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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민의 축구話] 카가와가 박지성을 능가하기 힘든 이유

기사입력 : 2012.07.20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미투데이로 보내기  네이버 북마크  구글 북마크  페이스북 공유  사이월드 공감

사진=ⓒBPI/스포탈코리아
사진=ⓒBPI/스포탈코리아

[스포탈코리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카가와 신지(23)을 선택했다. 박지성(31)의 런던행(行)과 엇갈려 한국 팬들의 마음이 복잡미묘하다.

박지성과 맨유의 조합은 한국 축구의 자긍심이었다. 아시아 모든 국가의 부러움을 샀다. 어깨가 으쓱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평범한 팀으로 간 박지성의 빈자리를 일본 축구의 신성 카가와가 차지했다. 맨유의 아시아 투어, 구단 공식 홈페이지 등 구단 간판은 떡 하니 일본의 카가와의 차지다. 잘못한 것도 없는 일본 청년이 괜스레 얄미워진다.

일본에 대해 한국 축구 팬들은 우월감을 품는다. 역사의 한을 담은 둥근 공을 일본의 골대 안으로 차 넣는 짜릿함이 대단하다. 축구에 관한 한 검지손가락을 들어 좌우로 흔든다. 그래서인지 성공을 거두는 일본 축구는 땅을 산 사촌처럼 느껴진다. 겉으로는 ‘쿨’하게 박수 쳐주지만 뒤돌아서면 배가 살살 아파온다. 반대로 그들의 실패를 보며 조소하고 즐긴다. 한국 언론도 그 지점을 정확히 찌른다. 대표적인 예가 혼다 케이스케(26, CSKA모스크바)다. 혼다의 이적 실패담은 국내 매체의 베스트셀링 기사다. 한국 축구 팬들은 혼다의 실패를 즐긴다.

그런데 맨유의 카가와라니! 2009년 WBC 결승전 10회초 스즈키 이치로에게 얻어맞았던 결승 적시타보다 더 ‘쇼킹’하다. 박지성의 몸값보다 몇 배가 비싸다는 둥, 영국 언론이 카가와를 극찬했다는 둥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인터넷 상에서는 부러움과 분통과 상대적 박탈감이 마구 폭발한다. 앞서 말한 코드가 유지된다면, 한국에선 앞으로 카가와의 우울한 소식이 큰 사랑을 받을 공산이 크다. 카가와의 실패를 읽으면서 “역시 박지성이 최고였어!”라며 대리만족을 얻는 심리다.

자, 이제 한국 축구 팬들의 가장 큰 궁금증이다. 카가와가 과연 맨유에서 박지성만큼 성공할 수 있을까? 카가와가 ‘없어서는 안될 스쿼드 플레이어’로서의 박지성을 뛰어넘어 맨유의 간판스타가 될 수 있을까? 애국심은 아니지만 그럴 확률이 높지 않다고 본다. 카가와가 못해서가 아니다. 그는 분명히 좋은 선수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손꼽히는 스타플레이어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퍼거슨 감독이 형편없는 선수를 샀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가와가 박지성을 따라잡기 힘들어 보이는 이유는 맨유의 전망이 그다지 밝지 못한 탓이다. 선수 개인의 성공도를 측정하는 절대 기준은 우승컵의 숫자다. 개인이 아무리 잘한들 팀 성적이 나쁘면 모두 허사다. 이탈리아 세리에A 최고의 골잡이 안토니오 디나탈레가 대표적이다. 그는 놀라운 득점감각을 지녔지만 언제나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들의 그림자에 가려진다. 우승을 한번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인의 활약상과 팀의 성공이 동반되어야 비로소 스타가 만들어진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박지성이 있었던 맨유는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준우승 2회, 프리미어리그 우승 4회, 칼링컵 우승 3회, FIFA 클럽월드컵 우승 1회를 기록했다. 창단 이래 최고 황금기를 구가했다.

카가와가 박지성을 뛰어넘으려면 앞으로도 맨유가 그와 같은 화려한 성공을 만끽해야 한다. 하지만 상황이 좀 달라졌다. 맨유는 이미 선수 영입 경쟁에서 맨시티와 첼시에 뒤진다. 맨시티와 첼시로 가지 못하는 선수들이 퍼거슨 감독의 선택을 받는다. 특히 맨시티는 무섭다. 최고의 스쿼드를 구축했고, 이제는 우승까지 경험했다. 거침 없는 전력 강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맨유의 운명을 맨시티가 쥐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맨시티가 자멸하면 맨유가 기회를 잡지만, 계속 강세를 유지하면 맨유는 2등에 만족해야 한다. 유럽 무대에서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버티고 있고, 파리 생제르맹까지 가세했다. 분데스리가의 독점자 바이에른 뮌헨도 살아있다. 현실적으로 맨유가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최정상의 자리를 차지하리라고 기대하긴 참 힘들다.

맨유 팬들은 반문한다. 박지성이 뛰던 시절, 첼시의 득세에도 불구하고 맨유가 황금기를 일궜다고 말이다. 하지만 첼시의 전력 강화 투자 규모는 2005/2006시즌부터 급격히 줄어든다. 우승 전력을 갖췄다는 자체 판단과 재정 건전성 회복 프로젝트가 가동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급한 판단이었다. 첼시의 스쿼드는 미완성이었고, 잦은 사령탑 교체라는 악수까지 뒀다. 그 동안 맨유가 큰돈을 써서 전력을 강화했고, 앞선 경험으로 첼시를 밀어냈다. 그러나 맨시티는 첼시와 다르다. 무한대의 자금을 갖췄다. 첼시 사례의 교훈도 얻었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과의 5년 장기 계약이 맨시티의 야망을 상징한다. 현 상황이 이어지면 맨유는 맨시티를 이기기 힘들다.

카가와가 뛰어난 선수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영국 언론도 새 시즌 선발 예상에 카가와를 포함시킬 정도로 현지 평가도 높다.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일본 시장이 있으니 맨유 역시 ‘카가와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박지성보다 더 많이, 더 자주 맨유의 얼굴로 카가와가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맨유 황금기는 이제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도태라기보다 경쟁자의 기세가 너무 무섭다. 맨유는 슈퍼 리치 경쟁자와 ‘쩐의 전쟁’을 벌일 자금력이 없다. 지난 시즌처럼 퍼거슨 감독의 지략과 클럽 구석구석 배어있는 전통으로 버텨야 한다. 한두 시즌은 몰라도 5년 이상 지속될 순 없다. 그런 팀 사정을 모두 뛰어넘을 만큼 카가와가 슈퍼스타라곤 솔직히 생각하지 않는다. 카가와가 제아무리 뛰어나도 천운(天運) 면에서까지 박지성을 능가하긴 약간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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