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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숙의 터키축구 이야기]터키에서, 축구 보기의 어려움

기사입력 : 2013.03.19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북마크  페이스북 공유  사이월드 공감


[스포탈코리아] 3월 16일, 계속되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걱정을 했던 것은 혹시 경기가 취소되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었다. 다음 주는 A매치 때문에 경기가 없고, 그 다음 주에는 메르신(Mersin idman Yurdu)과의 원정 경기가 있기 때문에 이 경기가 취소되면 베식타스의 경기를 4월초에나 볼 수 있을 터였다. (메르신은 터키 남동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이스탄불에서 버스를 타고 열두 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다.) 때문에 비가 얼만큼 오더라도 경기를 하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몇 겹이나 옷을 껴입은 후 집을 나섰다.

평소에는 베식타스 경기장까지 걸어서 가지만, 이 날은 날이 너무 추웠기 때문에 버스를 탔다. 이스탄불은 원래 교통체증이 심한 데다 경기가 있는 날은 그 정도가 더해져서 버스는 사람들이 걷는 속도보다도 더 느리게 움직였다. 지루한 마음에 창 밖을 내다보자 베식타스의 모자나 머플러 같은 것을 두른 사람들이 거리를 꽉 메운 채 줄을 지어 걸어가고 있었다. 어느덧 사람들이 소리 높여 부르고 있는 베식타스의 응원가가 버스 안까지 들려왔다.

그 노래를 듣자, 어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버스가 멈춰 서자마자 뛰듯이 내린 나는 티켓 오피스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비가 꽤 많이 내리고 있었지만 우산을 받쳐든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흥에 겨워 저마다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그 사람들에게 간식거리나 비옷이나 응원 물품들을 팔기 위한 사람들이 또 저마다 목청을 높이며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오랫동안 생각해 온 풍경이었다. 나는 축구가 일상에 완벽하게 스며들어 있는 사람들의 주말 저녁이 좋았다. 그래서 카메라가 비에 맞는 것도 잊고 영상을 촬영하며 신이 난 채 걸었는데, 티켓 오피스에 도착했을 때는 그런 나의 흥을 단박에 꺾어버리는 일을 마주쳐야 했다.

그러니까 티켓이 매진된 것이었다. 이스탄불 더비쯤 된다면 모를까. 베식타스와 카심파사(Kasimpasa)가 리그 경기를 하는데, 그 표가 매진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베식타스와 카심파사 두 팀 모두 이스탄불을 연고로 하고 있으므로 이들의 경기도 나름 ‘이스탄불 더비’라 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이스탄불 더비’란, 갈라타사라이와 페네르바체의 경기를 일컫는다.) 그래서 멍하니 매표소 앞에 서 있노라니, 우리가 표를 구한다는 걸 눈치 챈 암표상들이 순식간에 우리 주위를 둘러쌌다. 그리고 알아들을 수도 없는 터키어들을 내뱉으며 흥정을 시작하는데, 그 가격이 입장권의 실제 가격보다 비싼 건 둘째 치고라도 그들은 우리에게 도통 표를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날은 너무 추웠고, 주위는 어두웠고, 무엇보다 경기 시간이 이미 지나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했다. 그래서 우리는 표를 직접 보여준 한 암표상에게 티켓을 사기로 했다. 잘못된 날짜의 표를 팔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우리는 날짜를 확인하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리고 남자에게 50TL짜리 지폐 두 장을 쥐어준 후(원래 그 좌석의 가격은 35TL이다.) 출입구를 향해 뛰어갔다.

물론 그 표는 잘못된 표였다. 우리는 그 모든 상황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흘 전 표를 그냥 사버렸던 것이다. 마치, 사기를 당하기 위해 모든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처럼 행동했고 그런 스스로가 너무나도 한심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단 출입구를 찾아갔지만, 표를 인식하는 기계는 당연히 우리 표는 읽지 못했다. (터키에서는 기계에 표를 넣어서 확인이 되어야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린다.)

한 명씩 줄을 서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던 중에 우리의 표가 거부당하자 갑자기 줄이 멈춰 섰다. 나와 제이는 얼른 옆으로 빠져 나와 길을 비켜주었지만, 베식타스 경기장에 나타난 동양여자 두 명을 신기해 죽겠다는 듯 쳐다보고 있던 한 무리의 남자아이들이 덩달아 걸음을 멈춘 채, ‘왜 그래? 무슨 일이야?’하고 물어왔기 때문에 출입문 앞은 순식간에 막히고 말았다.

결국 입구 앞에 서있던 진행 요원이 우리에게 따라오라고 손짓을 하여 다시 티켓 오피스로 데려갔다. 남자는 그곳에서 상황을 해결하려 해보았지만 그러지 못했고, 다시 우리를 데리고 출입구로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총괄 책임자쯤 되어 보이는 남자에게 우리의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남자는 우리를 봐줄 생각이 없는 듯했고, 그러자 또 다른 진행 요원이 우리를 거들었으며, 그렇게 모여들기 시작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 진행요원과 경찰들과 베식타스의 서포터들까지 한데 섞여 출입구 앞에서는 한바탕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우리를 들여보내주라고 진행요원들에게 항의했다. 표가 잘못된 거라고 설명해도 소용 없었다. 베식타스 팬들은 우리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진행요원들이 이용하는 문을 가리키며 이 문을 열어주라고 했고, 그럴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입씨름을 벌였다. 경기가 이미 시작했음에도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내 뒤쪽에 서 있던 한 남자는, 내가 진행요원에게
‘제발 도와줘.’ 라고 말하자,
‘얘가 지금 제발이라잖아!’ 라며 불쌍하지도 않느냐는 듯 나 대신 사정했다. 하지만, 그곳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우리를 도와주려고 했지만, 어쨌든 책임자가 NO라고 했기 때문에 우리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러자 처음부터 우리를 도와주려고 비속을 뛰어다녔던 진행 요원과, ‘너희가 정말 원하면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라고 말했지만 결국은 문을 열어주지 못했던 경찰은,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나는 ‘So sorry.’라고 말하는 그들에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미안해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억울했고, 그 와중에도 후반전만이라도 좋으니 베식타스의 경기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믿을 수 없도록 한심했다.

경기가 취소되지만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건만, 멀쩡히 경기가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는 그 경기를 보지 못했다. 지난 겨울, 처음 터키에 왔을 때는 베식타스나 페네르바체의 경기를 보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일주일간 내가 한 일은, 베식타스의 경기를 보려다 표를 구하지 못해서 그냥 집으로 돌아오거나 갈라타사라이와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경기 티켓을 구하기 위해 갈라타사라이의 홈페이지에 가입하려다, 국적을 선택하는 칸에서 kore를 찾지 못해 몇 시간 내내 컴퓨터 앞에서 끙끙대는 일이었다. (실제로 갈라타사라이의 홈페이지에는 국적을 선택하는 카테고리 안에 한국이 없다!) 게다가 오늘 아침에는 터키와 헝가리의 월드컵 예선전을 보기 위해 티켓을 예매하려 했으나, 어쩐지 계속해서 잘못된 여권번호를 입력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뜨는 바람에 이 또한 실패하고 말았다.

이쯤 되자 나는, 터키에서 축구를 보는 일이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이곳까지 오기만 한다면 마음껏 터키 축구를 볼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쉽지 않은 이 일련의 일들 앞에서 앞으로의 내 석 달이 무척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갈라타사라이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도, 터키 국가 대표팀의 2014월드컵 예선전도, 그리고 무엇보다 베식타스의 경기들도 어떻게든 볼 것이다. 하지만 그 동안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축구를 보는 데 뒤따르는 이 어려움들이 새삼스레 내가 이국에 와있음을 절절하게 느끼도록 만든다.

김민숙(스포탈코리아 칼럼니스트.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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