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초점] '암흑기 에이스' KT 고영표는 비상할 수 있을까?
입력 : 2021.01.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경현 기자= 2020년 10월 30일. KT는 정규시즌 2위를 확정 지으며 10-10-10-9-6이라는 비밀번호를 끊어냈다. 이후 플레이오프에서 1승 3패로 물러나긴 했으나 최초로 가을야구라는 경사를 맛보았다. 하지만 팀의 암흑기를 지탱했던 토종 에이스는 그 광경을 TV로 지켜봐야만 했다.

2020년 11월 23일. 암흑기 에이스 고영표가 KT로 돌아왔다. 2015년 1군 진입 이후 2018년까지 고영표는 명실상부 팀의 에이스였다. 완투 1위, 완봉 1위, 다승 공동 1위, 이닝 1위 등 대부분의 투수 기록은 고영표의 차지였다. 그러나 팀의 암흑기를 관통한 탓일까. 통산 5.26의 평균자책점에서 알 수 있듯 정말 에이스로 불리기엔 부족한 성적을 남겼다.

다행히 고영표가 뛰던 시기와 지금의 KT는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 KT는 매년 리그 최초의 100패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태로운 팀이었지만, 지금은 강백호와 소형준을 앞세워 형님들을 위협하는 막내로 성장했다. 새로운 KT는 고영표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고영표는 KBO리그 최고의 땅볼 투수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00이닝 이상을 투구한 투수 중 고영표보다 땅볼을 효과적으로 유도한 투수는 없다. (땅볼/뜬공 비율 1위 고영표 2.13, 2위 송은범 1.65) 무수한 땅볼은 구장이 상대적으로 작은 KT에서 유리할 수 있다. 허나 당시 KT의 수비는 리그에서 최악이었고, 많은 인플레이 타구는 오히려 실책의 빌미로 작용했다. 지금에서야 고영표는 수비를 믿고 공을 뿌릴 수 있게 됐다.


연도별 KT의 수비력(WAA=평균 대비 수비 승리기여도, 수비 효율=인플레이 타구를 아웃으로 연결한 비율)


공인구의 변화 역시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2015년부터 2018년은 KBO리그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기간이었다. 단순히 타고투저라는 말로는 투수들의 고통을 설명할 수 없다. 결국 KBO리그 사무국은 공인구의 반발력을 조정했고, 투수들은 겨우 장타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옥의 불방망이를 직접 겪었던 고영표에게 저반발 공인구는 천국처럼 느껴질 것이다.


2015년~2020년 KBO리그 홈런, 장타의 변화


긍정적인 면이 많은 만큼 이제 고영표 스스로 증명해야 할 때다. (암흑기) 에이스라고 불리긴 했지만 고영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규정이닝을 채워본 적이 없다. (최다 이닝 2018년 142이닝) 좌타자 상대 약점 역시 극복해야 한다. (통산 피OPS 우타자 0.714 좌타자 0.876)

KT는 고영표가 전역하자마자 과거에 쓰던 등번호 1번을 돌려줬다. 고영표는 1번이라는 본인의 등번호에 상당한 애착을 보이곤 했다. 이제 등번호에 걸맞는 진정한 에이스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해본다.

사진=kt wiz
기록=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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