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022 외국인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KT 위즈 헨리 라모스
입력 : 2022.04.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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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라모스 (Henry Ramos)

외야수, 우투양타, 183cm/97kg, 1992년 4월 15일 (만 27세)

2021년 AAA(리노 에이시즈) 성적

294타석 .371/.439/.582 12홈런 4도루 wRC+ 155

2021년 MLB(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성적 29경기 55타석 .200/.255/.300 1홈런 8타점 fWAR -0.3


[스포탈코리아] KT 위즈의 2021년은 창단 첫 우승과 함께 화려한 시즌을 보냈다. 선발진에서는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윌리엄 쿠에바스 두 외국인 투수의 활약과 고영표, 소형준, 배제성 등 토종 투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타선 역시 최고의 타자로 성장한 강백호를 중심으로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2022년 KT 위즈는 홈런왕 출신 박병호를 영입하면서 다시 대권에 도전한다. 그러나 지난 시즌을 되돌아보면 만족스럽지 못했던 부분도 분명 존재했다. 바로 외국인 타자의 부진이었다.


<2021년 KT 위즈 외국인 타자 성적>


2020년 리그 MVP 멜 로하스 주니어의 대체자로 영입된 조일로 알몬테는 공격에서는 들쭉날쭉했으며, 여러 부상의 여파 탓인지 수비마저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다 결국 부상으로 방출되었다.

알몬테의 대체자로 KT는 시즌 중반 과거 한화 이글스 출신 제러드 호잉을 영입했다. 호잉이 공수에서 괜찮은 모습을 보이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했으나 정규시즌 성적을 보았을 때 그를 재계약하기에는 부족했다. 그 후, 발 빠르게 새로운 외국인 타자 물색에 나선 KT는 만 27세의 헨리 라모스와 계약을 맺었다.


배경

푸에르토리코 태생인 라모스는 2010년 드래프트에서 보스턴 레드삭스가 5라운드 전체 173번으로 지명하면서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스위치 히터이자 훌륭한 파워와 운동 신경을 가진 유망주였다.

하지만 현 축구선수로 활동 중인 형과 함께 어린 시절 장기간 축구 선수로 활동했기 때문에 야구에 집중한 기간이 짧았고, 드래프트 당시엔 선구안이나 컨택 등이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에 가깝다는 평가였다.

그 후, 루키리그 기록을 제외하면 인상적인 성적을 기록하지 못한 라모스는 2014년 더블A에서 48경기 .326/.368/.431 wRC+124라는 드래프트 이후 최고 성적을 내며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듯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는 왼쪽 무릎에 파울볼을 맞아 발생한 피로 골절로 그 해와 2015년의 대부분을 재활하는데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이 부상은 라모스의 발전을 저해시켜 결국 2016년이 끝나고 레드삭스를 떠나게 만들었다. 이후 다저스와 새로운 마이너 계약을 맺은 뒤 .290의 타율과 10개 가량의 홈런을 때리는 등 좋은 성적을 기록했으나 리그 최고의 야수 뎁스를 보유한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와의 인연은 쉽게 닿지 않았다. 다저스, 자이언츠, 다이아몬드백스를 떠돌며 마이너리그 생활을 이어가던 도중 2021년 트리플A 75경기에서 .371/.439/.582 wRC+155 12홈런을 기록하며 대폭발, 드디어 9월 확장 로스터 기간 때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라모스는 콜업 후 55타석의 기회를 부여받은 동안 .200/.255/.300의 슬래쉬라인과 단 1홈런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내며 팀에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시즌 종료 후 푸에르토리코 윈터리그에서도 웨이버 지명할당(DFA)된 라모스는 12월 1일, KT 위즈와 총액 100만달러(연봉 75만달러+인센티브 25만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타격


<헨리 라모스의 최근 5년간 트리플A 성적>


KBO에 새로 영입된 외국인 선수들의 성적을 예측할 때, 주로 KBO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받는 트리플A에서 남긴 기록을 찾아보곤 한다. 라모스의 2016년부터 2019년까지의 트리플A 성적은 메이저리그에 올라가기엔 살짝 부족한 성적이었다. 그런데도 KT 위즈가 라모스에게 매력을 느낀 이유는 지난해 트리플A 성적이 워낙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2021년 .371/.439/.582의 슬래시라인을 기록하고 294타석에서 12홈런을 때려내는 등 크게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가 작년 트리플A에서 뛰었던 팀인 리노 에이시즈는 타고투저로 유명한 PCL리그 소속이고, 고산지대에 위치한 홈 구장의 파크팩터도 매우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성적이 과장되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라모스의 2021년의 성적은 긍정적으로 바라볼만 하다. 타석에서 ‘접근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라모스는 타석에서 더 많은 공을 골라냈다. 이어 때려내야 할 공도 정확히 구분했다.

또한 트리플A에서 3할대 안팎의 타율을 기록한 시즌을 여러 차례 만들어냈다는 점, 2018년부터 꾸준히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는 점 등은 KBO행을 택한 외국인 선수들 중에서도 상당한 타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헨리 라모스 좌/우타석 스플릿>


KT 위즈의 역대 외국인 타자 용병 사례들을 보면 유독 스위치 히터였던 경우가 많았다. 라모스 또한 스위치 히터기에 좌/우 스플릿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어렸을 때 우타자였던 그는 16살 때 처음으로 스위치 히터에 도전했다. 그 영향인지 마이너 커리어 초반에는 확실히 좌타석보다 우타석에서의 성적이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경험이 쌓이자 라모스는 좌타석에서의 약점도 어느 정도 보완하는 데 성공했다. 2018년부터는 오히려 우타석에 들어섰을 때보다 성적이 높은 해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좌/우 스플릿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타격에서 여러 장점이 있는 라모스지만 뚜렷한 약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콜업된 후 약점으로 부각된 브레이킹볼 대처 능력이다.


<헨리 라모스 2021 MLB 구종별 성적>


스위치 히터들은 같은 손 투수가 던지는 바깥쪽으로 급격히 휘어져 나가는 브레이킹볼을 잘 상대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을 지녔다. 하지만 라모스의 경우 반대 손 투수가 던지는 브레이킹볼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패스트볼 상대 성적도 썩 좋지 않았다. 오프스피드 피치는 상대한 표본이 너무 적어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유독 브레이킹볼을 상대할 때의 Whiff%(스윙 대비 헛스윙률)가 39.3%로 다른 구종보다 높았다. 컨택이 이루어졌을 때도 발사 각도와 평균 타구 속도 모두 좋지 않았다.

즉 브레이킹볼을 상대하는 데 크게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KBO에서도 투수들이 라모스를 상대로 브레이킹볼을 집중적으로 던질지, 라모스가 잘 대처할 수 있는지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다.


수비, 주루

라모스는 전 외야 포지션을 소화 가능한 외야수이다. 2021년 전까지는 외야 전 포지션에서 출장했지만 2014년 무릎 부상 이후 중견수로 출장하는 빈도는 이전부터 많이 줄어들었다. 이때문에 주로 코너 외야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 2015년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플러스급 수비 범위와 어깨, 평균 정도의 스피드를 가지고 있어 빅리그에서 충분히 수비가 가능하다고 언급된 기록이 있는 수준급의 수비수였다. 하지만 무릎 부상 이후 스피드가 많이 하락해 2021년 스탯캐스트에서 제공하는 스프린트 스피드는 26.3ft/s로 하위 35% 정도에 그쳤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수비 이닝이 102.0이닝뿐이 안 되지만, OAA(Outs Above Average)는 -1을 기록했다.

주루의 경우 통산 도루 성공률은 약 58%정도로, 이전에 한 시즌 최대 15개의 도루를 성공한적이 있으나 도루 센스가 좋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2015년부터는 도루 시도 자체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KBO에서도 많은 도루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망

2021년 트리플A에서 발전한 라모스는 KBO에 새로 도전장을 내민 외국인 선수들 중에서도 특히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컨택 능력 만큼은 꾸준했었고 중장거리 타자로 분류할 수 있는 파워를 보유하고 있다. 브레이킹볼에 대한 대처만 이루어진다면 강백호와 함께 타선을 이끌만한 성적을 기록할 것이다.

비슷한 선수를 예측해보면 2017~2018년 기아 타이거즈에서 활약했던 로저 버나디나를 뽑아본다. 마이너리그를 뛴 기간은 조금 다르지만 둘 다 툴이 좋은 유망주였다. 또한 트리플A에서의 슬래시라인과 볼넷/삼진 비율도 유사했다. 다만 라모스에게 버나디나만큼의 수비력이나 주루플레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타격에서만큼은 강백호를 받쳐줄만한 좋은 성적을 기록해야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유한준의 은퇴와 타격에서 예전같지 않은 박경수와 황재균으로 인해 KT 위즈는 타선 공백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지난 시즌 외국인 타자들은 타선에 큰 보탬이 되진 못했지만, 라모스가 이를 해결해주며 KT 위즈가 2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해낼 수 있을지 지켜보면 흥미로울 것이다.


야구공작소
전희재 칼럼니스트 / 에디터=이재성, 전언수


참고=fangraphs.com, baseballamerica.com, baseballsavant.mlb.com, M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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