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셜] ‘승부 조작범 사면 논란 후폭풍’ KFA, 철회 결정...“잘못된 판단”
입력 : 2023.03.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반진혁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승부 조작범 사면을 전면 철회했다.

대한축구협회는 31일 “지난 28일 의결했던 징계 축구인 사면 조치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승부 조작 가담자 48명을 포함해 총 100명에 달하는 징계 축구인 사면은 전면 취소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이 열리던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었고 킥 오프를 1시간 정도 앞둔 상황에서 축구인 100명 사면 단행 관련 소식을 발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오랜 기간 자숙하며 충분히 반성했다고 판단되는 축구인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충격적인 건 사면 100인에 승부 조작으로 대한민국 축구계를 흔들었던 차마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인물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의 축구인 100명 사면 단행 발표로 엄청난 반발과 비판이 쏟아졌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후 “대한민국 축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한번 주기로 한 결정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양해를 구했지만, 논란만 키웠다.

대한축구협회의 끔찍한 결정에 응원단 붉은 악마는 보이콧 의사를 밝히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심각한 분위기를 인지하고 31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축구인 100명 사면 건에 대한 재심의에 나섰다.

대한축구협회 이사회는 “승부 조작과 같은 중대 범죄 행위에 대한 징계를 다룰 때는 더 깊이 고민하고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어야 했지만, 생각이 짧았으며 경각심도 부족했다. 잘못된 결정으로 축구인, 팬들에게 큰 혼란을 주고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오랜 기간 징계로 그에 상응한 죗값을 어느 정도 치렀다고 생각해 사면을 의결했지만, 이는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승부 조작이나 폭력, 불법 금품 수수 등 위법 행위는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위해 예방 장치를 강화하고 교육에도 더 힘쓸 것이다”며 “사면 결정 이후 따가운 비판과 질책을 겸손하게 수용하고 분발의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입장문

승부 조작이 스포츠의 근본정신을 파괴하는 범죄 행위라는 점에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2011년 발생한 K리그 승부 조작 가담자들의 위법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가 없다는 것을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제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로 재직하던 당시, 가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통해 다시는 승부 조작이 우리 그라운드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도 있습니다.

저는 그들이 저지른 행동이 너무나 잘못된 것이었지만, 그것 또한 대한축구협회를 비롯한 우리 축구계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이라고 늘 생각했습니다.

2년여 전부터 “10년 이상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이 충분히 반성했고, 죗값을 어느 정도는 치렀으니 이제는 관용을 베푸는 게 어떻겠느냐”는 일선 축구인들의 건의를 계속 받았습니다.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최근에는 해당 선수들만 평생 징계 상태에 묶여 있도록 하기보다는 이제는 예방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계몽과 교육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중징계를 통해 축구 종사자 모두에게 울린 경종의 효과도 상당히 거두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카타르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가 다시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에 승부 조작 가담자를 비롯한 징계 대상자들이 지난날 저질렀던 과오의 굴레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한국 축구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한국 축구의 수장으로서 할 수 있는 소임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사려 깊지 못하였습니다. 승부 조작 사건으로 인해 축구인과 팬들이 받았던 그 엄청난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한층 엄격해진 도덕 기준과 함께, 공명정대한 그라운드를 바라는 팬들의 높아진 눈높이도 감안하지 못했습니다.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와 사전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이번 사면 결정 과정에서 저의 미흡했던 점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저와 대한축구협회에 가해진 질타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보다 나은 조직으로 다시 서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축구팬, 국민 여러분에게 이번 일로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머리숙여 사과 드립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