표현을 쓰기는 어려운 선수들이다. 지난 시즌 최악의 부진과 함께 뇌동맥류 수술이라는 악재까지 겹친 민병헌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힘든 시즌을 보냈다. 서준원 역시 부상을 참고 던지다 시즌 막판 결국 어깨 부상으로 인해 시즌을 조기에 마감해야 했다.

그러나 배경은 배경이고 결과는 결과. 두 선수는 모두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수술 후 회복을 위해 5월 말에야 시즌을 시작한 민병헌은 좀처럼 예년의 모습을 되찾지 못했다. 10경기 만에 다시 1군에서 제외된 민병헌은 퓨처스리그에서 타격감을 되찾은 뒤 8월 말 다시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별 소득을 얻지 못한 민병헌은 8월 29일을 끝으로 1군 무대를 밟지 못했고,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2017시즌 후 많은 기대를 받으며 롯데에 입단한 민병헌은 결국 ‘준수했지만 유리몸’이었던 2시즌과 ‘지병으로 인한 부진’ 2시즌을 보낸 후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롯데 입단 후 4년간 민병헌의 성적


서준원 역시 입단 후 적어도 전력감은 됐던 2시즌과는 달리 올 시즌에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전반기에는 구원투수, 후반기에는 선발투수로 등판한 서준원은 어느 보직에서도 정착하지 못했다. (선발 ERA 8.13 / 구원 ERA 6.26) 주 무기가 돼야 하는 패스트볼이 타자들의 먹잇감이 되면서, 서준원은 세컨드 피치인 슬라이더마저도 제대로 써먹지 못했다. 2018년 고교 최고 투수 3인방이었던 원태인(삼성)이 토종 에이스로 성장해 다른 나라 팀과 상대하는 동안, 서준원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펼쳤다.


데뷔 후 서준원의 3시즌 성적



2022년. 이대호의 마지막 시즌, 손아섭 없는 첫 번째 시즌


이제 이대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2022년이 마지막이 됐다.(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는 2022시즌 구단 역사에 남을 터닝 포인트 하나를 맞게 된다. 바로 21세기 시작과 함께 팀에 입단해 해외 생활 5년을 제외하면 꾸준히 롯데를 지킨 이대호가 은퇴하는 것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2년 계약을 맺은 이대호는 2022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고 선언했다. 2000년대 초반 ‘비밀번호’ 시절부터 제리 로이스터-양승호 감독 시기의 황금기를 거쳐 최근의 난맥상까지 모두 경험한 이대호는 이제 후배들에게 중심을 넘겨주고 무대 뒤로 사라지게 됐다. 살아있는 전설의 마지막 시즌인 만큼 롯데는 더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

우선 롯데는 혼란을 수습해준 래리 서튼 감독과 2년 연장 계약을 맺었고, 김평호와 전준호 등 베테랑 코치진이 들어와 서튼 감독을 보좌하게 된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오현택, 노경은, 이병규, 송승준 등 베테랑 선수들이 팀을 떠났고, 대신 지난 시즌 도중 전역한 안중열과 정성종, 내년 시즌 돌아오는 최하늘 등 군 전역 선수들이 전력에 가담하게 된다. 여기에 스트레일리와 프랑코를 대신할 외국인 투수 찰리 반스와 글렌 스파크먼, 외야수 자원인 DJ 피터스와 해가 넘어가기 전 계약에 합의하며 외인 구성도 마쳤다.

하지만 롯데의 내년 시즌을 좌우할 FA 선수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최근 2시즌 동안 육성 기조를 보이면서도 필요한 자원과는 계약을 이어갔기에 올해 스토브리그도 비슷한 흐름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롯데는 이도 저도 아닌 겨울을 보내고 있다. 결국 S~A급 외부 자원은 접근도 하지 못했고, 심지어 15년 동안 한 팀에서만 뛴 내부 FA인 손아섭마저 지역 라이벌 NC로 넘어가는 ‘대참사’도 발생했다. 선수는 대체할 수 있지만 선수와의 추억은 무엇도 대신할 수 있는 게 없기에 롯데 팬들은 씁쓸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했다.

이대호에 앞서 현역 생활을 마감한 박용택과 김태균은 모두 20년 가까이 한 팀에서 뛰며 위대한 기록을 남겼음에도 우승을 시켜주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 모두 활약하며 업적을 만들었던 이대호 역시도 아직까지 KBO 리그에서는 우승이 없다. 과연 롯데 후배들은 떠나는 형 앞에 우승 트로피를 안겨줄 수 있을까?

야구공작소
양철종 칼럼니스트 / 에디터=홍기훈, 서주오


참고=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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