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토크] <42 外典> 구자철, ''독일 1호골, 두려움과 이별한 골''
입력 : 2012.05.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아우쿠스부르크(독일)] 구자철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년 반을 보냈다. 이제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자신감이 묻어난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밥을 먹을 때에도, 장을 보러 마트에 갈 때에도 항상 긴장 속에서 살았다. 물론 그라운드에 오를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볼프스부르크시절 구자철은 선발 출전 보다 교체 출전을 거듭했다. 자신감 보다 부담감이 컸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우쿠스부르크에서 보낸 3개월 남짓의 시간 동안 구자철은 그간 얻지 못했던 자신감을 얻었다.

4골 2도움. 그리고 1부 리그 잔류. 3개월 동안 구자철이 아우쿠스부르크에서 개인과 팀을 위해 남긴 기록이다. 구자철과 함께 득점의 순간들을 되돌아 보며 뒷 이야기를 들어봤다.

1호 골 | 분데스리가 22라운드 레버쿠젠 4-1 아우쿠스부르크, 2월 18일
첫 번째 골 세레머니도 에피소드가 있어요. 생각만 하면 너무 웃기고 부끄러워요(웃음). 저는 골을 넣고 이렇게 기뻐한 적은 없어요. 많은 골을 넣었지만, 정말 처음이에요. 이 골을 넣기 전까지는 분데스리가에서 생활하며 조급함이 있었어요. 정말 한 골도 넣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것 같았어요. 에이전트사 사장님이 독일을 방문해서 저한테 "충분히 골 넣을 수 있다. 만약 넣으면 이렇게 세레머니를 해라"라고 했어요. 그래서 집에서 연습을 해 봤어요. 당시 사장님이 "그게 아니야. 다시 해봐~" 라면서 장난스럽게 세레머니를 알려주셨어요. 기쁨을 만끽하라고, 표현하라고 알려주신건데 저는 "이런걸 어떻게 해요~"라며, 안 하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막상 골을 넣고 보니 제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두려움이 깨지더라고요. 기쁨 보다 더욱 크게 느껴진 것이 두려움과의 이별이었어요. 그 순간 갑자기 사장님이 말한 세레머니가 생각났어요. 그래서 억지로 했어요(웃음). ('스포탈코리아': 다리가 아프진 않았나요?) 저 생각보다 유연해요!



2호 골 | 분데스리가 26라운드 아우크스부르크 2-1 마인츠05, 3월 17일 – 싼코와 세레머니
이 골을 참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는 슈팅 스타일이고, 제가 100% 의도한 슈팅이에요. 일부러 공을 띄웠어요. 공이 공중에 떠 있으면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스윙만으로도 공이 떨어져요. 정말 기뻤어요. 제가 골을 넣고 이 경기에서 2-1로 승리했어요. 경기 종료 직후에 저를 아우크스부르크로 데려온 단장에게 찾아 가서 "나는 오늘 정말 행복하다"고 했어요. 비록 결승골은 아니었지만 팀에 도움이 되어 표현을 했어요. 단장에게 가서 행복하다고 이야기를 한 이유가 있어요. 경기를 조금 앞두고 경기장 도착해 유니폼, 축구화 등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단장이 저한테 먼저 와서 제 사진을 보여주며 저에게 "비싼 선수"라고 하더라고요. 약간의 부담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인정받는 만큼의 활약을 펼치고 싶었어요. 그 말을 듣고 그 경기에 골을 넣으니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그래서 단장에게 그런 말을 했어요. ('스포탈코리아': 단장님이 뭐라고 답하던가요?) 아무 말 없이 따뜻하게 안아 주시더라고요.

3호 골 | 분데스리가 28라운드 아우크스부르크 2-1 쾰른, 3월 31일
조금 아쉬워요. 카메라가 이 득점 장면을 뒤에서 잡아줬다면 더욱 멋졌을 것 같아요. 제가 봐도 깜짝 놀랄 만큼 코스가 좋았어요. 공이 약간 떠 있는 상황에서 발등에 정확하게 맞았어요. 회전 없이 바람을 그대로 타고 들어갔어요. ('스포탈코리아': 득점 시 홈 구장 소리를 들어보면 장내 아나운서가 "자철!"이라고 선창하면 관중들이 "쿠!"라고 소리를 지르던데요.) 사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아요. 경기 후 인터넷으로 영상을 볼 때가 되어야 들려요. 저는 정해진 세레머니를 하는 선수가 아니라서, 골을 넣으면 그 순간부터 머리를 막 굴려요(웃음) 계속 ‘어떻게 이 기쁨을 표현하지?’하고 생각해요.



4호 골 | 분데스리가 29라운드 뮌헨 2-1 아우크스부르크, 4월 7일 – ‘침착해’ 세레머니
아… 내가 왜 좋아하지 않았을까? 왜 그랬을까? 더 좋아했어야 하는데… 왜 침착하라 그랬지? 사실 경기 전부터 이 세레머니만 생각했어요. 골을 넣으면 무조건 침착하자는 세레머니를 하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왠지 골을 넣을 것 같았거든요. 골을 넣으면 선수들을 흥분하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뮌헨은 아우크스부르크와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일종의 더비의 성격이 있어요. 개인적으로도 지고 싶지 않았어요. 경기 다음 날 훈련장 락커룸에 있는데 TV에서 제 득점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동료들이 그 세레머니를 다시 보고 막 웃으면서 "도대체 뭘 한거냐"라면서 놀리더라고요. ('스포탈코리아': 당시 한국에 중계될 당시 해설자가 "세레머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했는데요?) 그게 드립이죠!

5호 골은 언제?
한 골 더 넣을 생각이에요. 사실 지금은 조금 지쳤어요. ('스포탈코리아': 5월 5일 함부르크와의 맞대결 어때요?) 그럴 생각이에요. 5월 5일에 딱~!

인터뷰 및 사진= 김동환 기자

* 구자철의 생생한 독일 현지 인터뷰 내용과 진솔한 생활 모습은 오는 5월 4일 저녁 10시 스포츠전문채널 '스포츠원'(www.sports1.kr)을 통해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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