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4년, 박찬호의 방황은 헛되지 않았다
입력 : 2022.09.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경현 기자= "스윙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박용택 해설이 직접 남긴 쓴소리이자, 이전까지 박찬호의 타격을 상징하는 말이다. 당시 박찬호에겐 '헛스윙 아티스트'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과거로 돌아가 박찬호가 3할 타율에 도전하고 있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괄목상대, 현재의 박찬호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다.

박찬호는 리그 상급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유격수로 다시 태어났다. 200타석 이상을 소화한 유격수 중 타율 2위, 출루율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조정 득점 창조력(wRC+)은 110.6으로 리그 평균보다 뛰어난 생산성을 보여준다. 예전부터 유명했던 수비력에 공격력까지 갖췄다. 박찬호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으로 성장했다.

드디어 박찬호가 공을 맞히기 시작했다. 19년 주전으로 도약한 이래 박찬호는 15% 안팎의 삼진 비율을 보여줬다. 하지만 올해는 그 비율이 11.3%로 급감했다. 타고투저에서 투고타저로 리그 흐름이 바뀌었고 스트라이크 존 확대로 리그 삼진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박찬호의 행보는 인상적이다.

박찬호 타격 기록

더 많은 컨택은 더 많은 인플레이 타구를 의미한다. 단순히 인플레이 타구의 증가를 넘어 타구 경향성 역시 좋아졌다. 21년까지 박찬호의 타구는 내야에 갖혀 있었다. 당연하게도 수많은 수비수가 지키고 있는 내야보다 넓은 외야로 공을 보내는 게 안타 생산에 효과적이다. 주전으로 도약한 이후 처음으로 박찬호의 외야 타구 비율이 50%를 돌파했다. 타구가 광활한 외야로 향하기 시작했다.

박찬호 타구 방향

지금까지 그를 괴롭혔던 슬라이더 역시 극복하고 있다. 박찬호의 배팅 포인트는 앞에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슬라이더처럼 밖으로 흘러나가는 변화구에 취약하다. 지금까지는 슬라이더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지만 꾸준히 경험치를 쌓았다. 박찬호의 슬라이더 대처는 매년 발전했고 올해 처음으로 슬라이더 상대 구종 가치가 양수를 기록했다.

슬라이더 상대 타격 기록

2019년 홍세완 당시 타격코치와의 대화에서 박찬호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홈런을 치고 싶다는 박찬호에게 홍세완 코치는 욕심을 버리라는 조언을 남겼다. 박찬호의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공격력을 높이려면 강한 타구를 만들어야 하고 이는 홈런에 대한 고민과 연결된다. 문제는 박찬호는 강한 타구를 만들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애증의 시간을 버텨서 박찬호는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냈다. 2022년 시즌을 준비하며 근육량을 5kg 늘려 탄탄한 몸을 만들었다. 레그킥을 버리고 토탭으로 정확성을 끌어올렸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약점을 극복했다. 지난 세월의 방황이 지금의 박찬호를 만들었다.

사진=KIA 타이거즈
기록=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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