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1시즌 리뷰] NC 다이노스 – 써보지도 못하고 부러진 집행검
입력 : 2022.03.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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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성적 – 정규리그 7위 (67승 68패 9무, 승률 0.496)

[스포탈코리아] NC는 2020년 막강한 타선과 탄탄한 수비력으로 창단 9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나성범이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손을 잡고 MLB 포스팅을 추진하였지만 팀에 잔류했고, 애런 알테어와 드류 루친스키가 재계약을 하면서 전력 유출을 최소화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견 없이 2021년에도 NC를 강팀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스프링캠프 시작부터 지난해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온 구창모가 부상으로 이탈하며 선발진에 문제가 발생했다. 그리고 시즌 중반 주전 4인방이 코로나 방역 수칙 위반 사건으로 팀을 이탈하면서 갑작스럽게 하락세가 시작됐다.


식어버린 불방망이

2020년 NC 타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막강한 화력을 과시했다. 팀 타율 2위(0.291), 출루율 1위(0.366), 장타율 1위(0.462), 홈런 1위(187개), 득점 1위(888개), 득점권 타율 1위(0.328) 1위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상위권에 머물렀다. 양의지, 알테어, 나성범 등 무려 3명의 타자가 30홈런-100타점을 기록하면서 타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단 1년이 지난 올 시즌에는 팀 타율 6위(0.261), 출루율 7위(0.343), 득점 7위(702), 등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하위권을 기록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득점권 타율이다.


2020-2021 NC 다이노스 팀 기록 변화(괄호 안은 순위)




NC 주요 선수 득점권 타율 비교


작년에 비해 팀 전체적으로 득점권 타율이 0.070이 떨어졌고, 특히 타선을 이끌었던 나성범과 알테어의 득점권 타율 하락 폭이 크게 눈에 띈다. 알테어는 시즌 초반 무서운 페이스로 홈런을 쳐내며 KBO에 완전히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였으나(4월 9홈런 1.130 OPS), 체력 저하가 요인이 된 것인지 슬럼프에 빠지며 많은 약점을 드러내며 결국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나성범은 지난해와 비슷한 홈런과 타점을 기록했지만, 전체적인 생산력은 하향세를 그렸다. 타자들이 출루를 하여도 알테어와 나성범이 치지 않으면 점수를 얻기 쉽지 않았다. 여기에 득점권에서 4할을 기록하며 악마 같이 상대를 괴롭힌 박민우의 이탈도 크게 느껴졌다. 팀 전체적으로 종합적인 타격 생산성은 물론 이상하리만치 득점권에서 강했던 모습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오직 양의지 정도만 2년 연속 30홈런-100타점을 기록하며 지난해만큼 성적을 냈다.


너나 할 것 없이 힘을 잃어버린 마운드

20년도 NC 선발진은 루친스키와 구창모를 필두로 많은 승을 챙기며 무력을 과시했고, NC는 이를 바탕으로 초반부터 순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였다. 도중에 부상으로 이탈한 구창모를 비롯해 선발진이 로테이션을 한 차례 쉬어 갈 때는 젊은 피 송명기가 투입되며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줬다. 그랬기에 21년에도 송명기의 활약이 기대됐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송명기 2020-2021시즌 선발 기록


송명기는 올 시즌 3,4선발을 오가며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높았을 팀의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했다. 와일드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140km/h 중후반의 묵직한 패스트볼을 지녔고, 탁월하지는 않지만 스트라이크 존에 과감하게 던지는 투구 스타일이 송명기의 무기였다. 그러나 시즌 초 마차도의 머리에 사구를 맞힌 뒤로는 밸런스가 무너진 모습을 보여주며 본인의 강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선발과 동시에 김진성, 원종현 등이 앞에서 이끄는 불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NC는 올 시즌 블론 세이브 16개로 리그 3위를 기록했다. 불펜진이 기록한 WPA는 지난해 리그 2위에서 올해 리그 10위로 추락했다. 특히 감방의 약초 역할을 했던 좌완 스페셜리스트 임정호가 크게 부진했다.


임정호 2020-2021 시즌 기록


임정호가 NC에서 맡고 있는 비중은 상당히 높다. 기록에서 보여지는 것 외에도 좌타자와 대타를 상대로 흐름을 끊어주는 것은 경기 중후반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다. 임정호는 표면적으로는 지난해와 비슷한 성적을 냈지만, 정작 본인에게 가장 큰 목표인 좌타자 상대 소방수라는 임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이처럼 중요한 상황에 끊어줘야 하는 선수들이 모두 부진 하면서 NC는 많은 경기를 놓치고 말았다. 다행히 시즌 중반 이용찬의 합류로 마무리가 안정되었지만, 내년 시즌에도 중간 계투진이 보완되지 않는다면 쉽지 않은 경기들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딸기는 부활할 수 있을까

각 구단에는 한 명씩 애증의 선수가 있다. NC에도 창단부터 함께해온 애증의 선수, 딸기 이재학이 있다. 이재학은 사이드 투수이지만 막강한 체인지업을 앞세워 2013년 시즌부터 4시즌 동안 10승과 100이닝 이상을 기록하며 토종 에이스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2017년 시즌 이후부터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학 2020-2021 시즌 기록


작년 시즌과 올 시즌 성적에서는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 지난해부터 2년 연속 부진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직구 구속이 빨라졌다는 점에서 부활을 위한 희망의 불씨 하나 정도는 남겨뒀다. 이재학의 주 구종은 직구와 체인지업이다. 가끔 슬라이더와 컷 패스트볼을 구사하나 투구 비율이 상당히 낮아 사실상 투 피치 유형 투수로 분류된다. 그렇기 때문에 직구의 구속이 나오지 않는다면 결정구로 사용하는 체인지업의 위력도 반감된다.


이재학 2018-2021 시즌 구종별 평균 구속(km/h)


만 31세로 신체적 전성기의 끝을 향하고 있는 이재학이지만, 모든 구종의 평균 구속이 시속 3km/h 이상 증가하였고 직구의 최고 구속은 시속 145km/h를 기록하는 등 오히려 구속 면에서는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다시 떠오르게 했다. 이 구속을 유지하면서 다른 보완점을 수정할 수 있다면 전성기처럼 10승, 100이닝 이상을 기록하는 ‘딸기’ 이재학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 그렇게만 된다면 롤러코스터 같은 2년을 보낸 NC에겐 더 없는 힘이 될 것이다.


강제 리빌딩의 시작?!

NC는 한동안 자체적으로 지명해 육성해낸 선수의 출장이 다른 구단에 비해서 드물었다. 시즌 후반 신인 선수들에게 경험 제공 차원에서 콜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제외하면, 1군 엔트리에 오래 머무르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부상과 주전 선수들의 야구 외적인 사유로 인한 이탈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1군 로스터가 새로운 얼굴들로 채워졌다. 야수 쪽은 최정원, 김기환, 박준영, 김주원이 합류하면서 전과 다른 야구 스타일을 NC에 불어넣었다. 한 경기에서 팀 도루 6개를 기록하기도 하는 등, 젊은 선수들이 적극적이고 과감한 베이스 러닝을 통해 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빠른 템포의 뛰는 야구를 선보였다. 물론 1군 무대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경기를 치를수록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졌고, 상대팀의 치밀한 분석에 점점 출루율이 떨어졌다. 또한 의욕이 앞선 나머지 주루미스와 주루사가 나오는 경기가 점점 많아졌다. 그래도 NC에게는 또 다른 가능성과 희망적인 미래를 보는 시간이었다.

투수 쪽에서는 올 시즌 NC의 최고의 히트 상품 신민혁이 있었다.


2021년 신민혁 선발 기록


2년차 신민혁은 30경기에 선발로 출장, 145이닝을 던지는 동안 ERA 4.41을 기록하며 선발로서 제 역할을 다하였다. 다만 불펜에서 6번이나 승리를 날리는 바람에 성공적인 선발 투수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10승은 아쉽게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QS 9번, QS+ 3번을 기록하는 등 1-2선발에 못지않은 에이스급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직구가 빠르지는 않지만 다양한 구종과 경기 운영이 돋보이며 결정구로 던지는 체인지업은 가히 마구라 할 정도로 무브먼트가 뛰어나다.

신민혁이 가세한 선발진에 좌완 에이스 구창모가 다음 시즌에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선발 운영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가능성을 보여줬던 송명기, 구속이 살아난 이재학이 있는 만큼 선발진의 가능성과 무게감은 다른 팀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외국인 선수진, 나성범의 FA, 한번 무너진 중간 투수진 등 몇 가지 변수가 남아있지만 NC는 다시 한번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다만 ‘집행검’을 쉽게 들어 올릴 수 있는 시간은 길게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2022년 시즌 후 양의지, 박민우, 노진혁, 이재학 등 많은 NC 소속 선수들이 FA시장에 나오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는 이번 시즌 후반기 그러했듯이 강제적인 리빌딩이 시작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결국 다음 시즌이 집행검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최대 적기라 할 수 있다.


야구공작소
박문권 칼럼니스트 / 에디터=박기태, 홍기훈


참고=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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