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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민의 축구話] 판정 비호는 맨유의 우승을 거들 뿐

기사입력 : 2012.04.10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 공유

사진=ⓒMatt West/BPI/스포탈코리아
사진=ⓒMatt West/BPI/스포탈코리아

[스포탈코리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통산 스무 번째 리그 우승에 가까이 갔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추격을 뿌리치던 날 맨유를 향한 볼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맨유는 8일 퀸즈파크레인저스를 2-0으로 꺾고 승점 79점이 되었다. 같은 날 맨시티가 아스널 원정에서 1-0으로 패하면서 승점차가 8점으로 벌어졌다. 남은 6경기(승점 18점)에서 순위가 뒤집히려면 맨시티가 6전 전승을 한다는 가정 하에 맨유가 3패 이상 당해야 한다. 시즌 개막 후 지금까지의 32경기에서 3패를 당한 맨유가 갑자기 남은 6경기 중 절반 이상을 질 확률이 얼마나 될까? 사실상 우승 트로피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이제 쥐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리그 우승이 사실상 확정되었던 8일 하룻동안 맨유의 승리를 놓고 많은 말이 나왔다. 전반 14분 벌어진 페널티킥 상황 탓이었다. 애슐리 영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볼을 잡으려는 순간 퀸즈파크레인저스의 수비수 숀 데리에 밀려 넘어졌다. 리 메이슨 주심은 페널티킥과 함께 데리를 퇴장시켜버렸다. 그런데 느림 화면으로 되돌려보니 문제투성이였다. 영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고, 데리의 반칙보다 영의 다이빙이 만들어낸 상황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대단히 드문 장면이었다. 왜냐면 한 장면 안에서 부심의 오프사이드 오심, 선수의 비열한 시뮬레이션 액션 그리고 주심의 페널티킥과 퇴장 오심이 동시에 벌어졌기 때문이다. 경기 중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한 해프닝들이 한 장면에서 한꺼번에 일어났다. 정말 기묘하다.

오프사이드 오심은 그나마 친숙한 편이다. 순간적 움직임을 간파해야 하는 탓에 오프사이드 판정은 늘 논란거리다. 축구가 가진 가장 불편한 진실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워낙 빈번하다 보니 일상처럼 되었다. 실제로 지난 주말 첼시도 오프사이드 오심 덕분에 골을 얻었다. 올 1월 맨시티전에서 터져 나왔던 지동원의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도 사실 오프사이드였다. K리그 전남과 수원의 경기에서도 오프사이드 논란이 불거졌다. 월드컵 심판도 실수를 저지르는 판이니 달리 할 말이 없다.

오프사이드 판정의 불완전성은 어쩔 수 없다. 그보다 영의 다이빙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 정도 신체 접촉으로 그렇게 나동그라지면 둘 중 하나다. 데리가 장풍(掌風) 고수이거나 영이 비열한 다이버(Diver)거나. 인류 역사상 장풍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적이 없으니 본 장면에선 영이 축구계의 ‘비열男’ 대열에 합류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슬쩍 밀려도 그렇게 멀리 날아가버리는 선수의 몸값이 몇 백억 원씩 한다니 세상 참 재미있다. 경기 후 “명백한 페널티킥 장면이었다”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항변을 듣고 있자니 손발이 오그라든다.

영의 ‘혼이 담긴’ 시뮬레이션 액션은 리 메이슨 주심을 완벽하게 속였다. 최후방 필드플레이어에 의해 명백한 득점 기회가 무산되었다고 판단한 메이슨 주심은 규정대로 페널티킥과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각 리그별 적용 차이가 존재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대부분 같은 판정이 내려진다. 이 페널티킥 판정은 3월26일 풀럼전에서 벌어진 장면과 오버랩되면서 큰 논란을 낳았다. 맨유의 1-0 리드로 경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풀럼의 대니 머피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기 일보 직전 마이클 캐릭에 걸려 넘어졌다. 알렉스 로드리게스에게 축구에서의 페널티킥 규정을 설명해줄 때 써먹기 딱 좋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마이클 올리버 주심은 그냥 넘어갔고, 그 덕에 맨유는 고스란히 승점 3점을 지킬 수 있었다. 같은 경기장, 같은 지점에서 일어난 캐릭의 반칙과 영의 시뮬레이션 액션에 대해 두 건의 판정은 맨유의 우승을 돕는 듯 보인다.



맨시티 팬, 리버풀 팬 그리고 맨유를 싫어하는 지구상의 모든 팬들은 일제히 편파 판정을 성토하고 나섰다. 왜 올드 트라포드에서만 유독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가, 라는 의문이다. 캐릭의 반칙을 놓고 풀럼의 마르틴 욜 감독은 “맨유를 상대로 페널티킥 불려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맨시티의 파트리크 비에라 이사는 “어디서든 심판 판정은 빅클럽에 유리하게 내려진다”며 빅클럽의 심리적 우위를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주 있었던 UEFA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바르셀로나는 어렵지 않게 페널티킥 두 개를 얻어 AC밀란의 숨통을 끊었다. 5년 전 한국 팬들조차 실감했다. 2007년 4월 미들즈브러 소속의 이동국은 올드 트라포드의 페널티박스 안에서 존 오셰이의 다리에 걸려 넘어졌지만 주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맨유는 막판 우승 경쟁에서 패전을 모면할 수 있었다. 다음날 첼시의 주제 무리뉴 감독은 그 장면을 예로 들면서 “그들(맨유)은 질래야 질 수가 없다. 어제도 막판 분명히 페널티킥이었지만 그들에게 패배는 금기사항이다”라고 투덜거렸다.

보수논객 변희재 씨의 표현을 빌자면 정말 맨유의 우승을 원하고 돕는 ‘세력’이 있는 걸까? 최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보도에 의하면 아쉽게도 통계는 그런 음모론을 부정한다. 2006/2007시즌부터 올 4월7일 경기까지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홈구장에서 허용한 페널티킥 숫자 통계다. 세간의 믿음대로라면 이 통계에서 맨유의 페널티킥 허용 숫자가 월등히 낮아야 한다. 하지만 홈경기당 페널티킥 허용률이 가장 낮은 팀(경기당 0.06개)은 첼시와 애스턴 빌라였다. 가장 많은 페널티킥을 허용한 팀(경기당 0.16개)은 울버햄턴과 블랙번이었다. 맨유는? 총 홈 112경기에서 9개의 페널티킥을 허용해 경기당 0.08개를 기록했다. 리그 평균 0.09개에 가깝다. 볼턴의 리복 스타디움과 풀럼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원정팀이 페널티킥을 얻은 횟수가 올드 트라포드보다 적었다. 이 정도면 맨유 팬들이 “우리는 정당하게 이긴다”고 목소리를 높여도 될 만하다.

물론 반(反)맨유 진영에는 이런 통계도 먹히지 않는다. 숫자는 개별 사안의 경중을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기록이라도 축구에선 그 배경과 의미에 따라 중요성이 천지차이일 수 있다. 시즌 초반과 막판, 상대팀의 순위, 경기 중 시간대에 따라 같은 페널티킥 ‘1개’가 10개처럼 보일 수도 있고 0개처럼 무의미해질 수 있다. 풀럼전과 퀸즈파크레인저스전에서 나온 페널티킥 판정은 맨유로선 10골 이상의 결정적 행운이었다. 의도 유무를 입증할 길은 없지만 결과론적으로는 두 개의 판정 덕분에 맨유는 통산 리그 우승 20회라는 금자탑에 조금 더 일찍 다가갔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경쟁자 맨시티가 좌충우돌 자멸하는 동안 맨유는 착실히 승점을 쌓았다. 부상 관리도 능숙했고 선수들의 멘탈도 우승팀으로서 손색이 없다. 금상첨화 결정적 순간에서 행운의 판정이 뒤따라줬다. 오랜 세월 쌓인 ‘승리 나이테’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만들었다. 그 아우라가 대중과 언론 그리고 심판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 역시 행운이라기보다 실력으로 정의해야 한다. 빼앗긴 쪽에선 맨유에만 유리하게 돌아가는 듯 보이는 상황이 너무나 배 아프고 아니꼽다. “왜 하필 이럴 때 그런 판정이 나오는가?”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일 테다. 하지만 페널티킥 허용 통계처럼 맨유의 우승 기록 역시 구구절절 과정을 설명해주진 않는다. 우승 트로피에는 “챔피언스”란 영광의 단어만 새겨질 뿐 “우승은 했지만 시즌 막판 행운의 판정 도움을 잊어선 안 됨”이란 구차한 설명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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