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韓영화 결산] 유아인 ''이방인 같던 나, 올해 힘을 얻었다''(인터뷰)①
입력 : 2015.12.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전형화 기자]
유아인/사진=임성균 기자
유아인/사진=임성균 기자


2015년은 배우들의 티켓파워, 스타파워가 그 어느 해보다 두드러진 한해였다. 믿고 보는 배우, 그런 배우들이 우르르 등장하는 영화들에 대한 선호가 눈에 띈 한해였다.

그 배우들 중 가장 도드라졌던 건 단연 유아인(29)이었다. 유아인은 '베테랑'에 이어 '사도'로 올 한해 관객을 단단히 사로잡았다. 유아인이 갤럽조사에서 송강호와 황정민을 제치고 2015년 올해의 배우로 꼽힌 건 우연이 아니다.

프로는 결과로 이야기한다지만, 처음부터 쉬운 선택은 없다. 불안한 영혼에 가까웠던 유아인이, 올해 신뢰의 아이콘이 된 건, 쉽지 않은 선택을 과감하게 한 덕이다.

SBS '육룡이 나르샤' 촬영으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유아인을 전화로 만났다. 민폐일 수 있기에 조심스럽게 연락했지만 씩씩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두서없었던, 현란한 수식어가 난무했던, 치기 어렸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 여전히 현란했지만 말에 중심이 단단했다. '베테랑'과 '사도'는 관객에 유아인을 다시 보게 했지만, 유아인도 '베테랑'과 '사도' 덕을 깊이 본 것 같았다. 단지 흥행 때문은 아니었다.

"송강호와 황정민을 제치고 올해의 배우 1위로 꼽혔다"고 인사를 건넸다. 유아인은 "푸하하" 웃더니 "여전히 부끄럽고, 부담스럽다. 앞날을 기약할 수 없으니깐 더 소중하다"고 했다. 그는 "청룡 영화상에서 상을 탔을 때 이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못했다"고 했다. "향후 10년 안에 다시 그 자리에 못 올라갈 것 같다"면서.

불안했을까. 즐길 법도 한데 그는 앞날을 기약할 수 없다는 말을 먼저 했다. 입대를 앞두고 있다지만 유아인은 소처럼 일하고 있다. '밀회'를 찍으면서 '베테랑'을 같이 했고, 쉼 없이 '사도'에 합류했다가, 즐길 법도 한데 '육룡이 나르샤'로 뛰어들었다.

유아인은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그저 작품이 다가 와 줘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더 선명하게 내 필모그라피에 살을 붙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나라는 사람은, 나라는 배우는, 불명확한데 그래서 좀 더 명확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날 것으로 살았고, 다른 노선을 일찍 탔고, 여전히 날 것으로 살고 싶고, 잘 포장된 나보다는 있는 그대로 거친 나를 보여주고 싶지만, 그럼에도 그 속에서 점점 명확해지는 나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유아인은 '베테랑'과 '사도', 그리고 '육룡이 나르샤'까지 "내 흐름 안에서 어떤 것을 쌓고 있다는 걸 좀 명확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다른 길? 다른 선택? 무엇이 달라야 했고, 왜 달라야 했는지 물었다. 유아인은 오히려 "20대는 다들 그렇지 않나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연예인, 배우를 특별한 직업으로 바라보지만, 이 직업 안에서는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을 일찍 시작해서 그런지, 그래서 더 특별한 것, 남과 다른 걸 찾아다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베테랑'은, 결과는 좋았지만, 남들이 선뜻 나서지 않은 선택이었다. '베테랑'에서 유아인이 맡았던 재벌3세 조태오는 소위 잘나가는 한류스타들이 줄줄이 거절했던 역할이었다. 편집의 묘를 살렸지만, 원래 시나리오에는 자기 아이를 갖고 있다는 여배우 배를 발로 차는 장면도 있었다. CF에 악영향을 줄까, 여러 톱스타들이 손을 내저었었다.

그런데 유아인은 달랐다. "외려 그게 더 나를 자극했던 것 같다"고 했다. "광고가 그리 많지도 않다"며 웃었다. 그는 "두려움을 잘 안 느끼는 편인데 '베테랑'은 제대로 못 해낼까가 두려웠다"고 했다.
유아인/사진=임성균 기자
유아인/사진=임성균 기자

그런 다름은 유아인을 무리에서 구분 짖기도 한다. 그는 탁월한 솔리스트다. 홀로 불타오를 때 가장 빛이 난다. '베테랑'도 '사도'도 그랬다. 그렇다는 건, 거꾸로 무리에선 겉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품에서도 그렇다.

"일정 부분 동의해요. 그렇다고 솔리스트 배우, 앙상블 배우가 따로 있다고는 생각 안 해요. 그저 20대 배우고, 어느 20대나 마찬가지겠지만 불안해요. 어느 위치에 있든 다들 불안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욱 뚫고 나가려 했던 것 같아요. 마침 올해는 '베테랑'과 '사도' 두 작품이 쌓여서 많은 분들이 박수를 쳐줬던 것 같아요. 하나씩만 있었다면 지금처럼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과감히 뚫고 나간다". 유아인은 그게 자신의 "생존수단 일 수 있다"고 했다.

유아인은 올해 기억나는 순간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기자협회와 같이 한 오픈토크를 꼽았다. 그는 "원래 낯도 가리고, 어느 자리든 내 자리 같지 않았는데, 많은 분들이 반겨주고 박수를 쳐주는데, 그 박수가 어느 정도 내 것 같더라"라고 했다.

유아인은 "평생 이방인 같고, 내께 아닌 것 같았다. 낯가림 심하고 부끄럽고 그랬는데, 힘이 되더라"고 했다. '베테랑'과 '사도'는 분명 유아인에게 흥행 그 이상을 안겨줬다.

심각한 말들만 오고 가는 것 같아 유치한 질문을 했다. '베테랑'이 좋아요? '사도'가 좋아요? 말을 아끼면 두 영화는 각각 어떤 의미로 기억될 것 같냐고 물을 참이었다.

유아인은 선뜻 "지극히 개인적으론 '사도'가 좋고, 객관적으론 '베테랑'"이라고 했다. '사도'는 배우로서 만족이 크고, '베테랑'은 스스로에게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했다. 말을 아끼지 않았다.

내친김에 '베테랑'에서 함께 한 황정민, '사도'에서 함께 한 송강호, 둘 중 누가 좋냐고 또 물었다. 이번에는 잠시 고민하더니 "두 분 다 불편하다"며 한바탕 웃었다.

유아인은 "송강호 선배랑 술을 더 많이 마셨고, 황정민 선배는 부럽고 동경하는 부분이 많다"고 더했다. 동경한다고 하길래 황정민과 거리감이 닮은 것 같다고 하자 "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올해가 '왕년' 같다는 그에게 "칭찬만 들었을 테니 해가 가기 전 반성할 것은 없냐"고 물었다. 유아인은 "그저 하던 대로 겸손하게 계속 하자는 마음"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정제되지 않으려 애를 썼어요. 온갖 화려한 수식어로 범벅하고, 글을 쓸 때는 주어도 없고. 명확하기보단 거칠어도 거침없이 표현하기를 원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내 뜻이 순수해도 전달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는 생각이 들었어요. "

이방인 같고, 정제되지 않으려 했고, 불안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유아인에겐 이방인 같고, 정제되지 않고, 불안한 것이, 그를 명확하게 만들고 있다. 그 어느 순간은, 아마도 '베테랑'과 '사도'였던 것 같다.

유아인은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을 잘 구분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래도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자신을 둘러싼 외부는 끊임없이 변하지만 "내가 움켜잡고 있는 것들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고 싶다"고 했다.

유아인의 불안함은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그가 더욱 궁금해졌다. 아마도 관객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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