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하 ''우승 선물? 차 좋아해…마시는 차'' 태세 전환
입력 : 2019.10.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잠실] 김현세 기자= 18일 서울 잠실야구장, 미디어데이를 앞둔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이영하가 어떤 발언을 터뜨릴지 알 수 없다"고 웃었다.

김 감독은 21일 키움과 2019 KBO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우승하면 선수들에게 무얼 선물할 것인지' 묻자 "해주고 싶은 거야 많다. 정규시즌도 우승했으니 다들 예쁘지 않나"라며 "좋은 선물 해주고 싶다. 다만, 너무 인원이 많으니 10만 원 안쪽으로 해서…"라고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옆에 앉은 오재일은 "감독님 말씀대로 10만 원 안쪽으로 밥 사주셨으면 한다"고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이영하가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이영하는 자신 있게 "차를 좋아한다"고 웃더니 "아, 마시는 차다. 우승만 하면 무얼 받더라도 좋을 것 같다"고 황급히 태세를 바꿨다.

이영하 입담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다. 올 시즌 진중한 분위기로 흐르던 미디어데이 판도를 흔들 정도로 수준급 입담을 과시했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예상하는 질문에도 그랬다.

먼저 오재일은 "영하가 받을 것 같다"며 "시즌 때도 잘했고, 큰 경기에서 잘 던질 것 같은 배포가 있다. 이번 시리즈를 영하가 책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뻔한 화답이 오리라는 분위기가 감돌자 이영하는 오재일이 아닌 "김재환 형이 받을 것 같다"며 "재환이 형이 지난해 힘들어했고, 형이 잘하면 우리 팀이 이길 것 같다. 재일 선배는 항상 잘하시니…"라고 눈치를 살폈다. 중계 화면에는 오재일이 머쓱해하는 표정이 담겼다.

이영하는 김 감독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는 씩씩한 태도도 보였다.

"지금 컨디션도 괜찮고, 준비 잘 했다. 감독님이 걱정 안 하실 수는 없겠지마는 걱정 안 하셔도 된다. 나가는 경기는 반드시 이기도록 하겠다."

그러자 김 감독도 따뜻한 말을 건넸다. 그는 "지금 영하보다 잘 던지는 선수가 없다"며 "처음 등판했을 때 생각이 난다. KIA 경기였는데 버나디나에게 홈런을 맞고도 자신 있게 던지던 모습이 떠오른다. 영하는 우리 팀 미래다. 충분히 잘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중계 화면에 이영하 눈가가 촉촉해지는 듯한 모습이 잡혔다. 장내 아나운서가 '방금 이영하가 감동받은 것 같았다'며 눈빛 교환을 요청하자 김 감독은 "영하 얘는 다 연출이다"라고 웃더니 "그래, 눈빛 교환 한번 하자"고 호쾌하게 받아쳤다.

이영하는 "야구 선수로서 한국시리즈에서 공 던지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라며 "늘 원하던 꿈"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1
영상=김형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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