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박지성 ''QPR 선택, 아직 후회 안해''
입력 : 2012.11.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QPR] 박지성은 한국 축구가 낳은 최고의 전설이다.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이 시대 최고의 리그라고 불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입단했다. 7년간 리그 4회, 리그 컵 4회, 커뮤니티실드 2회 그리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을 한 차례씩 제패했다.

박지성의 성공은 이후 유럽 무대에서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축구에 대한 시각을 바꿨다. 아시아의 많은 후배들이 뒤를 따랐고, 모두가 박지성이 걸은 길을 바라보고 성공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박지성은 갑자기 맨유를 떠나겠다고 선언했고, 런던을 연고로 한 퀸스 파크 레인저스(QPR)로 이적했다. 세계 최고의 팀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던 박지성이 모든 것을 버리고 프리미어리그 강등권 팀으로 이적한 것은 실로 충격이었다.

‘스포탈코리아’는 11월 중순 영국 런던에서 QPR과 함께 박지성과 마주앉았다. 축구 선수 인생의 후반전을 소화하고 있는 그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지, 아직 1승도 기록하지 못한 팀에서의 도전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느 때 보다 솔직한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박지성 QPR 직격 인터뷰> 풀영상 바로가기


맨유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다. 맨유를 떠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어떤 점이었나?
당연히 어려운 결정이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스탭들, 최첨단 시설에서 함께 훈련하고 경기를 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이 세상의 어느 축구 선수라도 맨유의 그것을 쉽게 버리고 나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나도 그 부분에서 고민이 상당히 깊었다. 더군다나 7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더 많은 생각을 했다.

QPR로 이적한 것은 국내 팬들에게 충격적이었다. 무엇이 마음을 움직였나?
QPR이 가진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고 왔다. 더불어 모든 구단 구성원들이 친절하고 포근했다. 더불어 홈 구장의 분위기도 한 몫을 했다. 올드 트라포드에 비해 작지만 팬들을 상당히 가깝게 만날 수 있다. QPR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했고, 향후 구단의 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 다른 도전을 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기에 이적을 결심했다.

맨유를 떠난 후 후회한 적은 없나?
아직 없다.

지구상의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다시 밟을 가능성이 낮아진 것 대한 아쉬움은 없나?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QPR의 성적이 좋지 않아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아쉬움을 생각할 수 없는 것 같다. 오직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만 생각하고 있다.

등번호 7번은 본인이 원했다고 들었다. 주장직은 구단에서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처음 제안받았을 당시 어떤 생각이 들었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가 ‘7’이기 때문에 그 번호를 원했다. 내가 프리미어리그 팀의 주장이 될 것이라고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마크 휴스 감독이 제안을 했다. 나에게 그럴만 한 능력이 있다고 판단을 하셔서 제안을 한 것이고, 나에게 말씀을 하셨기에, 나도 거절을 하는 것 보다는 수긍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맨유에서는 팀의 일원이었고, QPR에서는 주장으로서 ‘리더’의 역할을 하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다른 점은 무엇이 있나?
나에게 주어진 역할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팀 구성원들이 모두 능력을 뽐낼 수 있게, 전체적으로 팀이 좋은 길로 갈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했다. 또 내가 (동료 선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 역할을 해야 했다. 여러 가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많이 생긴 것이 차이점이다.



주장을 제안받은 이유는 경험을 높게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대표팀에서 월드컵을 경험했고, 전 소속팀인 맨유에서도 다양한 대회에서 유럽의 많은 강호들을 상대하며 수 차례 우승을 경험한 점을 인정받은 것인데, 그 기대에 부응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아니다. 거의 못하고 있다. (내가) 못하고 있으니 팀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이다. 그 부분에서는 당연히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력 뿐만 아니라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못하고 있기 때문에 팀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이다.

본인이 주장의 역할을 잘 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는데, 앞으로 개선을 위해 어떻게 할 생각인가?
특별한 것은 없을 것이다.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지금까지 했던 것 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맨유에서는 라커룸 분위기를 이끄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 에브라가 항상 음악을 선택했는데, QPR에서는 DJ역할을 누가 하나?
누군가가 음악을 틀고 있긴 한데, 그게 누구의 것인지 모르겠다. 한 명은 아닌 것 같다.

본인의 음악을 라커룸에서 재생한 경험은? QPR의 경기장에서는 ‘강남 스타일’이 자주 울려퍼지는데?
내 음악은 전혀 틀지 않는다. 경기장에서 강남 스타일은 종종 듣지만 라커룸에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맨유에서 함께 생활했던 파비우 다 실바도 같은 시기에 QPR로 임대를 왔다. 초기 적응에 서로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
그렇다. 초반부터 알고 지내던 선수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 적응에 도움이 됐다. 조금 더 편했던 것 같다.

EPL 20개 팀 중 ‘국민 클럽’은 그동안 맨유였다. 하지만 조금씩 QPR의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 본인도 QPR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을 실감하는가?
아직 실감은 못하겠다. 한국 선수가 있으니 QPR에 대한 많은 뉴스가 생기는 것 같다. 예전에는 한국 선수가 없었으니 소식이 없었다. 한국 선수가 있어서 인기가 높아지는 것 같다.

런던에서의 생활과 맨체스터의 생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람이 사는 곳 같다. 맨체스터는 시내에 나가지 않으면 사람이 많이 없다. 런던은 늦은 시간에도 (거리에) 사람이 많고 활기차다. 긍정적이다. 축구를 하기에는 똑같다. 본인이 얼마나 (자신을) 잘 컨트롤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경기력에 끼치는 영향은 다르지 않다고 본다.

경기력을 제외하고 QPR과 맨유의 가장 큰 차이는?
규모의 차이가 가장 큰 것 같다. 훈련장의 시설부터 큰 차이가 나는 것 같다.

QPR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근본적인 문제를 외부에 노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일단 스스로 해결을 한 후에 이야기를 해도 될 것 같다. 성적 자체가 문제라고 봐도 되나?) 그렇다.

현재의 성적 자체가 문제라고 봐도 되나?
그렇다.

QPR에서 남은 기간 동안 ‘주장’ 박지성으로서 이루고 싶은 것은?
내가 입단을 결심했을 당시 보여줬던 대로 팀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내가 QPR에서 이룰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QPR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할 생각인가?
지금 현재로서는 당연히 QPR에서 마감을 할 마음으로 선수 생활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올 시즌 기성용, 손흥민, 박주영, 김보경 등 여러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서 활약을 하고 있다. 본인이 보기에 가장 크게 성공할 것 같은 후배는?
스스로 잘 성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명히 어려운 시기가 올 것인데, 그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도 큰 성공을 하는데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다. 솔직히 섣불리 누군가가 크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이청용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부상을 겪었고, 지금은 챔피언십에 있다. 기성용 역시 처음에는 주춤했지만 지금은 스완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누구에게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은퇴 후 ‘이 선수는 좋은 선수였구나’라고 평가 받는 것이다. 모두 충분한 능력은 갖추고 있다. 능력은 누구나 갖추고 있지만 얼마나 운이 따르고 노력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유럽에서 성공하는데 운이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보나?
절반은 운이다. 감독도 잘 만나야 하고, 팀도 잘 만나야 한다. 부상도 피해야 한다. 50%는 운이다. 나는 절반 보다 조금 더 많은 부분에서 운이 따라줬던 것 같다. 평균적으로 반은 운이 따라줘야 한다고 본다. 어려운 부분이다. 운이 아무리 좋아도 경기력이 따라주지 않아도 안되고, 반대의 상황도 안된다. 운도 잘 맞고, 노력도 중요하다.

QPR이 강등권이다. 올 시즌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생존 가능성은
당연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내가 QPR에 올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당시에는) 많은 이들이 QPR을 강등권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강등권이고 분위기가 좋지 않다. 모두가 문제점을 잘 알고 있고, 현재의 시기를 잘 벗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경기장에서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긴 인터뷰 감사드린다.
감사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인터뷰= 런던(영국)=김동환 기자
이미지= ⓒJavier Garcia/BPI/스포탈코리아
촬영= QPR.co.uk
편집= 박진예 VJ

오늘 많이 본 뉴스