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만렙] 김연아의 강철 멘탈
입력 : 2019.11.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은경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는 한국 스포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타성을 갖고 있다.

불모지와 다름 없는 피겨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며 세계 정상까지 우뚝 선 스토리, 그리고 보는 사람을 매혹시키는 김연아 만의 강력한 매력으로 그 어떤 스포츠 스타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았다(지금도 받고 있고).

김연아의 여러 스토리 중 국민들이 가장 열광했던 부분은 한때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보였던 일본의 라이벌 아사다 마오를 가장 중요하고 큰 무대인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말 그대로 압도해버린 것이다.

공교롭게도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생년과 생월까지 같아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때는 나이제한에 걸려 나가지 못했다. 밴쿠버가 둘 모두에게 첫 올림픽 무대였다.

이 무대 쇼트 프로그램에서 먼저 연기했던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키며 73.78점, 개인 최고 점수를 받는다.

아사다의 뒤 차례에 경기했던 김연아는 그때 어땠을까. 이미 관중의 환호 소리로 아사다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걸 알아차린 상황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카메라에 잡힌 김연아는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고 있었다. 이어진 올림픽 첫 무대, 쇼트 연기에서 김연아는 보란듯 클린 연기에 성공했고, 78.50점으로 세계신기록을 경신했다.

프리 프로그램에서는 순서가 바뀌었다. 김연아 다음 순서로 아사다가 나섰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4점 정도 차이가 났지만, 김연아가 점프 실수라도 할 경우 아사다가 역전할 수도 있는 상황.

보는 사람마저 숨이 막혔던 그 압박감 속에서 먼저 연기한 김연아는 모든 점프를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음악이 끝나자 마자 두 눈을 질끈 감고 양팔을 번쩍 들어올린 김연아. 프리 점수 150.06점으로 합계 세계신기록이 나왔다.

그때 아사다는 어땠을까. 환호를 듣지 않겠다는 듯 이어폰을 끼고 있던 아사다는 연기를 시작하자 온몸에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트리플 악셀은 성공했지만 점프 실수가 이어졌고, 아사다의 프리 점수는 131.72점이 나왔다. 김연아의 완승이었다.
마치 짜기라도 한듯 앞뒤 순서를 바꿔가며 밴쿠버에서 금메달 경쟁을 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하필이면 그 순서 때문에 김연아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강철 멘탈을 가졌는지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사진=뉴시스

*‘국대만렙’은 대한민국 스포츠의 자랑스러운 성공 스토리를 담은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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