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탄] 정지훈 기자의 1급 심판 도전기
입력 : 2012.11.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키 180cm가 되고 싶은, 몸무게 약 75kg이라고 주장하는 ‘D라인의 소유자’ 정지훈 기자가 국민생활체육 서울특별시 축구심판 1급에 도전한다. 이번에는 공포의 체력테스트 편이다.

11월 24일 오전 11시, 서울시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제34기 국민생활체육 서울특별시 축구심판 양성 교육’ 2차 체력테스트가 실시됐다. 보조경기장 곳곳에 긴장된 표정으로 몸을 풀고 있는 교육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필자도 떨리는 마음을 안고 스트레칭과 함께 몸을 풀었고 라인이 그려진 150m를 전력 질주해봤다. ‘아! 150m가 이렇게 길었던가’ 몸 한번 풀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자신감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체력 테스트는 총 3단계의 교육 과정을 거친다. 1단계는 ‘40m 셔틀런’으로 40m를 전력 질주해 6.8초 이내에 들어오면 되고 총 6회를 쉬는 시간 없이 반복하면 된다. 2단계는 ‘인터벌 테스트’로, 150m를 빠르게 달려 35초 이내로 들어오면 되고 나머지 50m는 45초 내로 천천히 걸으면 된다. 이렇게 총 16회, 즉 3,200m를 성공하면 통과다. 이 테스트는 심판들의 실제 활동에 맞춰 고안한 방법으로 국제심판들도 똑같은 방법으로 체력 테스트를 받는다. 마지막 3단계는 부심기를 가지고 진행하는 실기 교육이다.

어느덧 신규 심판들이 셔틀런을 마치고 인터벌 테스트를 받고 있었다. 이번 신규 심판들에서 눈에 띄었던 점은 여성 교육생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것이었다. 20대 초반의 여대생부터 30대 후반의 가정주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예비 여성 심판들이 시험에 응시했다. 또, 체력적인 면에서도 남성 교육생들에게 뒤지지 않았다. 결국, 120여 명의 신규 교육생 전원이 체력 테스트에 합격했다.

체력 테스트를 마치고 심판과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한 여성 교육생을 만날 수 있었다. 동작구에서 온 황윤주씨는 “평소에도 축구 경기 보는 것을 좋아했다. 5일 동안 교육을 받으면서 축구를 보는 새로운 시각과 함께 새로운 즐거움이 생겼다. 평소에 수영을 즐겨해 체력 테스트는 자신 있었는데 막상해보니깐 어려웠다. 그렇지만 꼭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악으로, 깡으로 열심히 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제 1급 심판들의 차례가 왔다. 필자도 마음을 다잡고 준비했다. 방송에 맞춰 출발선으로 향했고 출발을 알리는 신호가 울렸다. 15명의 심판들이 150m를 일제히 질주했고 신호에 맞춰 50m를 걸었다. 초반에는 예상보다 쉽다는 생각을 했고 여유롭게 웃으며 1,200m를 돌았다.

그러나 2,000m를 향하면서 여유와 웃음기가 사라졌다. 5바퀴를 넘어서면서부터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50m를 걸을 때도 휴식이 아니었다. 공포의 순간을 맞이하는 절망의 시간이었다. 반쯤 정신이 나간 채 6바퀴를 돌았고 포기하려는 순간에 같이 뛰는 사람들의 격려와 구호가 들렸다. 구호에 맞춰 힘을 냈고 마지막 한 바퀴만을 남겨뒀다. 마지막 800m는 사실 어떻게 뛰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른 채 종료를 알리는 마지막 신호와 함께 주저앉았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거친 숨소리와 기침 소리만이 나올 뿐이었다. 장거리를 뛰었더니 산소가 부족했고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또, 다리는 움직이질 않았고 정신은 혼미했다. 이런 상태로 30분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1급 심판 체력 테스트가 끝이 났다. 소문만큼, 아니 그 이상이었다. 힘들어도 너무 힘들었다. 그렇지만 가슴 한 구석에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뛸 때는 괜한 도전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끝나고 나니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도전이었다. 합격 여부는 모른다. 마지막 800m에서 조금은 뒤처진 느낌이었지만 필자는 취재 허락을 받아 모든 단계가 끝난 뒤에 합격여부가 판가름 난다. 결과가 궁금하다면 대망의 3탄, 실기 테스트 편을 기대하시길.

글/사진= 정지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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