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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박지성이 가장 확실한 해답이다

[한준의 축구환상곡] ‘런닝맨’ 박지성, 대표팀에서도 보고싶다

기사입력 : 2012.06.04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미투데이로 보내기  네이버 북마크  구글 북마크  페이스북 공유  사이월드 공감

사진=이연수 기자/ SBS 런닝맨 캡쳐
사진=이연수 기자/ SBS 런닝맨 캡쳐

[스포탈코리아] ‘산소탱크’ 박지성(3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활약은 예능 무대에서도 환상적이었다. 지난 3주간 방영된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에 게스트로 출연한 박지성은 축구 선수로 그라운드를 누빌 때와 마찬가지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초능력 축구와 스파이 미션, 아시안 드림컵 선수 선발로 이어진 타이트한 일정 속에 지치지 않고 화면을 지배했다. 미션 제공자, 미션 수행자 및 유재석의 스케줄로 인한 공백을 메운 MC박 역할까지 '멀티플레이어'로 활약했다. 박지성은 축구 선수로 보여 온 책임감과 헌신을 예능 무대에서도 재현했다.

지난 1년 간 축구팬들은 ‘박지성 갈증’에 시달렸다.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2011/2012시즌 후반기 막판 3개월 동안 4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풀타임 출전은 3월 15일 아틀레틱 클럽 빌바오와의 유로파 리그 경기가 유일했다. 오히려 2011/2012시즌 유럽 클럽 축구가 폐막한 이후에야 박지성을 원 없이 볼 수 있었다. 5월 20일(95회)에 미션을 제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5월 27일(96회)와 6월 3일(97회) 3주 연속 박지성이 화면 비친 시간은 3시간에 달했다. 180분으로 두 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과 비교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박지성은 축구 팬들은 물론 그를 사랑하는 온 국민에게 즐거움을 줬다. 유쾌하고 설레는 시간이었다.

축구 외의 대외 활동을 극도로 꺼리는 박지성의 ‘런닝맨’ 출연은 파격이었다. 더욱 파격적이었던 것은 그의 예능 활약상이다. ‘예능의 왕’ 유재석이 립서비스가 아닌 진심으로 극찬할 정도로 탁월한 예능감과 입담, 재치를 발휘했다. 박지성이 출연한 런닝맨은 예능 시청률 종합 2위를 차지했다. 물론 박지성이 예능 무대에서 이토록 강력한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축구 선수로 대스타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축구스타가 예능 무대에서 함께 어울리며 보여준 인간적인 모습과 진지한 모습으로 가득한 축구장 밖에서 보인 익살스런 모습은 그가 골망을 가를 때만큼이나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줬다. 맨유 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하고 현란한 축구 기술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박지성이 주인공이 돼서 뛰는 것을 보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그리웠고 반가웠다.



2011/2012시즌 박지성은 부상 외의 이유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단 이후 가장 적은 출전 시간을 기록했다.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17경기를 출전했은 선발 출전은 10회에 불과했다. 더욱 아쉬운 것은 2011년 1월 AFC 아시안컵 무대를 끝으로 국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해 그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더욱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 위기의 한국 축구, 박지성이 가장 확실한 해답이다

박지성은 장거리 비행과 체력적인 부담을 토로하며 태극 마크를 반납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역이며,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주장을 맡아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한 박지성은 만 29세의 나이로 이미 A매치 100회를 소화하며 헌신했다. 대표팀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었고, 언제나 기대 이상의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남은 시간은 소속팀에 집중하고 싶다는 그의 요청은 정당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태극 마크 반납과 함께 박지성의 맨유 내 입지는 줄어들었다. 팀의 전면적인 세대 교체 과정에서 박지성은 로테이션 멤버로 밀려났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여전히 박지성을 필요로 하지만 그에게 바라는 것은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전수하고 팀의 정신을 지키는 노장의 역할이다.

종종 막강 화력을 갖춘 팀과의 대결에 승부수 카드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몇 차례 분기점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유럽 언론은 박지성이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줄어든 출전 시간으로 인해 경기 감각이 떨어진 것도 박지성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 박지성은 아직 만 31세로 충분히 최고 수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다.

현재 맨유에서 박지성이 맡고 있는 역할은 한국 대표팀에서도 필요로 하는 역할이다. 매 경기 대표팀에 찾아올 필요는 없다. 꼭 풀타임으로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많은 출전 시간을 보내지 않더라도 박지성이 대표팀 안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후배 선수들에겐 거대한 멘토가 될 수 있다. 맨유에서는 쟁쟁한 실력을 갖춘 포지션 경쟁자가 즐비하지만 한국 대표팀에선 아직 순수 경기력으로도 박지성을 넘어서는 선수가 나오지 못했다. 결정적인 경기에서 박지성은 여전히 절실한 존재다.

최강희 감독은 이청용의 부상으로 인핸 2선 공격 공백을 메우기 위해 브라질 선수 에닝요의 귀화 문제까지 고려했다. 스페인과의 평가전을 통해 손흥민, 남태희, 구자철 등 해외파의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카타르, 이란, 우즈베키스탄 등 강력한 상대를 계속해서 상대해야 하는 최종예선에는 검증된 선수가 필요하다. 한국 축구가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올랐지만 최종 예선은 한 번도 쉬운 적이 없었다. 지난 3차 예선에서는 쿠웨이트와 최종전까지 탈락 가능성이 남아있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지네딘 지단도 그렇게 돌아왔다. 체코의 파벨 네드베트, 스웨덴의 헨리크 라르손 등도 대표팀 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돌아와 멋진 백조의 노래를 불렀다. 박지성도 충분히 이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에닝요가 가진 강점과 박지성이 가진 강점은 분명히 다르지만, 에닝요의 귀화보다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가 대표팀에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축구대통령 박지성, 축구 인생을 정리하기는 이르다

2011/2012시즌의 출전 시간 축소로 인해 박지성의 이적설이 대두되고 있다. 일본 미드필더 카가와 신지의 거액 영입이 성사 단계에 접어들면서 언론과 팬들은 박지성의 거취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박지성은 팀이 방출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계약 기간을 끝까지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맨유 역시 여전히 팀에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박지성을 내보낼 생각이 없다. 박지성과 맨유의 관계는 여전히 우호적이다.

하지만 선수 박지성에게 제한된 출전 시간은 분명히 부정적인 상황이다. 풀시즌을 치르지 않는다면 대표팀을 위한 장거리 원정에서 회복할 시간은 충분하다. 조력자 역할에 주력하는 맨유에서 보다 주인공으로 맹활약할 수 있는 대표팀에서 뛴다면 박지성은 여전히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세계 언론에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축구 선수의 몸값은 나이가 들수록 떨어진다. 출전 시간이 줄어들수록 떨어진다. 현재 만 31세의 박지성은 이대로 황혼기를 맞고 은퇴를 준비하기엔 어리다. 스포츠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선수 생명은 계속해서 길어지고 있다. 팀 동료 라이언 긱스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은퇴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긱스와 같은 사례는 전 세계에 걸쳐 충분하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축구는 하루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다음 시즌 박지성의 맨유 내 입지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재로썬 박지성이 지난 시즌 이상의 출전 시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박지성에게 대표팀 복귀를 부탁하고 싶다. 이는 세대 교체 과정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대표팀에게나, 출전 시간 부족으로 경기력에 문제를 겪고 있는 박지성, 그리고 박지성이 활약하는 모습을 애타게 보고 싶어하는 축구팬들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윈-윈-윈(Win-Win-Win)’의 선택이다.

은퇴 번복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정계 은퇴를 번복하고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문화 대통령으로 불리던 서태지도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와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박지성은 대한민국의 축구대통령이다. 한국 축구사에 수 많은 영웅이 존재했지만 박지성을 능가하는 커리어를 쌓은 인물은 없었다. 아시아 축구를 통틀어도 박지성을 넘어서는 위상의 선수는 없다. 박지성의 커리어는 월드 클래스다. 축구 대통령의 귀환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국 축구는 박지성 없이도 위기를 헤쳐 나갈 힘이 있다고 믿는다. 새로운 세대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박지성이 있다면 훨씬 더 쉽고 빠를 것이다. 축구 선수 박지성의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런닝맨’에서 고정으로 뛰는 박지성을 보고 싶은 만큼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모두 고정으로 뛰는 박지성이 보고 싶다. 조금이라도 더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영웅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은 한동안 잊고 있던 박지성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 가수 김종국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만들어주고, 이를 골로 연결하지 못하자 멱살을 쥐고 흔들며 웃음을 짓던 박지성의 모습을 대표팀에서도 보고 싶다. 한국 축구는 지금 박지성이 그립다.

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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