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산 '히말라야' vs CG 김'대호'씨, 우여곡절 탄생기③
입력 : 2015.12.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김현록 기자]
사진='히말라야' 해외 포스터(사진 왼쪽)와 '대호' 포스터
사진='히말라야' 해외 포스터(사진 왼쪽)와 '대호' 포스터


'히말라야'(감독 이석훈·제작 JK필름)와 '대호'(감독 박훈정·제작 사나이픽쳐스). 오는 16일 나란히 개봉하는 영화다. 두 100억 영화는 각기 영화의 주요한 배경과 소재를 제목으로 썼다. 영화 속 히말라야의 눈 덮인 산과 지리산 호랑이 대호는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서 황정민 최민식 못잖은 존재감을 드리운다. 하지만 카메라를 끌고 담아올 수 없는 해발 8750m 에베레스트와 이제는 사라진 지리산 호랑이를 화면에 온전히 담아내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 몽블랑에서 완성한 '히말라야'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데스존에 잠든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러 떠난 원정대의 이야기다. 그 절절한 동료애 이전에 의문이 인다. '이 사람들은 대체 왜 산에 가느냐.' 어렴풋이 알 것 같지만 누구도 정답을 내놓지 못한 질문이다. 결코 정복되지 않는, 그저 잠시 머물기를 허락받은 그곳의 비주얼은 그 자체로 어떤 답이 될 터다.

그래서 '히말라야' 속 히말라야는 배경 그 이상이다. 절벽에 매달려 밤을 지샌 두 주인공 엄홍길(황정민 분)과 박무택(정우 분)을 비추는 오렌지빛 햇살, 올라온 높이만큼 가까워진 하늘에서 빛나는 별이 눈을 홀릴 듯 빛난다. 눈 아래로 보이는 하얀 봉우리들은 장엄한 기운을 뽐낸다. 아이맥스로 또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반면 올라야 할 곳이 비현실적인 각도로 꺾여있는 1인칭 시점의 설산은 그만 기를 질리게 한다. CG로 손을 보긴 했지만 고생고생해 얻은 실제 소스들과 부단한 고민, 매만짐의 결과물이다.

제작진은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레퍼런스(참고) 없이 한국 첫 산악영화를 만들어야 했다. 고심 끝에 연출을 맡은 이석훈 감독의 첫 고민도 '대체 어디서 찍을 것인가'였다. 백두산 두 배는 됨직한 고도의 베이스캠프는 물론이요, 깎아지른 얼음절벽, 칼같은 능선, 눈 덮인 봉우리, 쩍 갈라진 크레바스를 어찌 담아낼 것인가. 이미 답은 어느 정도 나와 있었다. '비슷한 지형을 찾고, 인공 눈을 뿌리고, 뒤에는 거대한 그린 스크린을 설치해 직접 촬영한 소스와 합성한다.' 그런데 눈을 뿌리면 히말라야처럼 보일 그 곳은 과연 어디일까.

이를 위해 '히말라야' 팀은 전국 방방곡곡을 다 뒤졌다. 나무를 뽑아 산을 훼손할 수 없으니 돌산이 우선이었고, 수많은 배우와 스태프가 대규모 장비와 함께 움직여야 하니 길도 가까워야 했다. 수많은 발품팔이 끝에 결국 낙점된 곳이 채석장이었다. 그것도 영월과 양주, 양구 등 전국 각지를 누벼 장면 장면을 찍었다. 먼 곳에서라도 발파가 시작되면 사이렌 소리에 모두가 대피했다 다시 나와 작업하는 게 일이었다.

헌팅이 끝났다고 다가 아니다. 자연 눈, 인공 눈, 종이와 소금, 얼음과 특수 재료가 하얀 설산을 위해 총동원됐다. 벽에 붙은 눈, 날리는 눈, 밟힌 눈, 쌓인 눈이 다 달랐다. 그런 와중에도 유난히 포근했던 지난 겨울은 '히말라야' 팀에겐 저주나 다름없었다. 영하 5도 밑으로 떨어져야 만들 수 있는 인공 눈을 새벽 내 만들어도 부족해 1주일을 내리 촬영을 접은 때도 있었다. 그 사이 봄이 다가왔다.

사진='히말라야' 포스터
사진='히말라야' 포스터


해발 4500m의 네팔 히말라야 고지와 몽블랑 빙하지대 촬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길영민 JK필름 대표는 "한국에선 날씨 덕을 못 봤지만 히말라야와 몽블랑'에선 덕을 좀 봤다"고 귀띔했다. 물론 몽블랑 날씨가 너무 화창해 기가 막힌 때도 있었지만 마지막 이틀엔 시야를 하얗게 가리는 눈보라가 쏟아져 줘 뜻하지 않은 장면을 건지기도 했다. 무시무시한 크레바스 한 발 앞까지 다가가 실감나는 화면을 담아낸 데는 안전이 우선이라는 이탈리아 현지 가이드에게 으름장까지 놓아가며 직접 설득에 나선 황정민의 공도 컸다. 차가 오르지 못한 히말라야 고지대를 오르며 자기 짐에 스태프의 짐까지 기꺼이 얹어 졌던 황정민은 극 안팎에서 '대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후문이다.

◆액션스타 김'대호'씨

'대호'는 일제강점기이던 1920년대, 이제는 총을 놓은 명포수 천만덕과 산군(山君)으로 불리는 지리산 마지막 호랑이를 잡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천만덕 최민식으로부터 '김대호씨'로 불렸다는 영화 속 호랑이 대호는 핍박받는 우리 민족이자 경외감은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자연이자, 늙은 포수와 교감하는 생명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139분에 이르는 영화에 최민식 다음가는 분량으로 등장하는 어엿한 투톱 주인공이다. 100% CG 캐릭터를 실감나게 그리면서 언어로 표현 못 할 감정도 듬뿍 실어야 했다. 지리산을 누비는 포악한 짐승, 신성한 영물, 아름다운 생명체를 어찌 담아낼 것인가가 '대호'의 출발이었던 셈이다. 박민정 프로듀서가 '대호'의 프리 프로덕션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이 호랑이를 보는 것이었다. 2주 동안 도시락을 싸 들고 전국의 동물원에 가 넋 놓고 호랑이를 봤다.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이가 주인공이었던 '미스터 고'의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100% CG로 완성한 거대한 호랑이는 한국영화에서 유례가 없는 도전이었다. 박 프로듀서에 따르면 '대호' 팀이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이안 감독의 실감 나는 호랑이의 비주얼로 감탄을 안겼던 '라이프 오브 파이'였다. 기사와 메이킹, 인터뷰를 참고하고 호랑이 조련을 맡은 조련사에게도 연락을 해봤지만 말이 다 달라 모델로 삼을 수는 없었다. '대호'만의 방법이 필요했다.

실제 감정을 표현하며 배우와도 교감하는 대호 역에는 결국 모션액터가 동원됐다. 엔드 크레디트에도 대호로 나오는 배우 곽진석이다. 캐스팅이 되자마자 뜀박질로 동네 뒷산을 오르내리고 동물원 호랑이의 움직임과 표정을 연구한 그는 직접 비주얼이펙트효과 회의에도 참여하며 힘을 보탰다. 앵글을 잡거나 동선, 시선을 파악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박 프로듀서는 "호랑이가 등장하지 않는 몇몇 장면에서 포수대로 등장한 곽진석 배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물 크기의 더미를 만드는 한편 호랑이를 표현할 기본적인 소스 촬영도 진행됐다. 적당한 모델을 찾지 못해 힘이 빠지던 찰나, 부산의 동물원에서 그토록 찾던 잘생긴 시베리아 호랑이를 찾을 수 있었다. 조련이 상당히 잘 돼 있었다는 점도 천운이었다. CG팀이 수시로 가 호랑이의 움직임과 표정 등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했고, 촬영팀은 바람에 날리는 털의 움직임, 안광, 빛에 닿는 느낌들을 촬영했다. 운 좋게 촬영을 가기 얼마 전 호랑이가 새끼를 낳아 '대호' 팀을 더욱 기쁘게 했다. 포기하고 있었던 새끼호랑이 소스까지 덤으로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끝에 탄생한 '대호'를 진정 완성시킨 것은 믿음직한 배우들이었다. 최민식을 비롯해 정만식, 김상호 등 배우들은 현장에선 있지도 않은 호랑이와 눈을 맞추고 공포를 표현하고 교감해야 했다. 완성된 '대호' 속 호랑이와 배우들의 호흡에는 파란 천 조각을 두고 연기했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진한 감정이 녹아 있다. 지난 8일 언론시사회에 나섰던 최민식은 6개월간 그간의 답답함을 토로하면서도 "김'대호'씨 연기 잘 하시더만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과장이 아니다.






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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