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토크]<58> ‘마케팅맨’ 박경훈, ''팬이 없는 축구는 의미 없다''
입력 : 2014.03.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정지훈 기자= ‘방울뱀 축구’, ‘축구계의 패셔니스타’, ‘탐라대첩’. 이 모든 말들은 제주 유나이티드의 박경훈 감독을 떠올리게 만드는 단어들이다. 그만큼 박경훈 감독은 K리그 최고의 스토리텔러이자 마케팅맨이다.

그런 박경훈 감독이 개혁을 천명했다. 이제는 스토리 만드는 것을 넘어 제주 유나이티드하면 강호라는 이미지가 떠오를 수 있게, 그리고 선수들이 꼭 한 번쯤을 뛰고 싶은 팀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완벽한 패스플레이를 강조하는 오케스트라 축구로 변신한 박경훈 감독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방울뱀, 오케스트라 등 K리그 최고의 스토리텔러에요. 이번 시즌 파도 축구 등 많은 슬로건들이 생겼는데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기자 분들이 오시면 뭔가 말씀을 드려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오케스트라 축구를 코칭스태프들과 생각했어요. 정명훈씨가 오케스트라와 축구가 똑같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같은 생각이었어요. 뭔가 조화를 이루고 다양한 선수들이 필요하다는 것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시즌 많은 감독님들이 슬로건을 말씀해주셨는데 K리그에 스토리를 불어넣는다는 측면에서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팬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계속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오케스트라 축구, 왠지 세밀한 패스플레이가 연상되는데요. 올 시즌 전술에 변화를 줄 예정인가요?
오케스트라를 즐겨 듣지는 않는데요.(웃음) 그러나 음악을 들어보면 항상 템포가 있고 강약이 있어요. 축구와 다르지 않아요. 슬로우 할 때도 있다가 강약을 조절하고 때로는 빠르게 경기를 이끌어야 해요. 오케스트라와 비슷하죠. 이번 시즌 제주 축구는 감미로운 음악과 폭발적인 고음이 담긴 음악을 조합하고 싶어요. 전술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을 것 같아요. 빠른 역습은 살리되 중원에서 패스플레이를 추구할 것이고 소유와 카운터 어택을 적절히 조합해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시즌 그라운드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적임자는 어떤 선수라 생각하나요?
예전 프랑스 국가대표팀에 지네딘 지단이 있었어요. 벌써 지단이 공을 잡으면 선수들이 움직임이 달라지듯이 우리도 그런 선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미드필더에서 조율이 필요해요. 그런 의미에서 송진형과 윤빛가람에게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두 선수의 호흡이 정말 중요하고 경기 조율을 해줘야 해요. 두 선수가 키 플레이어죠.

-프랑스에 있던 송진형을 영입해 최근 대표팀에도 뽑혔어요. 기대가 클 것 같은데요?
지난 시즌에는 제가 원했던 미드필더에서의 조화는 잘 이뤄지지 않았어요. 송진형, 윤빛가람, 오승범, 권순형 등이 조화를 잘 해줬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있었어요. 특히 윤빛가람이 뒤늦게 합류했기에 우리의 패턴과 선수의 장점이 잘 조합이 안됐던 것 같아요. 그러나 이번 시즌 송진형과 윤빛가람이 조합을 잘 맞추고 있고 서로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어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어요. 특히 송진형이 후배들을 잘 이끌어줬으면 좋겠고 경기 템포를 잘 조절해줘야 해요.

-에스티벤, 드로겟, 김현, 황일수 등 다양한 선수들을 영입했어요.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에스티벤과 드로겟은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기에 그만큼 기대가 있어요. 물론 세월이 조금 흘렀지만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해요. 알렉스는 수원FC에서 왔는데 이전부터 눈여겨봤던 선수에요. 신체적인 조건도 좋고 영리하기에 기대를 하고 있어요. 스토키치는 현재 부상을 당해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량을 확실히는 발휘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좋은 선수라고 생각해요.

-유망주 김현과 수비 쪽에서 국내 선수들을 많이 영입했는데요.
지난 시즌 수비가 불안했고 실제로 실점 율이 높았어요. 그래서 좀 더 수비 보강에 중점을 뒀고 정다훤, 김수범을 영입해 좌우 풀백을 강화시켰어요. 우리가 원하는 축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반면, 서동현이 나간 자리를 대비해 김현을 영입했어요. 신체적인 조건도 좋고 워낙 재능이 있는 선수에요. 선수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잘 발전시킨다면 대표 선수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해요.

-반면, 류승우 이적은 조금 아쉬울 것 같아요. 제주만큼 해외파를 많이 만든 팀도 없는 것 같은데 비결이 있다면?
물론 감독의 입장에서 좋은 선수들을 내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그러나 선수들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리고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류승우에게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물론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었겠지만 한국 축구를 위해서, 그리고 선수 본인에게도 더 큰 무대에서 뛰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해요. 만약 류승우가 레버쿠젠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완전 이적해도 큰마음에서 보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비결이 있다면 제주라는 팀 자체가 운동에만 전념하기 쉬운 곳이에요. 시설도 잘돼있고 운동하기에는 최고의 여건이에요. 감독으로서는 선수들이 편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해주고 비전을 제시해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최근 K리그 선수들이 중국 리그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프로와 자본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세계적인 선수가 중국 리그에 오는 이유는 단순해요. 당연히 연봉이나 재정적인 환경 때문에 온다고 생각해요.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중국 리그로 많이 진출하고 있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감독으로서는 좀 더 빅 리그에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 리그도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우리도 안주해서는 안 되고 K리그도 발전해야 해요. 개혁을 이뤄야 해요.

-탐라 대첩, 패셔니스타 등 K리그 대표적인 마케팅맨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이런 별명들이 마음에 드시나요?
패셔니스타, 마케팅맨 등 팬들이 지어준거라면 다 좋아요.(웃음) 패셔니스타라고 말씀해주시니 이제는 옷에 신경을 쓰게 돼요. 패션에 대해 눈높이도 높아진 것 같아요.(웃음)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프로로 탄생한 K리그가 상당히 위기에 처해있어요.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 구단 프런트들이 팬들을 위한 이벤트나 어떤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팬이 없는 프로 축구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팬들을 위한 것들이 더 필요해요. 저 역시도 그러기 위해서 많은 관심과 노력을 하고 있는데 잘 되지는 않아요.

-K리그 최고의 패셔니스타 감독입니다. 패션 라이벌로 꼽는 감독이 있다면?
요새는 워낙 감독님들이 옷을 잘 입으세요. 황선홍 감독도 멋있고 옛날에는 신태용 감독도 옷을 잘 입었어요. 그러나 최근에는 각 감독님들이 자기 개성에 맞게 잘 입으시는 것 같아요. 윤성효 감독을 보면 트레이닝복도 멋있게 소화해요. 그래서 저도 시도해봤는데 잘 안 어울리더라고요.(웃음) 요새는 워낙 다른 감독님들이 패션에 관심이 많으세요. 라이벌은 없다고 생각해요.

-최근 해외축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전술적으로 큰 관심이 가는 팀이 있다면?
최근에는 바르셀로나 축구에서 관심을 다른 팀으로 옮겼어요.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경기를 챙겨보고 있어요. 두 팀을 보면서 롤모델로 삼고 있고 선수들에게도 식사 시간 등을 통해 경기를 보여주고 있어요. 특히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뮌헨으로 가면서 힘과 기술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것 같아요. 뮌헨이 엄청나게 강해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전광석화 같은 역습과 파워 그리고 기술까지 갖추고 있어요. 또한, 여전히 강력한 압박으로 상대를 무력화시키고 있어요. 이런 축구를 보면서 한국 축구도 간결하고 공수전환이 빨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다이내믹한 축구를 한다면 팬들도 흥미를 가지고 경기장에 올 것이라 생각해요.

-유망 선수들을 발굴해 성장시킨다는 점에서 도르트문트의 클롭 감독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감독으로서는 엄청난 극찬이네요.(웃음) 아주 유명한 스타를 데리고 와 성적을 내는 것보다는 좌절에 빠져있는 선수들이나, 잠재력을 발휘 못하는 선수들을 데려와 능력을 이끌어내는 것에 큰 보람을 가지고 있어요. 제주가 서울이나 수원처럼 엄청난 예산을 쓸 수는 없기에 재능은 있는데 기량을 발휘 못하는 선수들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그런 선수들이 엄청난 발전을 이룬다면 감독으로서 최고의 순간이라 말할 수 있어요. 그런 선수들이 오고 싶어 하는 팀을 만들고 싶어요.

-이번 시즌 우승 후보를 꼽는다면?
우승을 해본 팀이 우승을 할 것 같아요. 최근 우승에 근접한 팀은 포항, 울산, 전북, 서울인데 이 팀 중에 우승팀이 나올 것 같아요. 최용수 감독이 1강 11중이라 이야기했는데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승점차가 많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 같고 치열한 경쟁이 될 것 같아요.

-이번 시즌 목표가 있다면?
올해의 목표는 사실 정하지 않았어요. 최근 몇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잘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 시즌 목표는 1승이에요. 한 경기, 한 경기 1승을 목표로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해요. 속으로의 목표는 가지고 있지만 겉으로의 목표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좋은 경기, 팬들을 위한 멋있는 경기를 하고 싶어요.

사진=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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