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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또 한 명의 박지성 가질 수 있다

[홍재민의 축구話] 지동원의 EPL '스노우볼'은 굴러간다

기사입력 : 2012.05.08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 공유

사진=ⓒMatt West/BPI/스포탈코리아
사진=ⓒMatt West/BPI/스포탈코리아

[스포탈코리아] 홍재민 기자= 지동원의 꿈 같은 프리미어리그 데뷔 시즌이 끝나가려 한다. 다사다난했다. 벌써부터 그의 거취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하지만 지금 지동원의 눈덩이는 굴러가기 시작했을 뿐이다.

지동원은 자신의 첫 프리미어리그 시즌에서 선발 2회와 교체 19회를 뛰었다(37라운드 현재). 공격포인트는 2골 2도움이다.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프로선수로서는 불만스러운 숫자다. 주전급 니클라스 벤트너(선발 27, 교체 3)와 스테파네 세세뇽(선발 41)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경쟁자라는 코너 위컴(선발 6, 교체 12)보다는 많은 경기를 뛰었지만 선발 출전수는 떨어진다. ‘프리미어리거=박지성’ 공식에 익숙한 한국 팬들 성에 찰 리가 없다.

우여곡절의 시작은 자신을 영입한 스티브 브루스 전(前) 감독의 경질이었다. 지난해 11월 16위에 처진 선덜랜드의 이사회는 결국 사령탑 교체를 단행했다. 브루스가 가고 마틴 오닐 신임 감독이 왔다. 누구나 그렇듯이 신임 감독은 전임의 팀 구상에 손을 댄다. 자연스레 지동원의 입지는 좁아졌다. 특별한 선수 영입 없이 성적이 급반등을 이루자 오닐 감독은 선수단 물갈이를 다음(올 여름)으로 미룬다. 지동원으로서는 여간 다행이 아닐 수 없는 상황 전개였다. 이후에도 코너 위컴의 부상, 맨체스터 시티전 결정적 득점, 프레이저 캠벨의 복귀 등 지동원의 출전에 영향을 끼치는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2010년 K리그 데뷔 이후 소속팀 전남 드래곤즈와 국가대표팀에서 모두 주전 활약했던 지동원으로서는 낯선 처지가 아닐 수 없다.

지동원은 선덜랜드에서 실패했는가? 그렇지 않다. 그에겐 지금 ‘성패’가 아니라 ‘출발’이란 단어가 더 어울린다. 지동원은 이제 프로축구를 막 배우기 시작한 ‘애송이’에 가깝다. 물론 세상에는 ‘미친 애송이’들도 있다. 하지만 통상적인 관점에서 지동원은 지금 고기를 몇 마리나 낚았는가 보다 어떻게 하면 고기를 많이 낚을 수 있는지를 배우는 단계에 있다. 20세 전후 선수들은 대부분 임대 신분으로 출전 경험을 쌓는다. 선수층이 얇은 팀이라면 당장 주전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선덜랜드는 엄연히 프리미어리그 중견 구단이다. 1천만 파운드를 주고 산 코너 위컴조차 “앉아서 형들 하는 거 잘 보고 배워라”는 식이다. 하물며 박지성의 연봉보다 싼 이적료를 주고 데려온 동양인 선수라면 더더욱 느긋해질 수밖에 없다.

올 시즌을 1군과 함께 보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교체 포함 21경기 출전이라면 그리 나쁜 숫자가 아니다. 맨체스터 시티와 유나이티드, 아스널, 첼시, 리버풀 등 빅클럽의 스타플레이어들과도 그라운드 안에서 직접 부딪혀봤다.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 그보다 더 좋은 보약은 없다. 18인 출전명단에 끼지 못하면 주변인으로 머문다. 아스널에 입단했던 대표팀 선배 박주영을 지동원은 현지에서 직접 목격했다. 한국의 국가대표급이라면 사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개인기가 떨어진다고 할 수 없다. 더 이상 배울 기술은 없다고 해도 된다. 단지 경기 템포, 상황 대처, 몸싸움, 체력 관리 등 정량화가 불가능한 부분을 익힘으로써 더 훌륭한 선수로 거듭날 수 있다. 지동원은 프리미어리그 구단 1군으로 보낸 한 시즌 동안 바로 그런 부분을 현장 실습으로 체득했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이다. 앞으로 지동원은 선덜랜드에서 어떻게 될까? 올 여름 공격진의 변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벤트너는 선덜랜드에 만족하지 않는다. 세세뇽은 많은 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오닐 감독의 애스턴 빌라 시절 제자 가브리엘 아그본라허는 선덜랜드행(行)이 유력하다. 선덜랜드가 갑자기 파산 위기에 몰리지 않는 한, 얼굴만 바뀔 뿐 팀 내 우선순위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다. 프리시즌에서 지동원이 ‘폭풍’ 활약을 해도 우선순위 상승을 즉각 기대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동원으로서는 마른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같은 기회를 쳐다보고 있을지, 또는 출전할 수 있는 곳으로의 이적 또는 임대를 선택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이적보다는 임대가 바람직해 보인다. 뚜렷한 실적이 없는 한국인 선수를 선뜻 데려갈 만한 팀이 없다는 현실적 제약도 있다. 그렇지만 지동원의 나이라면 임대를 통해 한두 시즌 정도 경험을 쌓는 것도 절대로 나쁘지 않다. 올 시즌 맨유에서 12골을 넣은 대니 웰벡은 프레스턴과 선덜랜드에서 각각 경험을 쌓았다. ‘제2의 폴 스콜스’라는 톰 클레벌리도 맨유 1군에 자리잡기 전까지 레스터 시티, 왓포드, 위건 등지에서 임대 과정을 거쳤다.

지동원에게 필요한 부분이 거친 몸싸움과 출전 자신감이라면 내년 시즌 승격팀이나 챔피언십(2부)으로 강등된 팀이 권장할 만하다. 아스널의 붙박이 주전 알렉스 송도 찰턴 어슬레틱 임대 전까진 “상황 판단이 느린 녀석”이라며 욕을 먹었다. 대표팀 선배 구자철 케이스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만 노력하면 임대는 재도약의 발판이 된다. 물론 하위 리그 임대는 곧 국내 팬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짐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지동원이 그곳에 간 이유는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어서였지 당장의 인기와 관심을 얻고자 함은 아니었을 줄 안다.

지동원은 1991년생의 어린 선수다. 팬들이 ‘꼬마’라고 생각하는 미야이치 료(아스널)보다 한 살 많을 뿐이다. 지금 프리미어리그 구단에 속해있다고 해서 지동원이 축구 경력의 최정점에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FC 포르투의 헐크(1986년생)는 일본 J리그에서 뛰었다. 심지어 일본 내에서도 임대를 다녔다. 하지만 지금 그는 유럽 굴지의 클럽 FC 포르투의 간판 스트라이커다. 유럽 이적 전문 웹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는 헐크의 몸값을 3천만 파운드로 매겨놨다. 올 여름에도 외신에선 헐크 관련 이적 뉴스가 쉼 없이 흘러나올 것이다.

지동원은 지금 막 출발했다. K리그 데뷔 2년차에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하는 행운이 있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도 부러워할 만한 프리미어리그 선수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 있는 곳이 세계 축구의 엘도라도라고 해서 지동원이 경력 하이라이트에 있는 것은 아니다. 2014년 브라질은커녕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개막될 때조차 지동원은 서른 살이 되지 못한다. 한두 해 배움의 과정을 더 거친다고 해서 절대로 늦거나 손해 보지 않는다. 작은 눈덩이도 계속 구르면 거대한 빙산이 될 수 있다. 팬들이 기다려주면, 본인이 인내하고 노력하면 2014년, 2018년 그리고 2022년 월드컵에서 우리는 또 한 명의 박지성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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