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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숙의 터키축구이야기]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이스탄불 축구팀

기사입력 : 2013.04.24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북마크  페이스북 공유  사이월드 공감


[스포탈코리아] 내가 처음 K리그를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 서울엔 프로 축구 팀이 없었다. 때문에 나는 내 연고지역의 팀을 좋아하는 행운을 누리지 못했고, 걸어서 홈경기를 보러 다니는 꿈도 이루지 못했다. 대신, 매번 왕복 네 시간씩 고속버스를 타고 홈팀의 경기장을 찾아가고는 했다. 덕분에 그 나름대로 즐거운 추억을 남기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것이 그리 편한 일도 유쾌한 일도 아니었던 건 사실이다.

그렇게 꼭 12년을 보낸 나에게, 이스탄불은 놀라움과 부러움의 도시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축구 클럽을 보유한 이 도시에는 1부 리그 팀만 해도 무려 다섯 개나 존재한다. 그 중, 현재의 터키 리그를 대표하고 있는 갈라타사라이나 페네르바체, 그리고 베식타스는 모두 열정적인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점을 제외하면 닮은 면이 거의 없어 서로 비교, 대조해가며 취향대로 팀을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경기장을 찾았을 때 제일 정돈된 느낌을 주는 쪽은 갈라타사라이다. 가장 최근에 경기장을 새로 지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갈라타사라이 경기장은 관중이 아무리 많아도 크게 혼잡하다는 느낌은 없다. 경기장으로 연결되는 지하철 역이 따로 있고, 주변 부지도 충분히 확보되어 있어서 나름 질서를 유지하기가 편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갈라타사라이 경기를 보러 갈 때, 마음이 가장 편하다. 이 팀은 경기를 보러 오는 외국인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동양에서 온 축구팬을 그렇게까지 신기하게 바라보진 않는다. 게다가 갈라타사라이의 경기는 무척 재미있다. 굉장히 공격적인 팀이고, 그래서 속도감이 느껴진다. 선제골을 허용하거나 역전을 당했을 때, 진짜 능력을 보여주는 팀이기도 하다. 서포팅도 볼만해서 관중석을 쳐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갈라타사라이 팬들은 응원을 하는 도중, 별다른 뜻이 없는 ‘짐봄보!’라는 구호를 자주 외치는데, 듣다 보면 신이 나서 어느 순간 그 구호를 따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한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갈라타사라이는 세련된 챔피언의 팀이다. 슈퍼스타의 플레이를 직접 관전하면서, 기세 좋은 챔피언의 위용을 느끼고 싶다면 갈라타사라이의 경기장에 가볼 것을 추천한다.

이에 비해 페네르바체에는 페네르바체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이 팀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늘 수많은 카메라를 마주치게 된다. 방송 촬영이라든지 인터뷰라든지 그런 것들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처음에는 페네르바체가 특별히 인기가 많은 팀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갈라타사라이나 페네르바체나 그리고 베식타스도, 모두 자신들의 TV를 따로 가지고 있어서 이런 촬영이나 인터뷰는 그쪽에서 진행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식타스 경기를 보러 갔을 때는, 촬영을 나온 카메라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데 유난히 페네르바체 경기장에서는 이런 모습이 자주 목격되어, 이 팀은 ‘홍보’를 가장 잘하고 있다는 걸 그제야 깨닫는다.

경기장에 들어가면 앰프 소리가 가장 크고 장내 아나운서가 가장 많은 말을 하는 팀도 페네르바체다. 게다가 이벤트도 많고, 하프 타임 때도 늘 그라운드 위가 분주하다. 이 팀의 또 다른 특징 중 한 가지는,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유난히 여성팬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점에서, 페네르바체는 FC서울을 떠올리게 한다.



페네르바체의 서포팅은 세 팀 중 가장 단조로운 편이다. 갈라타사라이나 베식타스의 경기를 보고 난 후 페네르바체의 경기를 보러 가면, 이 팀의 서포팅은 조금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에서는 충분히 즐길꺼리가 많다. 페네르바체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팀이고, 그러한 경제력은 이 팀의 미래를 더 밝게 만든다. 만약 페리를 타고 바다를 건너가 축구를 보는 낭만을 즐기고 싶다면, 이스탄불을 찾았을 때 한 번쯤 페네르바체의 경기장에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베식타스는, 가장 찾아가기 쉬우면서도 또 가장 다가가기 어려운 팀이다. 나는 이 팀의 경기장에 가장 자주 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노누 스타디움을 찾아갈 때 긴장이 된다.

베식타스 경기장은 이스탄불의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다. 처음 내가 터키로 여행을 왔다가 우연히 이 팀의 경기를 보게 된 것도, 버스나 트램을 타고 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이 경기장을 마주치게 되기 때문이다. (베식타스 경기장은 보스포루스 해협 근처에 있으며, 터키에서 가장 화려한 궁전인 돌마바흐체 궁전과 마주보고 있다. 경기가 끝난 후, 밖으로 나오면 검은 바다 위로 불이 켜진 보스포루스 대교가 보이고, 그 앞으로 화려하기 그지없는 돌마바흐체 궁전이 반짝거리고 있다. 그 속으로 베식타스 팬들이 노래를 부르며 섞여 들어가는 모습은, 내가 이스탄불에 머무르면서 가장 좋아하게 된 풍경이다.)



도시의 중심가에 있다 보니 접근성이 좋긴 하지만. 이 경기장은 무척 오래 되었고, 또한 번화가에 위치하기 때문에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그 주변 일대가 거의 마비되고는 한다. 사람들은 4차선 도로 같은 건 안중에도 두지 않고, 제 편한 대로 걸음을 옮기며 경기장으로 몰려 든다. 당연히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 속에 각종 먹거리를 파는 사람들과 응원 물품을 파는 사람들이 ‘이것 있어요. 저거 사세요.’하는 말들을 외치면서 섞여 든다. 경기장 주변에는 경찰차가 잔뜩 세워져 있다. 경기 때마다 배치되는 경찰 인력을 보면, 이들이 경기 때 대체 뭘 해왔던 건지 궁금해진다.

베식타스 경기장에는 여성팬들도 드물고,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도 거의 없다. 팬들의 분위기는 압도적으로 남성적이며, 때문에 조금 거칠게 느껴진다. 이런 특징을 전혀 모른 채, 처음 베식타스 경기를 보러 갔을 때, 나는 티켓을 사놓고도 경기를 보지 말까? 하고 생각을 했다. 그 동안 만났던, 친절하기 그지없던 터키인들은 다 사라지고 이노누 스타디움 근처에는 무섭고 거친 남자들만 몇 만 명쯤 잔뜩 모여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장에 들어가서 알게 된 것은, 이들이 겉으로는 그리 보여도 실은 친절한 터키 남자라는 사실이긴 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지금도, 나는 베식타스 경기를 보러 가기 전에 늘 부담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경기를 보러 가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베식타스 팬들의 서포팅이야말로 진심으로 환상적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정말로 열정적으로 응원을 해서, 나는 베식타스 팬들이 실은 자신들의 팀이 어떤 플레이를 하고 있는지 잘 모를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응원을 하면서, 경기를 제대로 보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팀 선수들이 진짜 뛸 맛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물론, 중요한 경기에서 PK를 실축한다든지 라이벌 팀으로 이적을 한다든지 할 때면 좀 겁이 날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베식타스는 오래 전부터 축구가 가지고 있었던 단 두 가지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팀이다. 아주 오래된 축구장. 그리고 아주 열정적인 축구팬. 만약,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축구팬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꼭 이노누 스타디움을 찾아가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팀들이 한 도시에 존재하고 있다. 각 팀의 팬들은 서로를 미워하는 것 같지만, 또 때로는 서로 협력하고, 무언가를 양보하기도 하고, 또 무언가를 서로 약속하기도 한다. 이들 중 어떤 팀을 ‘나의 팀’으로 고르느냐 하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물론 ‘나의 팀’이라는 것이, 사실은 내 취향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선택 당하는 것에 가깝긴 하지만 말이다.

김민숙(스포탈코리아 칼럼나스트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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