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점 잡힌 구창모, 왜 에이스인지 보여줬다
입력 : 2020.11.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고척] 김동윤 기자=경기 초반 흔들리던 구창모(23,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두산 베어스의 타자들은 어떻게든 선취점을 뽑았어야 했다.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NC가 두산에 5-0으로 승리했다. 한국시리즈에서 4년 만의 홈런포로 승부에 쐐기를 박은 양의지의 활약도 돋보였지만, 일등 공신은 7이닝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은 선발 투수 구창모였다.

시작부터 좋은 것은 아니었다. 지난 2차전과 마찬가지로 구창모는 두산의 몇몇 끈질긴 선수들에게 시달렸다. 1회 허경민이 그랬고, 2회 김재호가 그랬다. 김재호가 볼넷으로 걸어 나가고, 뒤이어 최주환이 2루타를 때려내면서 구창모는 1사 2, 3루 위기에 몰렸다.

이때가 구창모 본인에게나 구창모를 지켜본 NC 구성원이 공통으로 느낀 최대 위기였다. 이에 대해 양의지는 "(구)창모가 선두 타자에게 볼넷을 줄 때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오늘도 볼넷을 줄 때 위험했지만 스스로 안정된 페이스를 찾았다"고 아쉬웠던 점을 지적했다. 구창모도 "시합 초반에 긴장이 돼서 제구가 많이 흔들렸다"고 이유를 밝히면서 "(양)의지 선배님이 좋은 볼 배합으로 범타를 유도한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공을 돌렸다.

하지만 포수의 공격적인 리드도 투수의 제구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일 뿐. 위기 상황에서 구창모는 날카로운 제구력을 선보였고, 차츰 자신의 페이스대로 경기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3회 페르난데스의 행운의 안타로 인한 2사 1, 2루 이후 구창모는 별다른 위기를 겪지 않았다. 3회까지만 해도 변화구의 제구가 좋지 않아 패스트볼 위주로 던졌지만, 차츰 밸런스를 찾으면서 변화구도 늘려갔다. 제구가 살아난 슬라이더와 포크는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를 빗맞게 했고, 13타자 중 11명을 범타로 돌려세웠다.

6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부진했던 지난 2차전과는 이 부분이 달랐다. 구창모는 "2차전에서는 오랜만에 움직인 느낌이 들어서 경기를 풀어갈 때 패스트볼이 잘 먹히지 않았다. 오늘은 패스트볼이 좋았고, 변화구도 잘 먹혀서 경기를 잘 풀어갈 수 있었다"며 2차전과 5차전 투구 내용을 비교했다.

타자들이 침묵하는 사이 두산의 크리스 플렉센은 수 싸움에서 아쉬운 수 싸움으로 3점을 내줬고, 먼저 마운드를 떠났다. 구창모가 8회 강판당할 쯤엔 두 팀의 점수 차는 5-0으로 크게 벌어져 전세가 기울었다. 이날 성적은 7이닝 무실점, 5피안타 2볼넷 5탈삼진. 일대 파란을 일으켰던 구창모의 올해 전반기를 떠올리게 한 경기 내용이었다.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긴 구창모는 "지난 2차전에서 안 좋았었는데 오늘은 팀이 이기는 데 보탬이 돼 좋다"고 팀을 우선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선발승까진 생각하지 못했다. 팀이 이기는 데 최선을 다했고, 최선을 다한 것이 개인 기록으로도 이어진 것 같다"고 기뻐했다.

사진=NC 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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