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뱅' 보며 성장한 '꼬마 라뱅' 키움 이병규 ''잘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입력 : 2021.03.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고척] 김동윤 기자=KBO 리그에는 두 명의 이병규가 있다. 한 명은 '적토마' 혹은 '라뱅'이라 불렸던 이병규(46, 現 LG 트윈스 타격 코치), 다른 한 명은 '작뱅'이라 불리는 이병규(37, 現 롯데 자이언츠)다. 여기에 두 명의 이병규를 따라가고픈 또 한 명의 이병규(26, 키움 히어로즈)가 조심스레 KBO 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의 스프링캠프 훈련 후 이병규는 데뷔 첫 대면 인터뷰를 가졌다. 배재고와 송원대를 졸업한 이병규는 2017년 2차 7라운드로 키움 히어로즈에 지명됐다. 2019년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해 군 문제부터 해결했다. 복귀 후 첫 스프링캠프를 2군에서 시작했지만, 곧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이병규는 "군 복무를 하고 2년을 쉬다 와서 1군으로 가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찍 기회가 왔다. 그 때문에 놀라기도 했고, 걱정도 많이 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나타냈다. 이어 "그렇지만 기대가 된 것도 사실이다. 선배님들이 내가 적응할 수 있게 먼저 다가와 주셨다. (박)병호 선배, (서)건창이 형, (박)동원이 형 등 여러 선배들이 조언도 많이 해주신다. 덕분에 재밌게 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5, 6일에 있었던 한화 이글스전은 비록 연습 경기지만 이병규에게 있어 첫 1군 경기였다. 2경기에서 3타수 2안타 2볼넷을 기록한 이병규는 좋은 콘택트 능력과 선구안을 보여준 선수로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첫 1군 경기 심정을 떠올려달라는 질문에 "많이 떨렸다. 긴장을 많이 해서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그저 설던 것 같다"고 얘기한 이병규는 "양 팀 1군 선배님들의 집중력이나 야구에 대한 태도를 지켜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며 설레었던 1군 경기 소감을 전했다.

긴장된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첫 인터뷰답지 않은 달변을 자랑했다

만약 순조롭게 1군 로스터에 진입해 KBO 리그에 데뷔하게 된다면 이병규가 가장 많이 들을 이름은 동명이인의 선배들이다. 특히 이병규 現 LG 타격 코치는 어린 이병규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어린 시절 이병규의 별명은 동명이인의 선배를 따라 '라뱅'이었고, 초등학교 시절 코치는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로 어린 이병규에게 좌타자를 추천했다.

키가 작고 발이 빨라 좌타자가 유리하다는 이점도 있었지만 '이병규'라는 이름은 어린 이병규가 거부감 없이 좌타자 제안을 받아들이고, 타격 스타일도 결정짓는 이유가 됐다. 이병규는 "어린 시절 이병규 선배님과 이름이 같아 좌타자로 시작하게 됐다. 나 역시 이병규 선배님의 야구를 보고 자랐고, '저 선수처럼 잘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선배님이 대한민국에서 콘택트 능력이 제일 좋았던 분이다 보니 콘택트 능력에 더 관심을 갖고 집중하게 됐다"며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뒤이어 현재 롯데에서 뛰고 있는 이병규에 대한 얘기도 자연스레 나왔다. 이병규는 "롯데에 계신 이병규 선배님도 타격을 잘하시는 분이다. 나도 좋은 타격을 선보여 팬들에게 '역시 이병규는 타격을 잘하는 이름이구나'는 소리를 듣고 싶다. 이병규라는 이름에 누가 되고 싶지 않다"며 선배들의 뒤를 따르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어린 이병규의 성장 방향을 결정지은 것이 이병규 現 LG 타격 코치였다면, 성장한 뒤 롤모델은 같은 팀의 서건창(31)과 이용규(35)였다. 입대 전까지 줄곧 서건창을 롤모델로 삼고 내야수로 활약했던 이병규는 군 복무를 하면서 수비 부담이 덜한 외야로의 전환을 결심했다.

이병규는 "내야 쪽은 수비 부담이 커서 제가 먼저 구단에 제의했다. 수비 부담을 덜고 타격 쪽에 집중하고 싶었다. 현재 정해진 포지션은 없지만, 시야가 좁고 타구 판단 시간이 빨라야 할 코너 외야보다 시야가 넓은 중견수가 편하다. 계속 연습하고 있다"며 포지션 전환의 이유를 밝혔다.

중견수 포지션을 목표로 하면서 베테랑 이용규는 이병규의 새로운 롤모델이 됐다. 이병규는 "이용규 선배님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옆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는데 너무 다른 세계에 있는 분 같아 신기하고 놀랍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서)건창이 형은 지금도 내 롤모델이지만, 외야수로 전환한 뒤로 이용규 선배님처럼 타격과 수비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이병규는 자신의 장점으로 출루와 콘택트 능력을 꼽았다

대부분의 신인 선수들은 많은 경기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매일 구슬땀을 흘린다. 학창 시절 수술과 재활로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적었던 이병규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같은 대학 출신인 후배 채현우(25, SSG 랜더스)의 지난해 알토란 같은 활약도 군 복무 후 다시 시작하는 이병규에게 큰 자극이 됐다.

이병규는 "수술할 당시에는 야구를 하고 싶었다. 수술 후 재활하고, 복귀할 때는 야구를 잘하고 싶었다"고 얘기하면서 "지금은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다. 1군이든 2군이든 내가 있는 위치를 생각하지 않고,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어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크다"며 남다른 각오를 보였다.

스스로 생각한 장점은 출루와 콘택트 능력에 기반한 타격이었다. 이병규는 "내 장점은 타격이다.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삼진을 쉽게 당하지 않는다. 어떤 공, 어떤 투수든 삼진을 쉽게 당하지 않고, 콘택트를 정확히 하는 타자가 되려 노력 중"이라고 자신의 지향점을 설명했다.

앞서 만난 홍원기 키움 감독도 "이병규는 수비 쪽보다 타격에 포커스를 맞춘 선수"라고 평가하면서 "외야로 전환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대타나 지명타자로 시험해보고 있다. (이)병규 역시 시범 경기 기간 좋은 성적을 낸다면 정규 시즌에서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병규의 최근 활약을 반겼다.

이병규(現 LG 트윈스 타격 코치)를 보며 성장한 어린 이병규는 이제 어린 시절부터 매진해온 타격 스타일로 1군 무대 진입을 노린다. 이병규는 "1군에서 살아남아 야구장에서 이병규 코치님을 뵙고 인사드리고 싶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이병규가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어린 시절 롤모델과의 만남을 새로운 목표로 삼았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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